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위원장 미셸의 정당한 활동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 법원의 출국명령 집행정지 판결을 환영하며

이주노조 미셸위원장이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추방에 맞서 단식투쟁할 당시 연대하기 위해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들이 찾았다.


미셸 카투이라. 그의 이름은 유난히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진다.
필리핀 이주노동자이며 이주노조 위원장 미셸.
그리고 그는, 트랜스젠더이며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회원 미셸이다.

그런 미셸이 법무부로부터 3월 7일까지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그의 추방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연대했다. 각계 인사 1,200여 명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였고 1인 시위도 지속되었다. 국제적으로도 국제앰네스티는 긴급 탄원운동을 전개하였고,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항의 서한을 보냈다. 홍콩 등지에서도 항의집회가 개최되었다. 다행히 서울행정법원은 3월 2일 ‘근무처변경허가 취소처분, 체류기간 연장허가 취소처분, 출국명령처분’에 관하여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물론 본안 소송 판결 때까지로 유예된 것이지만 이주노조 위원장들이 번번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도 전에 쫓겨난 것을 보았을 때, 이번 판결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애초 미셸이 출국명령을 받게 된 이유는, 알려져 있다시피 미셸이 휴업중인 공장에 허위로 취업한 뒤 거짓으로 근무처 변경허가와 체류기간 연장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이 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셸은 이주노조 위원장으로 헌신적으로 투쟁해왔다. 작년 여름에는 G20을 빌미로 이주노동자를 단속 추방하는데 맞서 목숨을 걸고 한 달 간 단식농성을 벌였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이주노동자를 대표하여 탄압에 맞서왔다. 정부는 1대 위원장이었던 안와르부터 시작하여 까지만, 림부 토르너 등 역대 이주노조 위원장들을 모두 표적 단속하여 강제 출국시킨 바 있다. 때문에 고용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미셸마저 강제출국 시키겠다는 것은 이주노동자 운동을 끝까지 탄압하겠다는 정부의 비열한 의도이다. 아무리 겉으로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정말 미셸이 허위취업이라도 했다는 이야기인가? 그는 고용센터에 구직등록을 하고 사업장을 알선 받아 정식으로 취업한 이주노동자다. 그가 취업한, 구두수선을 주로 하는 ‘드림’이라는 일터에 일감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휴업상태에 놓인 것이 노동자 탓은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주노동자가 일하려면 고용주가 허가해야 하는 고용허가제 밖에 시행이 안 되는 국가에서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허위취업까지 했다고 하니, 그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이 정도 열정으로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치밀하게 조사했더라면,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이 일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억울한 상황 정도는 개선되었을 것이다. 홍세화씨가 한겨레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차라리 ‘이주노동자 주제에 무슨 노동운동이냐?’고 말한다면 그 솔직함으로 비열함과 치졸함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미셸은 우리에게 각별한 이주노동자 동지다. 물론 그동안 우리가 연대해온 이주노동자 한명 한명이 모두 각별하지만, 미셸은 어딘가 모르게 우리와 비슷한 부분을 공유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이주노조위원장이자 트랜스젠더인 미셸. 그 두 가지의 생경한 조합이 아무래도 낯설어 재차 확인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상당수가 이슬람교(몇몇 이슬람 국가들은 성소수자를 매우 가혹하게 탄압한다)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트랜스젠더인 미셸을 어떻게 이주노조의 대표로 받아들였을까? 아니, 그것을 떠나 이주노조 조합원들과 주변 활동가들이 그 사실을 존중해주었을까? 그리고 처음 만난 미셸은 작은 체구에 또렷하고도 온화한 눈매를 지닌 멋진 사람으로 기억된다. 우리는 미셸에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미셸은 동지들이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원장으로 나서면서 커밍아웃을 했고, 미셸은 이제 이주노동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어느새 이주노조 안에서 크게 개의치 않는 문제가 되었고, 단결과 연대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미셸의 커밍아웃은 우리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미셸과 이주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을 받은 것이다.

미셸은 그동안 실제로 성소수자 운동에 언제나 함께였다.

이른 아침이건, 먼 곳이건 가리지 않고 우리가 미셸을 부르면 달려왔다. 낙태단속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동성애 혐오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언제나 우리는 미셸과 함께였다. 심지어 동성애혐오로 죽어간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교회의 예배자리에서도 우린 미셸을 만났다. 미셸은 언제나 억압받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또 우리는 우리대로 단식농성중인 미셸을 응원하기 위해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플랑카드를 만들어 방문하고, 투쟁기금을 후원해달라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호소했으며, 10대 게이 친구들로 이루어진 ‘게이시대’는 명동성당 들머리 집회에서 멋지게 댄스를 선보여 이주노동자들에게 힘찬 지지를 보냈다. 미셸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벗이며 동지다.

미셸이 이주노동자이건, 필리핀사람이건, 트랜스젠더이건 그런 건 우리가 좋은 친구가 되는데 중요치 않다. 그러나 미셸이 이주민이기 때문에,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기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그 때는 그 사실들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는 그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연대한다. 그가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는 필리핀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지지하며, 그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이기에 더욱 옹호한다. 무엇보다 그가 이 사회의 정의와 평등을 위해 함께 맞서 싸우는 동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셸을 옹호한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인해 우리는 미셸과 함께 더 힘차게 싸울 기회가 생겼다. 남은 소송에서도 반드시 이겨서 미셸의 정당한 활동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제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평등하고 존엄하게 일할 권리, 이주노동자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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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_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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