- 8월8일 무지개 놀토반 네 번째 시간 후기

 


여름방학 막바지에 접어든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짜증하나 없이 해맑은 얼굴로 모이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모일 때마다 무지개 놀토반이 열리는 강의장은 시끌벅적해졌다. 춤을 추고 수다를 떨고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도 소홀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편히 찾아올 수 있게 화살표를 함께 만들고 제목도 크게 꾸몄다. 간식과 김밥도 준비하고 강의장 의자와 테이블도 좀 더 편하게 바꿨다. 몇 회에 걸쳐 무지개 놀토반을 준비하다보니, 이제는 능숙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누구하나 소홀해지는 사람 없이 작은 일도 함께 해 나갔다. 



무지개 놀토반 장소를 알려주는 표지판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9년부터 ‘무지개 놀토반’ 이라는 이름 아래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긍심을 함께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했다. 또한 성인과 청소년들의 관계와 고민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좀 더 냉철하게 확인하고자 했다.

1회부터 3회까지 우리가 만나 본 청소년 성소수자들만 해도 벌써 50명 이상이 되간다. 두 번째 무지개 놀토반 시간에는 30명에 가까운 청소년들이 참여했고, 5월9일에 개최된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증진을 위한 캠페인에서는 4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오픈라인 행동에 참여했다. 무지개 놀토반은 부족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함께 어울리고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오프라인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8월8일에 열린 무지개 놀토반 네 번째 시간에는 최초의 성소수자 정치인이었던 하비밀크 일대기를 영상으로 함께 보면서 ‘내가 만약 성소수자 정치인 후보로 나설 때’ 내세울 공약을 작성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14명의 참가자들이 찾아왔다.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영상을 함께 보고 인상 깊었던 장면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정치인을 나설 때 내세울 수 있는 공약을 작성해 보고 발표해 보았다.




참가자들은 하비밀크 일대기를 보며 어떤 생각했을까요?

 

- 하비밀크는 자신이 암살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유서에서 사람들에게

   모여 달라고 호소한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다. 유서에서 희망이 보였다.

 - 동성애자 이외의 차별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다. (대중교통요금 인하 등)

 - 자기가 원했던 이상을 타협하지 않고 하나 하나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 이성과 감정을 적절히 절제할 줄 알면서도 어느 순간 분노를 터트릴 줄 아는 사람이다.

 - 암살당한 뒤 마지막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촛불이 인상적이었다. 

 -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 하비밀크 선거를 지원한 사람 중에 레즈비언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진출이 가로막혀있던 시대이다 보니 당시 분위기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선구자와 같은 사람이다.

 - 게이라는 용어를 직접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게이 기업가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고 화를 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약 성소수자 정치인이 된다면 이것만은 만들겠습니다.

* 날토의 공약 *

  1.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2. 학교나 회사에서 성교육 시간을 확대하겠습니다.

  3. 기독교단체와의 화해를 추진하겠습니다.

  4.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부서를 만들겠습니다.

  5. 청소년 노동이 쉬워지도록 하겠습니다.


 * 리아의 공약

  1. 재수생 따위는 생기지 않도록 입시 제도를 폐지하겠습니다.

  2. 여자에게 외박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남자가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겠습니다.

  4. 대학졸업 후 모든 졸업생들에게 100% 취업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앤의 공약

  1. 1주일 2시간 이상 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 학생들에게 명찰 착용을 하지 않을 자유를 주겠습니다.

  3. 19세 미만 연령에 제한을 폐지하고 콘돔 판매 연령을 낮추겠습니다.

  4. 모든 분야의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평범한 인간의 공약

  1. 청소년들에게도 선거권을!

  2. 이성애가 판치는 교과서를 개정하겠습니다.

  3. 선생님이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찌난의 공약

  1. 학교에서의 차별과 폭력이 사라지도록 교육하겠습니다.

  2. 교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유니섹스 화장실을 도입하겠습니다.

  4. 청소년들이 10시 이후에도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을 만들겠습니다.


 * 천년백작의 공약

  1. 도덕교과서와 보건교육에 제대로 된 성교육 내용을 포함시키겠습니다.

  2. 군대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에이즈 약값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 공공시설에서 게이잡지가 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빈이의 공약 *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 대안교육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성범죄 처벌을 강화하겠습니다.

  4. 최저임금을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5.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겠습니다.

  6. 학교에서 두발, 복장의 자유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머핀의 공약

  1. 청소년 권리를 확대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권, 학생회 권리확대)

  2. 교육을 개혁하겠습니다. (다양성과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 강화)

  3. 서민부담이 덜 수 있게 국가 수입, 지출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습니다. 

  4. 노인복지를 강화시키고 대중교통요금을 인하시키겠습니다.


그 외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최저임금법 제정, 일일/주간 노동시간 개정, 대학등록금 인하, 성소수자 중고등학교 설립, 성소수자 실버센터 설립, 주거/의료/교육 무상화, 사형제 유지 등이 발표되었습니다.

 


 * 지면상의 이유로 청소년 참가자들이 제출한 공약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공약이 발표될 때마다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를 사랑하겠다’ ‘청소년들에게도 콘돔판매’라는 공약이 발표되었을 때는 모두 함께 웃으며 지지를 보내줬고, ‘입시제도 폐지’와 ‘성교육 시간 확대’라는 공약이 발표될 때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으며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라는 공약이 발표될 때는 유지와 폐지 입장으로 나뉘어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공약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왜 그런 공약을 작성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보냈다.


성소수자 정치인이 정말 당선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그녀로 인해 이 모든 공약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참가자들 역시 지금 당장 바꾸고 싶거나 만들고 싶었던 내용으로 작성했을 것이다. 놀랐던 점을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는 막연하게 학교를 대부분이 다니는 있는 청소년들 이다보니, 자기 생활을 바꿀 수 있는 공약을 중심으로 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지개 놀토반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자신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약뿐만 아니라 현재 문제되고 있는 사회쟁점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바라는 공약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성소수자 정치인이 한 명 등장한다고 공약을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부터 공약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함께 토론하고 행동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1. 2009.09.15 22:16 [Edit/Del] [Reply]
    으아아아 재밌었겠다 ㅠㅠ...

    저도 가고싶었어요 ; ㅅ;
  2. 2009.09.16 15:41 [Edit/Del] [Reply]
    진짜 재밌었겠다 ㅠ // 오타정정!! "공약을 소개된 점" -> "공약을 소개한 점"
  3. 평인
    2009.09.16 19:45 [Edit/Del] [Reply]
    난 저거 말고도 엄청나게 공감을 얻은 공약이 있었는데... 생각이 안난다. 쩝, 어쨋든
    정말로 의미있던 시간이였습니다 ^^~ ㅎ
  4. 홍 신애
    2009.09.16 21:25 [Edit/Del] [Reply]
    아, 하비밀크 정말 감명깊게 봤습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함께 있고싶었는데 시간이 허락해주질 못했네요 ㅠㅠ
  5. 정욜
    2009.09.17 11:44 [Edit/Del] [Reply]
    옆님. 오타정정 감사해요! 다시 수정했습니다.
  6. 2009.09.17 23:06 [Edit/Del] [Reply]
    개인적인 꿈 이기도 한데. 성소수자 정치인. 과연 될 수 있을라나...
  7. 나라
    2009.09.18 11:51 [Edit/Del] [Reply]
    즐거운 시간이었죠. 공약 발표할 때 몇번은 흠칫 놀라기도 ㅎㅎㅎ
    무학놀을 하면서 청소년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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