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
“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몸짓패입니다”
몸짓 공연 무대에 서면 몸짓패 소개를 이렇게 시작한다. 행성인 몸짓패 소모임에는 별도의 이름이 없다. 단체 명칭에 몸짓패의 활동 이유가 분명하게 녹아져 있어 별도의 상징적인 이름을 만들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 이름을 만들지 않은 것이 무던한 구성원 성향상 굳어져온 것도 있겠지만, 연대 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이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몸짓은 노동운동에서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통해 선동하는 문화예술운동이다. 행성인 몸짓패는 2013년도에 시작되었다. 몸짓패를 시작할 무렵 집회가 익숙한 행성인 회원들은 어렵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그렇지 않던 성소수자 회원들에게는 낯선 운동 방식으로 여겨지는 점이 재밌게 느껴졌다. 노동자 집회에서는 성소수자라는 낯선 존재들이 그들에게 익숙한 ‘몸짓’ 이라는 방식으로 연대하면서 서로의 의제를 연결할 수 있고, 성소수자 집회에서는 같은 성소수자라는 익숙한 이들이 ‘몸짓’이라는 낯선 방식으로 분위기를 고양시키면서 투쟁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이 매력적이었다.
2013년에 시작되었던 몸짓패는 2018년까지 활동하다가 몸짓패 구성원이 활동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더불어 엎진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가 확산하면서 활동을 멈췄다. 언젠가 모일 수 있으면 다시 모여보자고 했지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022년 12월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몸짓패가 꾸려지자마자 바쁘게 연습하고 2월에 두 번의 공연을 했다. 백기완 선생님 2주기 추모 문화제에서는 변희수 하사 이야기를 전하고, 엔진-콘딕 혼인신고 축하 파티에서는 성소수자의 혼인 평등을 이야기할 수 있어 나름 의미가 있었다.
몸짓패를 하면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몸짓패는 육우당 문화제,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에 항의하는 국방부 앞 집회 같은 성소수자 관련 행사부터 알바노조, 재능교육, 콜트콜텍, 메이데이, 두레방 같이 다양한 곳에 연대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전하고 연결되는 시간을 가졌었다. 올해 3.8 여성대회에서 두레방 언니들이 상을 받았는데, 보면서 함께 마음이 벅찼던 것은 그 때 두레방을 연대하고 응원하러 가서 느꼈던 환대와 연결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몸짓패가 새로 모이면서 이전 구성원이 거의 모두 모이게 된 것은 각자에게 몸짓패를 하면서 소중한 경험들이 좋게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새로 참여한 사람들이 많은데, 좋은 경험들을 더 많이 같이하고 싶다. 향후에는 창작 안무를 배우는 계획도 있고, 난이도 높은 몸짓을 장기 프로젝트로 가져가 보려는 계획도 있는데, 모로 가든 구성원이 더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해지지 않을까?
너무 진지하게만 쓴 것 같아서 덧붙이면, 나에게 몸짓패는 행성인 활동 중에 제일 많이 웃게 되는 활동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맞춰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같이 합을 맞추고 중간중간 장난 치는 연습 과정이 엄청 즐겁다. 몸짓패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길 바라며 2023년 행성인 몸짓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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