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레즈비언들은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을까? 레즈비언 온라인 커뮤니티는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나날이 심해지는 혐오세력의 공세에 회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목소리나 신분증 사진 등 까다로운 인증 때문에 가입을 망설이는 레즈비언도 많다. 가입이 쉬운 커뮤니티에는 글이 없거나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고, 큰 규모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커뮤니티들이 있는지, 연결될 수 있는 경로를 아는 것도 쉽지 않다. MTF 레즈비언 중 성별정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참여가 제한되기도 한다.
이에 레즈비언 혹은 여성 성소수자 타이틀로 레즈비언을 만나는 세 커뮤니티가 2016 LGBT 인권포럼에 모였다.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고, 만나려 하는지, 만나면 무엇을 하는지 등 질문과 더불어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레주파에서 활동하는 우야 님이 진행을 맡았고,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만다린 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성모임의 박장군 님, 레주파의 하레 님이 패널로 참여했다.
활동하고 있는 단체/ 커뮤니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만다린: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1994년 '한국여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에서 시작했고 2005년 현재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1994년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유통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끼리끼리'는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들이 그저 함께 모여있고 싶다고, 우리끼리 정말 안전하게 모여서 같이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해서 시작된 단체입니다.
박장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여성모임'은 원래 같은 이름의 소모임으로 운영되다 2013년에 이름을 유지하고 성격을 달리하여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즐겁게 모여서 놀았는데, 그러면서도 우리 권리를 찾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많아질지 고민되었습니다. 인권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느끼며 서로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영화도 보고 좌담회를 가져보자며 만들었습니다. 여기 섹션이 '레즈비언, 연결과 도전'이지만 사실상 저희 모임은 게이 남성을 제외한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다 올 수 있어요. 그런 포괄적인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레: 저희는 2005년 여성 이반 활동가를 위한 미디어 교육에서 라디오 교육을 받던 분들이 모여 만든 레즈비언 라디오 제작팀입니다. 그 해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 ‘마포 FM’이 개국을 했는데, 그때부터 같이 ‘L 양장점’이라는 이름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어요. 단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팀 '레주파'가 있고, 다음 카페에 온라인 청취자 커뮤니티가 따로 있어요. 제작팀뿐 아니라 청취자 끼리도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인권단체? 소모임?), 일단은 라디오 제작팀이 레주파다,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체, 커뮤니티를 꾸려가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만다린: 제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화 상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전화상담을 요청한 분이 계셨어요.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는 분이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그저 이야기라도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여자이고 싶으면서도 남자이고 싶고 여장을 하고 싶으면서도 그런 자신이 싫다며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을 말씀하셨죠. 그래서 본인이 어떤 것을 받아들이던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것을 선택한 것을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1시간 가량 통화했습니다. 그 후에 그분께 다시 전화 왔는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고,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 들어주며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며 우셨어요. 저는 상담 전화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얼른 끊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상담은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내치지 않는 것이 상담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박장군: 여성 모임에서 다섯 커플 정도가 탄생을 했어요. 문제는 커플이 되면 안 나오시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지난 1월 달에 트렌스젠더 세미나를 했는데요. 후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꽤 많은 부치 분들이 자신이 혹시 FTM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자기 정체성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지점들,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어요. 엠티에 놀러가서 게임 하고 노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요.
하레: 저희는 방송이다 보니 검열에 걸린 적이 있는데요. 저희 옛날에 게스트분이 보지라는 말을 사용한 적이 있었거든요. ‘우리 각자 보지를 봐야 한다’ 라고 하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말이죠. 또 저희도 주로 솔로 분들이 많이 듣고, 커플이 되시면 소식이 없다가 헤어지면 다시 ‘헤어졌다’는 사연을 보내세요. 방송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레즈비언 상담소는 레즈비언만 상담을 받지 않고, 레즈비언 라디오에는 다양한 게스트가 출연하는데, 왜 레주파나 레즈비언 상담소는 ‘레즈비언’이라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나요?
하레: 저희도 어떤 청취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만들 것인지가 큰 고민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청취자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여성 성소수자들, 여성을 사랑하거나 여성으로 살아왔던 경험이 있거나 여성일 계획이거나 크게 경계를 두지 않고 여성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방송 하자고 이야기 해요. 사실 어떻게 이름을 지어야 할지도 고민인데, 아직까지는 레즈비언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면서 그 안에서 이야기를 넓혀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용하는 다음 카페는 주민등록번호가 2인 분들만 가입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관리 매뉴얼을 적용해야 이분들도 같이 즐길 수 있을 것인가 고민됩니다.
만다린: 발제문에 있듯 저희는 확정된 레즈비언의 범위가 어디인가, 단체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한국 레즈비언 상담소에서 레즈비언을 빼야하는 것 아니냐, 상담소를 빼야하는 것 아니냐, 멤버십은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폐쇄성도 고민하고 있고요.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게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서 차별받지 않기 위한 운동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즈비언들이 어쩌다 낙인의 대상이 되었는지 배경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범주들과 이름을 통해 사회를 보는 일은 유의미합니다. 즉, 레즈비언이라는 범주 자체를 아예 포기하지 않으며 유의미성을 살리고 상담소는 하나의 축으로 두며 여러 인권 활동들을 만들어 나가려 합니다.
향후 계획은 어떤가요?
박장군: 재밌고 쉽고 딱딱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무겁지 않게 흘러갈까 매 모임마다 고민을 해요. 최근에는 커뮤니티와 인권운동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운동의 문턱을 얼마만큼 낮출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참여자 분들 개인마다 인권 감수성도 다 다른데,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해진 활동 계획은 여름에는 MT를 가고, 9월에는 대학 성소수자 퀴어 모임들과 연계해서 체육대회를 열려고 해요. 앞으로 저희 계획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양한 단체와의 연결지점을 찾아가려고 하고요. 현재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토토밥을 하려고 계획중입니다.
만다린: '노크 프로젝트'를 준비중입니다. 벽장 속에 있는 분들의 자긍심 향상 프로그램 입니다. 또한 오픈 하우스 와 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모일 수 있는 날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노크 프로젝트 (총 2주차 집단 프로그램)
1부: 커밍아웃이나 호모포비아와 같이 성정체성에 대한 핵심적인 개념을 함께 배우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 자긍심 증진
‘성소수자 바로 알기’(1부 1주차), ‘커밍아웃과 아웃팀’(1부 2주차), ‘호모포비아와 이성애주의’(1부 3주차), ‘성소수자 권리 운동 역사 및 참여방법’(1부 4주차)
2부: 여성 성소수자로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지지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연습
‘커뮤니티 문화와 관계감수성’(2부 1주차), ‘성정체성과 사회생활’(2부 2주차), ‘성정체성과 원가족’(2부 3주차), ‘성정체성과 지지망 및 대안공동체’(2부 4주차)
하레: 저희는 계속해서 방송을 하겠죠. 이번 달에 새롭게 개편이 되었어요. 개편된 방송도 재미있을 거니까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올해는 '레즈의 소리를 찾아서' 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소리라도 상관이 없어요. ‘이 소리는 우야가 외롭다고 카톡을 보내는 소리입니다. 따닥따딱’ 같이 어떤 소리라도 주로 듣는 소리, 같이 공유하고 싶은 소리를 방송으로 나누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트위터나 메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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