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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

[회원에세이] 12월 1일 HIV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 행성인과 함께한 1년

by 행성인 2022. 11. 26.

민지(행성인 HIV/AIDS인권팀)

 

 

제가 행성인을 만나게 된 지 딱 1년이 흘렀고, 올해에도 12월 1일 HIV 감염인 인권의 날이 다가오고 있는 늦은 가을입니다.

 

저는 2021년 성소수자 노동권 연속토론회를 통해 행성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3차 토론회에 참여해서 문제의식과 변화의 실마리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좋은 경험이었어서, 4차 토론회 '일하는 HIV 감염인, 당연한 사실에 익숙해지기'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HIV/AIDS에 대해서는 대학생 때 연합 학생회의 성과 재생산 건강/인권팀을 통해 U=U를 알리는 UCC를 만들고, 학생 대상의 포럼에서 'HIV에 대한 잘못된 상식 깨기'를 주제로 간단 퀴즈를 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의 활동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감염인 노동권을 제한하는 법과 규제에 대해 자세한 현황과 실제 사례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행성인에 HIV/AIDS인권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팀 송년회에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병원을 직장으로 두고 있어 HIV 예방약으로 불리는 PrEP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PrEP 적응증이 너무 좁아 실제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처방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감염내과 의사들이 말하는 것을 몇 차례 들은 적 있었습니다. PrEP에 대해 HIV/AIDS 운동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고, 물어 봤다가 '어려운 문제니 같이 고민하자'는 말을 듣고 HIV/AIDS 인권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송년회에서 이제 막 나타난 뉴페이스가 PrEP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을 때 상반기 회의를 다 거기에 써가면서 같이 그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팀을 만나 너무나 즐거웠고 많은 것을 함께 공부하고 생각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모두 즐겁게(?) 공부하고 고민하던 중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여러 HIV 약 및 PrEP을 생산하고 특허를 가지고 있는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참가 소식이 들려오면서 저의 활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팀 회의를 하며 '약값이 너무 비싸다' '특허를 가진 제약회사가 약값을 내리지 않는다' '제약회사는 질병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그걸 핑크워싱하려고 한다' 등의 문제의식이 팀에 자리잡혀 있는 상태였기에 모두 행동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다른 연대단체들과 길리어드의 참여를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행성인 HIV/AIDS팀과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의 공동 부스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도 함께 준비하고, 퀴즈 맞추기를 하기 위해 제약회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길리어드 부스 앞에 서 있는 등의 활동을 직접 하면서 너무 보람찬 퀴어문화축제를 보냈습니다. 항상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며 저도 부스 활동을 해 보고 싶었는데 행성인을 만나며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네요.

 

덕분에 하반기에는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까지 종종 참석하는 등 활동의 범위가 조금 더 넓어졌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하반기 동안 준비한 프로그램을 보여드리는 시간인 HIV 감염인 인권주간을 앞두고 모든 행사에 전체 출석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대학생 때 같이 'HIV에 대한 잘못된 상식 깨기' 프로그램을 했던 친구들과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 '나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 지금도 참여해! 같이 갈래?' 하고 자랑스럽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감염인 인권주간 행사에도 참석하며 저의 내년 목표는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해서 또다시 감염인 인권주간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조금씩 익숙해져가며 활동한 보람찬 한 해였습니다.

 

HIV/AIDS인권팀 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와 이야기를 실컷 하는 것도 너무 즐거웠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모두 어떻게 해야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성적 실천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HIV/AIDS는 혐오적 논리에서 흔히 ‘문란함’ ‘동성애’에 대한 처벌(!)로 여겨지는데, 그러한 혐오논리를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뛰어넘어 ‘즐거운 섹스’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즐거운 섹스’는 벌을 받아야 할 죄나 잘못이 아니며, 그 자체로 추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가치 있는 일입니다.

 

우리 팀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성적 실천의 많은 경계와 지형 위에서 고민하고 있으며, 이번 HIV 감염인인권주간 행사에서도 ‘퀴어 섹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오픈하우스)를 마련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