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이 바뀐지도 벌써 두달여가 되어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의 경고음을 들으며, 미세먼지에도 잘 꺼내지 않던 마스크를 꺼내 쓰고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종일 관련 소식을 접한 날들 말이죠. 해마다 2-3월이면 떠들썩하게 모여 반가워하고 치열하게 논쟁했던 총회들은 줄줄이 미뤄지거나 대체되었고, 행성인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경험하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던 작지만 소중한 만남의 자리들 조차, 이제는 주저되고 거리를 두어야 할 상황이 되었지요.

언젠가부터 언론에서는 사람들의 소진을 걱정하기 시작했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모든게 시작되기도 전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로서 온전히 살아내는 것도 늘 도전이지만, 사회에서 나와 같은 이들에게 쏟아진 거부와 배제를 지켜보는 마음은 또 어땠던지. 의도치 않은 감염에 가해자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그와 같은 사람들을 묶어 바이러스와 동일시하는 모습에 우리는 무엇을 겹쳐보았던지. 높아진 스트레스를 추스릴 새도 없이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건만 어딘가에선 왜 오늘도 혐오는 나를 비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지. 비록 우리가 성소수자로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재난 상황에서 취약한 이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는 자신 뿐 아니라 소중한 벗들의 안녕을 걱정하게 합니다.

 

하지만 광장에 모일 수도 오붓한 자리를 만들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온라인에서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염려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행성인 노동권팀은 어디에나 있지만 또 보이지 않는 성소수자이며 노동자인 각자가 마주하는 지금의 이야기를 청해보았습니다.




“코로나 19로 달라진 일터” - 다니다니 (홍보 노동자, 레즈비언)

 

 

저는 오프라인 매장을 주 판매 채널로 가지고 대면 영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리점에서는 다른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그렇듯 판매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까요. 영업, 대리점 교육팀과 같은 다른 부서들은 업무가 비자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저희 부서는 야근 + 야근 + 야근. 대리점 사장님 각자가 고객분들께 카톡을 통해 제품 홍보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홍보 컨텐츠들이 이전보다 더 많이 필요하게 되기도 했고, 회사에서는 대리점 매출이 줄어드니 온라인 몰 매출이 중요하게 되어 디지털로 진행되는 홍보가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었지요.

 

코로나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마케팅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지만, 건강 업계이기 때문에 경쟁사 모두가 하는데 우리도 안 할 수 없고 적정 선을 지키며 어떻게 차별화 시킬지, 머리를 짜내는 요즈음입니다. 심리 치료나 명상 앱도 정신적 면역력으로 홍보하는 지금이니까요.

 

앞으로 세상은 BC(Before Corona), AC (After Corona)로 나뉘게 될거라더니, 그동안 열심히 일해도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는 디지털 마케팅, 언택트 마케팅 쪽에 관심이 적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큰 변화가 생긴 것이 아이러니 한데요. 이부분이 커지면 기존 오프라인 강사팀이나 영업관리팀의 필요가 줄어드는 영향을 받기에 부서간 서로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또 대리점 역시도 본사가 온라인 몰 영업에 집중하게 될까봐 예민해지고요.

 

이런 것이 비단 저희 업계에서만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사용하는 카드 회사는 앞으로 창구 없이 디지털로만 카드 신청 및 운영을 한다고 바뀌었더라고요. 관광, 은행, 교육계 등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산업과 체제에 변화가 생기고 그게 노동자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될까요? 필연적으로 변화할 것 같은 환경에 맞서 고용 보장,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워나가야 할지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무제” - HIV/AIDS 팀원

 

코로나 19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 강의는 비대면 강의로 수업이 이루어지며 사람들과의 접촉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실습 등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생활이 아직은 어색하다. 일상적인 생활을 무작정 기다리는 건 여전히 힘들다. 코로나 19 사태가 잘 마무리되어 모두가 코로나 19 이전의 삶을 살아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잘 계시나요? 저는 안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라미 (IT 노동자, 트랜스젠더)


