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아시아나케이오 = 코로나를 핑계로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 1호 사업장
2019년, COVID 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혔습니다. 청소를 해야 될 비행기가 없어지자 아시아나케이오는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강요했습니다. 소수 노조였던 민주노조를 지키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회사에게 무급 휴직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아시아나케이오는 해고라는 답으로 응답했습니다.
수백명의 노동자 중 몇명의 노동자는 두려움 대신 용기를 택했습니다. 벌써 700일도 지난 이야기입니다. 현재 해고 노동자들은 아시아나케이오를 상대로 복직을 요구하며 가열차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나케이오는 거대한 로펌을 선임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 예방을 핑계로 대부분의 집회가 막힌 상황에서 투쟁은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국가적으로 모임 인원부터 영업 시간까지 제한하던 시기였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투쟁 천막에서 함께 모여도 될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여러 두려움 속에서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매일 투쟁 천막을 지켰습니다. COVID 19와 해고, ‘생명과 생계의 위협에 맞서 싸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오늘 노동권팀은 아시아나 케이오 해고 노동자인 김계월 동지를 만났습니다.
김계월 동지를 만나다
슈미 🌈
안녕하세요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계월 동지 🛫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 김계월입니다. 제가 해고됐음을 알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소개합니다 💪
슈미 🌈
원래 아시아나케이오에선 어떤 노동을 하셨나요?
김계월 동지 🛫
아침에 첫 차타고 인천공항으로 출근했어요 👷♀️ 저는 스페셜 파트였거든요.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청소했죠. 나는 업무 시간 내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청소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 예를 들어서, 마포질 (*대걸레질) 을 하잖아요? 마포질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 비행기 뒷 쪽에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물건들이 무거우니까 뒤에서부터 쓱~ 닦았어요. 근데 나는 무조건 물건들을 전부 챙겨와서 앞쪽부터 꼼꼼하게 닦았죠. 그래서 회사에서 연장 근무하라 그러면 거부하면서도 당당했어요. 열심히 노동한다는 떳떳함이 있었거든요.
슈미 🌈
그나저나 마포질하는 물건이 그렇게 무거워요…? 😯
김계월 동지 🛫
내가 궁금해서 무게를 재보니까 4.65kg 였어요. 이걸 2개는 기본이고 3~4개 드는 일도 많았죠. 청소라는게 쉬워보이는게 그렇지가 않아요. 자기 몸을 혹사하는 작업이거든요. 몸이 고되니까 10명 입사하면 1명 남아요. 그래서 민주노조하면서 아시아나케이오하고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요구했죠. 마포질때문에 사람들이 파스를 덕지덕지 바르고 일한다고. 거기 나온 사람이 자기가 대책을 마련해준다고 했어요. 얼마 후에 마포질 용품을 옮겨주는 사람을 열 몇명 뽑았죠. 그러니까 일이 훨씬 수월해졌죠.
슈미 🌈
사람들이 되게 좋아했겠어요 👏 그러면 마포질처럼 일터에 변화를 만들었던 순간들이 또 있나요?
김계월 동지 🛫
비행기 객실 청소할 때, 불이 전부 꺼져있어요. 손전등에 의지해서 청소했어요. 어느 날은 이게 뭔가 싶었어요 🤷♀️ 안 보이는데 청소가 완벽하겠어요? 객실 소독할 때도 마스크도 없이 소독제를 뿌려서 청소했어요. 나는 조용히 회사 다니고 싶었는데 이런 것들이 자꾸 눈에 보이는거죠. 결국 관리자한테 이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소리치고 그랬죠. 사실 법도 모르는데 😉 근데 산업안전보건법이 몇 번 위반되면 회사에서 조사받는게 있나봐요. 그래서 회사에서 조금씩 조심했죠. 특히, 내가 출근하는 날엔 싹 지켰어요 (웃음) 나 덕분에 동료들이 깜깜한 비행기에서 청소하지 않게 되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 아! 임금이 덜 지급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것도 싸워서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전부 받았습니다.
투쟁을 시작하며
슈미 🌈
우와 💜 진짜 멋진 노동자였네요 💟 그러면.. 해고되던 날을 이야기해볼까요?
