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 후기를 쓰자니 처음 ‘동인련‘에 나왔을 때가 떠오른다. 2007년 6월 한창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수험생이던 내가 최초로 나간 성소수자 모임이었다. 포럼은 나에게 새로운 지적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한편으로는 용기의 근원이 되어 주었다. 다음 주에 모의고사가 있었는데도 청소년 섹션을 듣고 싶어서 일요일까지 나가서 포럼을 들을 정도로 매료 됐었으니까 말이다.


2년이나 지난 이번 포럼을 들으면서 참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에 쓴 ‘연대, 붉은 리본과의 연대를 말하다’라는 글에서도 연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잘 감이 오질 않던 ‘연대’가 이번 포럼을 들으면서 제대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포럼의 슬로건은 ‘여섯 활동가에게서 듣는 연대 이야기’였다. ‘동인련‘의 활동가의 발제를 비롯해 ’동인련‘과 함께 했던 다섯 단체의 활동가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청소년 섹션을 맡은 ‘청소년 활동가 네트워크’의 공현씨는 동인련이 요즘 주 관심사로 갖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의 정체된 지점을 이야기 해주었다. ‘차이를 차별하지 말라’는 기본적인 이야기에서 아직 크게 벗어나지 못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앞으로 교육제도 내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판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의 방향성을 잡는 것에서 ‘어리다’는 것으로 항상 발목 잡히는 지점을 풀어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발제였다.


인권 섹션에서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숙씨가 ‘연대가 목적이냐, 지향이냐, 가치냐, 도구냐’라는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다. 동인련과 연대하면서 ‘성적 권리’가 독자적인 인권으로 명시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면서 권리에 대한 언어화, 구체화,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는 경험을 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위기 및 사회적 권리 후퇴 상황에서 표면화 되지 못한 성소수자의 사회적 권리 후퇴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했다.


HIV/AIDS 섹션은 ‘나누리’ 활동가인 변진옥씨가 발제를 했다. 운동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동성애자의 입으로 HIV/AIDS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이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매우 놀랐다고 했다. 특히 했던 이야기 중 ‘동성애자 문제로 천착하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에서 다소 도외시 되는 문제’라는 이야기가 와 닿았다. 연대를 하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접점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감 받지 못하면 어떡해야 하는가?’라는 걱정들이 들면서 내부의 문제에만 고착화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동성애자를 위한 운동이면서 동성애자에 의한 운동’을 지켜나가는 것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였다. 동인련이 HIV/AIDS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새로운 지점을 발견발견발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자기를 위한 운동만 하면 고립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면서 더 큰 운동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번 포럼에서 내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큰 울림을 가진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 섹션의 발제를 한 ‘한기연’의 신하나씨는 연대가 ‘한기연의 터닝 포인트였다.’라는 말을 하면서 동인련과의 연대 경험을 이야기 했다. 육우당의 자살 사건을 통해 기독교 내에서 성소수자를 죄악시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보게 되고 ‘이단이 아니라 삼단, 사단으로 비춰질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고민을 하고 함께 해왔다는 이야기, 성서를 넘어선 활동, 집회의 참여, 전체적인 맥락 보기 등 한기연이 변화하게 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연대에 대한 이야기 중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나에게도 중요해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처럼 연대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안에서 교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필요하겠지만, ‘왜 중요할까?’라는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은 연대의 과정 속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함께 할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다보면, 결코 넓은 오지랖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주노조 섹션의 이정원씨 이야기도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억압에는 차이점이 있으나 연대를 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지지를 받지 않으면 대폭의 권리 신장은 어렵다.’, ‘억압받고 있다고 해서 다른 억압에 개방적이지는 않다.’ 등 기억에 남는 말을 많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 ‘내부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수성의 변화’라는 말이었다. 연대를 이끌어 내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변화를 정확하게 정의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주노조 이야기를 하면서 국내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보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면서 배척당한 경험을 들려주시면서 동인련이 그런 배척의 위험을 안고서도 연대를 시도하는 것이 정말 큰 노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동인련‘ 활동가인 욜씨는 지금까지 해온 연대 경험을 바탕으로 연대 운동 안에서의 효과들을 말해주었다. 동인련의 연대는 성소수자 위치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연대를 보내는 것이 내부의 가치가 어디로 향해 있는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노동자의 이슈가 노동자의 이슈로 끝나지 않고 성소수자의 이슈가 성소수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연대를 통한 외연의 확대는 커질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연대는 ‘모두의 운동’이 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좀 더 나은 사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연대를 한다. 모두에게 연대가 갖는 깊은 뜻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기에 이번 포럼에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Anima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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