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용역’업체는 나를 원청에 ‘파견’시켜놓고 하나도 신경을 안 써요.” 사실 ‘용역’과 ‘파견’은 전혀 다른 뜻인데도 뒤섞여서 사용되고 있어다. 이 개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나 역시 취재 초기에는 애를 먹었다. ” <중간착취의 지옥도(남보라 외2인 지음), p60~61>.  취재 초기에 애를 먹은 필자처럼, 나도 글에 적힌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꽤나 긴 시간이 걸렸다. ‘용역업체’에서 노동자를 외부에 ‘파견’ 하는 것이 틀린 개념이란 말인가? 근데 또, 파견과 노동 관련 법에 중간착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책이 던지는 질문은 많았지만, 정작 책 속 노동자들의 삶은 혼란스러운 법률용어와 법적관계에 따라 흘러가고 있지 않았다. 책 속 노동자들의 삶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의 액수’의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어려운 법률용어들 사이에서, 중간착취로 떼어지는 돈도 그렇게 흘러가 없어지고 있었다.

 

 

책에 나온 노동자들을 대략 적게는 십만원 단위, 많게는 천만원 단위의 “중간착취”를 당한다. 중간착취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더라도 이들의 고용형태는 공통적으로 불안정하다. 위험한 노동환경 속에서 낮은급여를 받으며, 고용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불안한 환경속에서 노동을 한다. 몇 노동자들은 중간착취의 정도를 알고도, 사업장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합법적인 착복인 중간착취에 스스로를 맞추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이, 책에서 언급된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최근 기사에 따르면 올해 정규직 노동자는 지난해보다 9만 4천명 줄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64만명이 증가해,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8.4%로 역대 최대치(1) 라고 한다.

 

 

합법적인 중간착취를 당하는 통칭 ‘비정규직’들은 그 어느때보다 늘고 있고,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발생하는 산재사고 소식들도 연일 들려오고 있다. 비정규직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일까? 특히나, 믿을 것은 자신(자신의 돈, 능력, 가족 등)뿐인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믿으며, 착취의 고리를 끊어나갈 수 있을까? 어디론가 흘러가 사라진 급여처럼, 답이 없는 질문들이 책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온다.

 

<중간착취의 지옥도(2121, 글항아리), 남보라 외2 지음> 표지 디자인  

 

몇 노동자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2016년 “현대제철 불법파견” 사내 하청 노동자 161명 승소” 또한 노동자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에서 일해온 사내 하청 노동자 161명이 ‘현대제철 소속 노동자’ 라는 판결을 얻은 것이다. 원청이 직간접적으로 업무 지휘, 명령을 하고 인사, 근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점 등이 하청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위치를 “원청”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게 했다. 이들은 아마도 원청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고, 중간착취를 당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이들 말고, 현대제철 하청의 다른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판결을 계기로 ‘원청’은 ‘하청’에 관심을 끄기 시작했다. 그나마 하청 노동자들을 감시(보호라는 명목)하며 하청을 조종하던 역할을 내려놓은 것이다. 이는 하청이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중간착취를 더 활발히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해소가 되었던, 우선적인 비정규직 차별해소가 되었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들을 발판삼아 탐욕적인 이윤을 꾸려나가는 자본주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거친 생각이지만, 정규직-비정규직 대립구조 자체를 뛰어넘는 시도도 필요하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이윤중심의 체계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중간착취가 만연한 이윤중심의 생태계를 보완하려면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더욱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책의 추천사(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처럼, 더욱 많은 시민들이 “책을 읽은 독자에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가 되고, 다른 노동자의 말을 경청하고 연대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믿을 것은 자신뿐이라고 말하는 경쟁사회에서의 사회변화는, 연대하는 시민들의 힘을 통해서 마련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옥도의 세상을 바꾸는데 함께 하길 바래본다.

 

 

(1) 고용회복세 “뚜렷”하다더니, 비정규직 ‘역대 최대’ 800만명 (한겨레, 2021년 10월 26일)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6701.html?_fr=mt1#csidxcbd30dee6eea47989fdafa771f81c32

 

< 편집자 주 >
 
행성인 성소수자 노동권팀은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을 꾸준히 기록합니다. 기록은 쉽지 않습니다. 원래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아니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자 10월 노동권팀 모임은 노동과 관련된 책읽기 모임으로 진행했습니다.
10월 책읽기 모임에서는 행성인의 오랜 회원이 성소수자 노동권팀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추천해주었던 ‘중간착취의 지옥도’ 1~2장를 함께 읽었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화나고, 어떤 페이지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내용을 모드님께서 깔끔하게 요약해주셨습니다. 모드님의 글을 읽고 여러 궁금증이 생긴다면 ‘중간착취의 지옥도’를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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