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모두의결혼)
지난 12월 4일부터 9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 결혼 전략 미팅(Asia Marriage Strategy Meeting)에 다녀왔다. 이 행사는 프리덤투메리 글로벌(Freedom to Marry Global)과 아프콤(APCOM, Asia-Pacific Coalition for Male Sexual Health)가 함께 주최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혼인평등을 쟁취하기 위한 워크샵이었다. 워크샵은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모두의결혼에서 활동하는 행성인 상근활동가 호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서연과 함께 다녀왔다.
태국 방문은 난생 처음이었고, 2박 3일간 영어로 된 워크샵을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혼 법제화가 된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동성혼이 가능하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아시아 지역에서 어떠한 혼인평등 활동이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런 상태로 ‘영어가 어려우면 그냥 웃어’라는 친구의 조언을 떠올리며 비행기를 탔다. 워크샵 본격 시작 하루 전 날 도착하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산책도 했다. 한국은 겨울인데 태국은 따뜻한 날씨여서 정말 말 그대로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었다.
워크샵 첫째 날, 첫 시간에 나라별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소개가 있었다.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다양한 종교, 문화, 정치, 경제적 상황 등의 맥락이 있는데, 성소수자 의제에서 그런 부분들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 지 알 수 있었다. 캠페인을 어떻게 조직하고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의사결정자에게 어떻게 닿을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사결정자들에게 권위와 책임을 부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리의 의제를 어떻게 전달하고 조직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다. 사회 운동에 대한 열정만 넘치고 방법론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첫째 날 워크샵을 통해 많이 배웠다. 내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잘 나누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워크샵 둘째 날에는 혼인평등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각 국가별로 만든 혼인평등 캠페인 영상이었다. 베트남의 경우, 종교가 불교인 집안에서 게이 커플의 결혼식이 그 영상이었다. 영상 속 주인공의 아버지가 자신의 조상에게 주인공의 파트너를 소개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퀴어 부부가 전통 가족주의에 편입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문화나 규범에 익숙한 아버지가 그 부부를 받아들이는 방식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핑크닷 캠페인(퀴어문화축제와 유사한 형식의 행사)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 나오는 출연자 중에 배우인 사람도 있다고 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성소수자 당사자인 배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비성소수자 배우가 성소수자를 연기하기도 했다는데, “이것도 어떤 교란과 전복의 한 형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워크샵 마지막 날 자원활동가 조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가 모두의결혼 캠페인에서 자원활동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을 고려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의 목표, 전략, 실천, 계획, 일정, 사무 등을 하는 것은 활동가의 역할이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자발적인 활동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실천들을 자원활동가를 구성하여 함께 진행하는 것이 더 큰 움직임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동성혼 법제화와 혼인평등을 위해 함께 활동을 고민하는 것을 시작해볼 수 있다는 기대로 가득채우며 워크샵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번 태국 출장에서 처음 해보는 것이 정말 많았다. 태국에 가는 것, 4박 5일 일정으로 워크샵에 참여하는 것, 외국어 사용 환경에 있는 것, 다른 나라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출장 기간 동안 지냈던 숙소가 너무 좋았고(수영장과 헬스장이 있었다), 음식도 맛있었고(맨날 같은 것만 먹어도 좋았다), 활동가들이 너무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리고 함께 출장을 간 호림님이 워크샵 내용도 한국어로 매일 정리해주시고, 서연님도 함께 사진 기록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출장 마지막 날에는 태국을 구경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서연님과 함께 방콕 왕궁과 함께 붙어 있는 사찰도 구경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궁이나 사찰의 지붕과 달리 뾰족하게 날 서 있는 건축물이 너무 아름다웠다. 2028년 월드 프라이드를 태국에서 한다고 하는데, 그 때에는 신혼여행으로 태국에 다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뜻 깊은 시간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벅차기도 하면서, 내가 다른 사람을 통해 배운 이 모든 내용과 마음을 한국에서 열심히 실천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의결혼을 통해 정말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모아서 한국에서 동성혼 법제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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