김계월 동지 🛫
여기는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나는 민주노조하는 사람으로서 대책없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에 싸인하지 않은거죠. 해고 된 날에 여기저기 가서 해고 만은 막아달라고 말했어요. 근데 코로나는 비극이야. 아무도 우리 말을 안 듣고, 농성장도 계속 철거되었어요. 그러다 지금 서울고용노동청 앞에 자리를 잡게 된거죠. 그사이에 지방노동위원회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라 판결도 받았어요. 현재 비행기 운항이 재개되면서 무급휴직부터 희망퇴직했던 사람까지 복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복직되었어요. 그렇지만, 민주노조 했던 사람들은 복직이 안된다는 태도죠. 그러니까 우리가 아직까지 거리에 있는거고..
슈미 🌈
이런 상황이 답답해요. 소송에서 이기기까지 진짜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근데 막상 이겨도 뭐가 달라지는게 없어요. 회사에서 묵묵부답이면 결국 답이 없잖아요. 요즘엔 어떤 하루를 보내세요?
김계월 동지 🛫
농성장이라는건 우리 끝까지 싸우기 위해 집을 지었어라는 메세지잖아요 🏕 7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농성장을 비운 적이 없어요. 요즘도 일상 투쟁을 계속 해요. 평일엔 금호아트홀, 김포 공항,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수요일마다 복직 기원 문화제를 해요. 해고라는게 기쁨 반, 슬픔 반이라고 생각해요. 해고 노동자의 삶은 고달프죠. 한편으론 해고가 되었기 때문에 예전의 김계월의 삶과 달라졌어요.
슈미 🌈
어떤 부분이요?
김계월 동지 🛫
아시아나케이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다니니까 나처럼 힘든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투쟁이 다른 해고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 그래서 투쟁을 멈출 수가 없죠. 한편으로는 연대를 통해서 사람을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나도 또다른 연대자가 되었어요 🤝 내 삶에서 봤을 때,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해고자가 꼭 나쁜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슈미 🌈
이런 생각을 하시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셨을 것같아요. 어떤 부분에선 김계월 동지에게 성소수자라는 존재가 낯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제가 성소수자 노동자라고 이야기하면 ‘엇..?’ 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요 🤧 성소수자 노동자가 아시아나케이오 투쟁에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김계월 동지 🛫
뉴스 기사를 통해 성소수자를 접한 적이 종종 있어요. 그동안 나는 성소수자의 삶을 막 들여다 본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다르다고 해서 다른 대접을 받아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게 안타까웠어요. 성소수자 노동자도 사람이잖아요. 아까 집회에서 발언을 해달라 그래서 ‘저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라서 해고 당했습니다.’ 라고 말했어요.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도 하지 못했겠죠. 음지에서 살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잖아요.
슈미 🌈
맞아요 😊 그게 중요한 것같아요. 모두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요즘 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심이 있어요. 근데 국회 앞 차별금지법 농성장에 가면 마음이 아파요. 마치 이런 사람은 차별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거든요 😠
김계월 동지 🛫
다양한 삶에서 차별은 끊임없이 있잖아요. 비정규직이라서, 여성이라서. 차별이 한정된게 아니잖아요 🙅♀️ 그러니까 우리가 차별금지법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이 세상이 밝은 사회, 평등한 사회가 되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슈미 🌈
오늘 인터뷰는 정말 밀도가 높네요.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비행기는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일터는 눈 밖에 난 노동자를 ‘원래 쫓아내도 되는 사람’ 으로 둔갑시킵니다. 변희수 하사가 성확정 수술을 받자 국방부는 그녀가 군대에 존재하면 안되는 이유를 54페이지나 작성하고 황급히 쫓아냈습니다. 김계월 동지는 무급 휴직 동의서에 싸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복직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업무 평가가 최하점이었다는 얼토당토 않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당당한 군인이 되고 싶었던 성소수자 노동자와 비행기 객실을 청소하며 뿌듯한을 느끼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다른 공간에서 우리는 같은 경험을 마주했습니다. 때로 우리는 입을 열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의 모든 시간을 부정당하고 찢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나의 승리가 나만의 승리가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두의 삶을 위해 한발자국 용기를 냈습니다. 그래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은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합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고작 몇 명의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기 위해 거대 로펌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시아나케이오는 거대 로펌이 아닌 해고 노동자들의 손을 잡았어야 합니다. 지금의 아시아나케이오를 만든 것은 수많은 청소 노동자들의 무릎 연골과 허리 디스크이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끝까지 싸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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