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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활동가 연재] 상임활동가의 사정

by 행성인 2025. 6. 22.

지오

 

광장의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고작 2개월이 좀 지났을 뿐인데 2년은 지난 것처럼 까마득해요. 광장에서 함께 했던 이들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이럴때 보면 좋을 전시를 하나 추천해요. “민주주의와 깃발전”이라는 전시입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이란 곳에서 진행중이에요. 사실 저는 이전까지 서울에 이런 박물관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저는 6월 초에 체제전환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 활동가들과 다녀왔어요. 전시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공간을 정말 잘 썼더라고요. 알차게 채집한 물건과 목소리들 곳곳의 기록들이 123일의 시간들을 촘촘하게 담고 있었어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깃발도 있고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진행했던 질문의 벽 기록들도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가장 좋은 건 건물 외벽에 붙은 광장의 깃발들이었어요. 밖에 서서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좀 웅장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전시는 8월 17일까지 진행되니 여유가 있죠. 안 보신 분들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광장을 기억할만한 책갈피도 얻을 수 있어요

 

 

 

오소리

 

새 식구를 맞이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것 같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장을 맡고 있던 이안이 7월부터 사무국의 새 일원이 됩니다. 정말 오랜만에 충원하는 새로운 상임활동가가 사무국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어지럽게 쌓여있던 사무 문서/자료들을 (겸사겸사) 정리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국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안의 긍정적 에너지가 사무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행성인 회원 여러분들도 새 상임활동가 이안을 반갑게 맞이해주시길 바라고, 이안과 함께 보다 활기차게 그려갈 행성인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남웅

 

행성인처럼 회원들이 후원뿐 아니라 활동도 함께 만들어가는 단체라면 느낄 거다. 어느 시점에 물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활동의 의욕을 갖고 찾아오는가를. 행성인에서 활동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소위 큰 물이 들어오던 시기는 2010년 경 FTA반대집회와 2017년 박근혜 탄핵정국이 그랬던 것 같다. 계엄 전후로 시국이 뒤숭숭하고 대선처럼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던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려온다. 서로 다른 정체성은 물론이고, 활동에 대한 의욕부터 요구와 인정, 과시의 마음과 야심까지 갖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단체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연결되고 관계가 만들어진다. 친밀함 만큼이나 견제와 경쟁이, 긴장과 불화가 생기고 더러는 불편한 일들도 일어나고 사건이 되기도 한다. 비밀이 공유되거나 누수되고, 안팎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대면하기도 한다.

 

상임활동가는 운동단체라는 커뮤니티의 성원이지만, 때론 관리자나 대표성을 갖는 역할을 기대받는다. 하여 단체의 정보가 환류되는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단체 기구들의 의사결정부터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과정까지도 다시 살피게 된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회원들의 활동 의욕과 단체의 리듬을 맞추고 역할을 분담하고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고려하게 되면 원치 않게 원칙을 찾고, 위계를 인지하며 단체 안에서 보수적인 역할을 점하는 순간들이 온다. 물론 원칙과 위계라는 것도 단체에서 구조적 문제를 대면하면서 머리가 터지도록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만든 것들이므로 부정적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무엇이며 성평등한 관계는 무엇일지 성찰한다.. 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럼에도 의사소통과 관계가 항상 이상적일수만은 없다는 문장을 지우지 않는다. 활동은 그저 지식과 선의로만 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일테면 마음의 품을 들여 듣는 노력만큼 관계의 선을 확인하고 듣는 일을 멈추고 개입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불편함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문제가 봉합되지 않은채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비화하거나 과장하기 쉬운 분위기를 경계하며 선 그을 수 있는 객관화의 '결기'(라고 써야만 한다 찬물을 끼얹는 일이니까)도 중요하다.

 

처음 행성인에 오는 누군가는 행성인이 다양한 모든 사람들을 받아줄 수 있는 공동체라고 이야기한다. 그건 단체와 성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환대해달라는 간접적 요구일지 모른다. 직장과 학교의 척박한 환경과는 다를 이상적 공동체로 상상되는 행성인은, 당연히 환대와 돌봄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세속의 규준과 제도로부터 분리되고 고립되거나 예외적인 공동체일 수도 없다. 단체가 모든 취약한 이들을 환대할 수 있는 공동체를 지향할지라도, 이상과 현실은 같을 수 없음을, 둘의 격차를 좁히는 노력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하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풀어내자는 메세지를 잘 빚어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타인을 돌보는 일과 나를 지키는 일, 그리고 사람 간 관계를 조율하는 일은 경중을 따지기 어렵다. 

 

이렇게 써놔도 양단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나의 가치로만 살 수 없는 것처럼, 활동도 외길로만 갈 수없다. 한때 힘든 시절을 겪었던 단체의 경험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양분으로 남는구나 얘기하면서도, 이 경험으로부터 얻은 배움들을 어떻게 재생산할 수 있을지를 또 생각하게 되는 활동가 인생,,,에서도 재미를 찾고 자신의 리듬을 지키는 일은 고민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확보하는게 요즘의 과제다. 

 

 

 

호림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27일 금요일까지 지난 한 주를 휴가로 보내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이후 올해 서울 퀴어퍼레이드까지 숨차게 달려온 무지개행동 사무국에서 휴무를 갖기로 결정한 것인데요. 요즘 두집살림(!)을 하고 있는 저는 행성인에도 연차를 내서 일주일의 휴식을 가졌습니다. 

 

올해는 행성인 근속 4년차, 원래대로라면 한 달의 안식휴가가 주어지는 해이기도 했는데요. 미리 예정되어 있던 무지개행동 사무국 반상근을 시작하기 전에 쓰려던 안식휴가는 광장과 함께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일주일 휴가가 각별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일을 하면서 보내지는 않았어요.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마트에서 장을 봐서 매일 세끼 식사를 요리해 먹었구요. 주 3일 운동을 했습니다. 친구와 아기를 보러 친구집에 다녀오고, 동생과 쇼핑을 하기도, 오랜만에 미용실을 가기도 했어요. 특별한 계획 없이 보낸 심심한 일상이었는데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별일없는 시간이 저에게 정말 필요했었나봐요. 

 

이제 주말이 지나고 나면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요. 다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겠지만, 지난 일주일의 일부가 여전히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끔은 직접 요리한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친구와 일 없이 만나는 시간 같은 것들요. 그런 일상의 휴식같은 시간들을 잘 챙기리라 다짐하며, 저는 다시 남은 시간을 쉬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