안녕하세요.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에 있는 라미입니다. 저는 현재 IT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회사와 집과의 거리도 있고 지옥철이라 불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거리두기 시행으로 인해 지옥철이 조금은 한산해져서 출퇴근 시 조금은 편하게 다녔던것도 사실인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사망자 또한 늘면서 점점 문제가 심각하다고 깨닫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가족과 떨어지거나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한 공간에 꽤 많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밀집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사무실 내 온도 측정과 며칠 주기의 정기적 소독 그리고 사무실 내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시행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많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타인의 작은 기침소리에도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게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매체를 통한 확진자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확진자를 상대로 다수의 사람들이 역대 죄인처럼 여기며 반감을 보인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어쩌면 그 사람들도 피해자일뿐인데 꼭 가해자인것마냥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과 언행에 상처를 받고 있다 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코로나에 걸린 사실보다 다수의 그런 태도가 너무 견디기 힘들다고 입모아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저는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소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은 곧 저희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성소수자에 대해 열려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나 성별소수자라 불리는 트랜스젠더(그외 젠더퀴어 등등)들은 피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단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고 국가는 20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이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트랜스젠더는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깜깜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례가 있지만 대표적인 한 사례로 변희수하사 사건을 손꼽아 말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코로나로 힘든게 아닌 것처럼 우리는 성소수자라서 힘든게 결코 아닙니다.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개개인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요즘입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 마음 한 뜻으로 잘 이겨낼거라 믿습니다. 그럼 아무쪼록 건강 유념하시고 오늘 하루도 화이팅 입니다.

 


 

“안전하지 못한 노동자들” - 영민 (감정노동자, 게이)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 삶에서도 처음으로 재택근무라는 것을 하게 된지 벌써 한달 보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동과 개인적인 삶의 공간이 같아져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적응되었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저와 같은 감정노동자이지만 타의에 의해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도 분명 있을 것이고, 여건 상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도 매우 많지요. 동일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지급 개수에서 차별 받는 사례를 언론에서 접하게 되면 분노를 감추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의 기준은 추가 감염이나 전파가 현저히 줄어들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염성 질병을 포함한 모든 질병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 질병 예방할 권리 그리고 휴식, 휴가, 상담, 투약과 같이 질병 치료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충분히 제공받을 권리가 모두에게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극복이 아닐까요?

 

 


 

 

“낯설고도 오래된 일상” - 소유 (프로그래머, 게이·퀘스쳐너리)

 

몇 달간의 백수 생활을 정리하고, 2월부터 새 직장에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업무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져서 재택근무가 가능했는데, 단 신입사원은 동료와 업무를 익히기 위해 한동안 출퇴근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어요. 그런데 채 2주가 되기도 전 상황이 심각해져, 재택근무는 반강제가 되었고 저도 자연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확진자 동선 알림을 보면서 혹시 확진자가 되면 다녀간 단체들에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닌지 이런저런 상상으로 불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에서 일이라면 전에도 해봤고, 나름대로 노하우도 있었습니다. 일테면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들이나, 수시로 나의 업무 상황을 공유하면서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 같은 것들요. 하지만 좀처럼 해결하지 못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애를 써도 자주 뒤죽박죽이 되는 일상과 업무라던지, 일이 지연될 때면 생겨나는 업무 증명의 압박. 그리고 뭣보다도, 일하며 느끼는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업무를 위한 온라인 서비스들에선 불필요한 주의를 끌지 않고 소통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다 보니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게 그나마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은 여러 단체의 오프라인 활동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제 방에서 일합니다.)


사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이라면 일터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특별한 건 아닐 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차별과 혐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사회에서 동료와의 대화는 기대되기보다 오히려 불편하거나 위험한 것일 테니까요. 그래서 나에 대해 묻지 않는 일터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애당초 고용 단계에서 진입이 어려운 이들에게 있어서 대화의 필요성 같은 건 한가한 소리일 테지요. 그런데 모든 의사소통이 업무에 최적화되고 사적 대화가 완벽히 지양된 업무공간은 기업의 이해에 충실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의 제도 밖에서 불만을 얘기하고 문제의식을 쌓아나갈 기회가 줄어드니까요. 한편으로 그건 제가 성소수자 활동가로서 일터에서 느꼈던 벽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며 인터넷에는 홈족이니 언택트니 하는 기사와 광고가 많아졌습니다. 동시에 재택근무의 고충을 토로하는 왠지 낯익은 이야기들과, 고립과 소진에 대한 우려와 충고도 많아졌구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우리는 거리를 좁혀갈 수 있을까요? 사태 이전에도 하루하루 지치게 했던 세상의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요즘 들어 벗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하던 그 떠들썩한 밤들이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다른 글 보기 :

[코로나19와 성소수자] 코로나 사태 속에서 성소수자 노동자로 존재하기

코로나 19와 성소수자 노동자 - 벗들의 이야기 ①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