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여성의날에 참가했어요] 여성의 날은 모두의 축제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작년 3월 처음으로 성소수자 노동권이라는 이야기를 들고 여성의 날에 참여하면서 변화된 것이 있습니다. 단지 집회에 한 번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의 날을 ‘현재적 의미’로 되새기고 ‘성소수자의 내용’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103년 전 여성노동자들이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길 위에 섰던 것처럼, 성소수자들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민주노총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하는 여성의 날 기획단에 동인련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읽게 될 자료집에 들어갈 내용을 고심해서 함께 만들었어요. 일터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았지만 일터에서 차별받고 있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실었답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여성대회의 주요 슬로건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어요. 호모포비아들은 마치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 양 호도하지만, 실은 차별금지법은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잖아요.

 

동인련은 따로 부스를 차리고 해외에서 벌어진 성소수자 노동권을 위한 다양한 사진들을 전시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등한 사랑! 평등한 권리!”를 외치는 예쁜 무지개 야옹이가 그려진 스티커도 만들고, 강제추방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주노조 위원장 미셀의 이야기를 담은 유인물도 찍었습니다. 여성대회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동인련도 알리고, 성소수자들이 여성의 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회원들이 많은 일을 분담하고 열심히 작업해서 완성된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우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부스에도 함께 참여하여 서명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했습니다.

                                   <사진설명 : 부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여성대회 당일. 조금 추웠지만 날씨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우리는 무거운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서둘러 시청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집회시작 한 시간 반 전에 도착했는데, 부지런한 단체들이 많아서 이미 집회장소 주변은 다양한 부스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여성대회가 점점 풍성해져가는 느낌이었어요. 자전거를 개조한 듯한 친환경 4인용 탈 것이 등장하여 팔당 농민들이 농사지은 배추를 팔고, 직장 성폭력 문제에 대한 서명을 받는가하면, 한 쪽에서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맞은편에서는 건설노동자들이 나와서 부스를 차렸습니다. 낙태에 대한 전시를 하는 곳도 있었고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 전시하기도 했지요.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입법청원을 받으면서 모금도 하고 무지개떡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동인련도 얼른 부스를 펼치고 이것저것 늘어놓으면서 사진 전시를 위한 이젤을 땅바닥에 열심히 고정시키기 시작했습니다. 하도 야외 부스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이제 회원들은 정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싶을 정도로 능숙하게 판을 펼쳐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목청껏 외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입법청원에 함께해 주세요~”

 

그 때 중년 여성들이 시원한 미소를 띠고 힘차게 집회장으로 들어오십니다. 바로 대학교 미화(청소)노동자들입니다. 우리는 힘껏 박수를 치고 환영했습니다. 그리고 상상해 봅니다. 저 분들도 아마 동성애에 대해 관대한 입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당신의 투쟁을 지지하고, 우리가 같은 입장에 서 있다면, 언젠가는 차이를 뛰어넘는 연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다양함이 넘실대는 여성대회에 참여하면 저도 모르게 그런 행복한 상상에 젖는답니다. 정말 해가 거듭될수록 여성대회에는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합니다. 그게 참 좋습니다. 지금 막 투쟁에 뛰어든 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단체로 나온 대학생들, 학생인권조례 서명을 열심히 받는 청소년들, 여성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크고 작은 여성단체의 활동가와 회원들, 진보정당의 당원들... 이들의 하모니가 한데 어우러져 그 어떤 집회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채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나 봅니다. 동인련 회원들도 부스를 지키는 짬짬이 이 곳 저 곳을 구경하며 열심히 참여하면서 집회를 즐깁니다. 어쩌면 그것이 여성의 힘일까요^^

                                                   <사진설명 : 해외 성소수자 노동권 사진전 모습>

동인련 부스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유인물도 받아보고 서명도 참여하고 버튼이나 책자, 기념품도 구입했습니다. 무엇보다 부스 옆으로 길게 설치한 성소수자 노동권 해외 사진전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옆에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작업장에서 성소수자와 이성애자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과 연대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사진설명 : 본대회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

본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단상에 올라 힘차게 발언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보며 여성의 날이 103년 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서 태어났음을 다시 실감했습니다. 최근 홍익대 미화노동자들이 학교의 멸시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에 저항하여 승리의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재능교육 노동자, 국민체육진흥공단 노동자, 보육 노동자, 반도체 공장의 끔찍함을 알리려는 활동가들이 차례로 나와, 노동조합 탄압, 무시, 성폭력, 끔찍한 산재, 최장노동시간 등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생생히 증언했습니다. 이들의 삶과 우리의 삶이 뭐가 다를까요? “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은 여성에게도 좋다”라고 외쳤던 작년을 떠올려 봅니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좋은 것은 성소수자에게도 좋은 것”이고 “여성에게 행해지는 불의는 성소수자에게도 분노할 일”인 것이 사실이겠죠. 그것이 연대의 원리이겠죠?

 

집회 말미쯤 알록달록 분장(?)을 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커다란 분홍색 판을 들고 등장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나온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즐겁게 춤을 추고 다양한 차별사례를 조금 어색한(!) 연기로 풀어냅니다. 어쩌면 집회에 참여한 천오백명 중 대다수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알고 있더라도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을 계기로 현장 노동자들도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자기 일처럼 나서서 제정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여성의 날은 이제 매년 기다려지는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풍성한 연대의 장이 펼쳐지기를, 이곳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평등의 세상을 상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경_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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