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동안 웹진 기획에 소홀히 참여했던 것이 미안했던 터라서 군말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쁜 한 해였다.
2009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에게 2009년은 위로가 필요했던 해였다. 모질었던 시간 속에서 무너져 내려가며 2009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에 나는 감성도 이성도 부족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내가 올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신경숙의 소설《엄마를 부탁해》였다. 물론 이 책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을 법도 하다. 어떤 문학적 성과라던가 혹은 문학적 위치 등을 논하는 것은 제외하고 싶다. 그냥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위로를 준 책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위로가 필요했던 2009년 한 해 동안,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던 책은 개중에 이 책만 한 것이 없었다.
올해는 신경숙을 유독 다시 기억하게 된 한 해였다. 소설론 강의를 들으면서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다시 읽어봐야 했고, 그것은 그 당시 신경숙의 감성과 예전에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서 감성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서 여전히 감성적이지만, 굳은 심지가 생긴 이 작가에 대한 내 현재의 감성이 문득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사실 굉장히 신파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 구조이다. 엄마가 실종됐고, 엄마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엄마도 한 인간이었고, 그 인간적 욕망을 지닌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유독 엄마에게 약한 감수성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기에, 이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받았고, 그 덕에 이 책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90년대를 멋지게 풍미했던 신경숙에게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이 살아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소설의 화자들이 변경되면서 그들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였는지를 끈끈하게 드러내는데, 작가의 필력은 이런데서 굳세게 드러난다. 여전히 화자는 감성적이고, 아련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그것은 독자들의 눈물로 보답된다.
밤을 새며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한동안 먹먹해진 가슴을 잡고 있었다. 엄마도 한 여성이었고 인간이었다는 평범한 진리와 거기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너무 평범했고, 너무 현실적이었지만, 그만큼 위로가 되는 감성이었다. 막연하게 빡빡한 일상을 이어오던 나에게 이 책은 현실적 위로를 선물했다. 언제나 위로할 곳을 찾던 나에게 문득 엄마의 무릎이 그리운 것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고, 그 엄마에게 내가 위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너무 쉽게 알려준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작가는 괜찮다는 말을 소곤하게 전달해주었다.
일상을 빡빡하게 이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신파건 뭐건 간에 진한 감수성 하나쯤을 울려줄만한 책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 감수성이 위로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수성을 찾는 일은 참 힘든 법이다.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사랑을 외치는 멜로드라마보다 주인공을 불치병으로 인해 죽게 만들어 눈물을 쥐어짜려 노력하는 영화보다 《엄마를 부탁해》는 좋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떤 배우들의 명연기보다 빛나고 다독거리는 문체로 당신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당신의 심장을 벌떡이게 하고, 당신의 눈물샘을 적셔줄 것이다. 그런 위로가 필요한 2009년이었고, 그런 위로가 필요한 2010년이 될 것이다. 당신에게 위로를 해 줄 이 책을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읽어본다면, 2010년은 괜찮은 위로 한번쯤 받고 가는 게 아닐까하면서, 이 책에게 위로를 부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욱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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