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가 SPC 그룹 앞에서 단식을 왜 하냐고?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드는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소속은 어디일까? 당연히 파리바게뜨다. 그런데 그동안 파리바게뜨의 제빵사와 카페 기사는 파리바게뜨의 지시를 받으며 각 매장에서 노동했으나 협력 업체 소속이었다. 명백한 불법 파견이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은 말할 것도 없었다.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사와 카페 기사들은 인간답게 노동하며 행복하게 빵을 굽고 커피를 만들고 싶어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부도 불법파견을 인정했고 수백억의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파리바게뜨가 소속된 SPC 그룹은 수백억의 과태료를 내는 대신 노동조합과 제빵사와 카페 기사의 직접 고용과 임금 개선에 대한 내용을 담은 사회적 합의를 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미적지근하게 진행되는 사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노골적인 괴롭힘과 차별을 끊임없이 경험했다. 대놓고 진급을 누락하고, 복직하려면 탈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매장 앞에서 몇 시간씩 지켜보며 민주노총 탈퇴서를 받아갔다. 결국 많은 조합원이 탈퇴했다. 이에 파리바게뜨 지회 임종린 지회장은 SPC 그룹에 노동조합 탄압을 중단을 촉구하며 2022년 3월 28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나도 겪었어서
나는 병원 노동자이자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다.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들이 겪었을 상황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나는 거창한 꿈을 바라고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할당된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일찍 출근해서 바로 업무를 시작했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먹지 않아야 싸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점심은 10분 만에 먹고, 당장 내일 마무리 해야 될 업무 때문에 늦은 저녁에서야 퇴근했다. 병원은 원래 바빠 다들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반복하니까 마음과 몸이 지쳐 환자에 대한 애정이 말라버리는게 느껴졌다. 더불어 많은 동료가 병원을 떠났다. 그래서 환자가 인간답게 존재하는 병원, 노동자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했더니 삶이 바뀌었다. 괴롭힘과 차별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담백했다. 어땠냐고? 내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미워하는 수백명이 하루종일 침묵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수시로 문을 벌컥 열어 나의 노동을 감시했다. 정당하지 않은 온갖 이유로 시말서 작성을 강요받았다. 내가 연차만 사용하면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관리자가 있었다. 나때문에 동료들을 다른 지역으로 전근보낼거라는 말을 들었다. 야근을 많이 시켜서 시간외수당을 언급했더니, 자기 계발과 병원에 요구해야 할 사항도 구분 못하는 돈만 밝히는 사람 취급을 했다. 부서의 중요한 소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눈치껏 파악했다. 이제 승진은 꿈꾸지 못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에 애정을 보인 사람은 부서가 일방적으로 변경되었다. 부서의 조합원을 우수수 탈퇴시킨 ‘유능한’ 관리자는 부서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조합원들을 활활 태운다. 육아휴직을 간 동료는 복직을 앞두고 성의를 보여야 된다는 압박에 결국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출근할 때마다 책상에 노동조합 탈퇴서가 있던 동료는 결국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부서를 외주화시키겠다는 말에 동료는 결국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내가 널 얼마나 예뻐했냐며 너만 탈퇴하면 안되냐는 관리자의 애원에 동료는 결국 노동조합을 탈퇴했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일터는 분명 좋아졌다. 근데 참 아이러니하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노동 조건이 개선될수록 비조합원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병원을 다니는데 정작 조합원인 동료들은 더이상 못 버티겠다며 노동조합을 떠나거나 아예 병원을 떠났다. 지금도 많은 조합원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온갖 압박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어느 순간 헷갈리더라. 내가 대단한걸 요구했나? 점심 시간에 밥 좀 먹고 일하자는 게,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게 적정량의 병상을 운영하거나 직원을 늘리라는 게, 아프면 쉬게 해달라는 게, 퇴근도 하지 못하고 일했으면 정당하게 보상해달라는 게 그렇게 대단했나? 더욱 무서운건 스스로를 의심해버리는 순간이었다. 힘들어하는 조합원을 보면 마음이 무너진다. 나의 투쟁이, 아니 내가 틀렸나…? 파리바게뜨 지회의 투쟁을 지켜보는데 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파리바게뜨 지회 임종린 지회장에게 우리가 옳다는 말을 강하게 전하고 싶다.
이제 나는 포켓몬 빵을 사먹지 않을거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이긴다. 왜냐하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옳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파리크라상은 2011년~2020년동안 28조5171억원의 매출과 95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10년 동안 노동했던 제빵사의 연봉은 3000만원 수준이었다 빵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SPC 기업은 제빵사와 카페 기사에게 빵과 장미를 보장하라.
최근에 나는 포켓몬빵을 구입하려고 수많은 편의점을 떠돌아다녔다. SPC 기업과 파리바게뜨와 SPC삼립의 관계를 몰랐기 때문이다. SPC 그룹 참 크더라. SPC그룹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샤니, SPC삼립 등이 있다. 나는 누군가의 노동을 짓밟고 만든 빵으로 배를 채울 수 없다. 임종린 지회장의 단식 소식을 들은 날부터 나는 연대의 마음을 담아 포켓몬빵 구입을 중단했다. (엄마는 외계인, 던카치노, 꿀호떡도 안녕이다.) SPC 기업은 빵 만드는 회사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밥을 끊은 노동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뼈에 차갑게 새겨서 두고두고 반성해라.
과거 포켓몬은 어린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이젠 SPC 기업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 새로운 일터를 보여줄 때이다. 엄밀하게 말해 노동조합 존중하는 일터는 새로운 일터가 아니다, 당연한 일터다. 그러니 구질구질한 노동조합 탄압 그만하자. SPC 기업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단식을 시작한 임종린 지회장에게 연대의 마음을 가득 보낸다. 오늘도 섬처럼 나뉘어진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의 자부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 조합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분명 우리가 이긴다. 앞으로 봐도, 옆으로 봐도, 우리가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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