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I 인권포럼: 청년 성소수자의 고군 분투기 웹자보

시진 (중앙대 사회학과 석사과정/노동당 성정치위원회)

지금 이 세대의 청년은 무엇을 하고 사는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많은 곳에서 '청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청년'을 소비하고는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청년으로 호명되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청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포괄할 수 있는가? 여기서 '나', '우리'는 배제되지 않았는가?

어찌보면 사소한 질문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경 부터 1월 까지 약 3개월 간 비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당사자 심층 면접을 진행하였다. 필자는 시스젠더 레즈비언-바이섹슈얼와 인터뷰를 하고, 헤테로섹슈얼 후죠[각주:1]정체성과 트랜스젠더 심층 면접 내용을 분석하였다. 물론 연구자가 심층면접부터 분석까지 모두를 일관성 있게 진행하는 편이 좋다. 하지만 단기간에 적은 인원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위와 같은 문제가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몇 가지 문제들이 머리 속에 남아있었던 지라 지면을 빌려 나누고자 한다.

 

#1. 삶을 드러내는 과정
퀴어로서의 삶을 묻는 작업은 개인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들춰내는 것일 수 있다. 과거 폭력의 경험, 배제의 기억을 떠올리고자 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 질문(혹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 내가 하는 질문이 혹여나 상처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질문을 잇지도 못한 기억이 난다. 이런 경우 연구의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또한 나는 무얼 위해 질문하는가?
 
#2. 다른 사람의 삶의 정리?
사실 인터뷰보다 더 힘들었던 건 분석을 할 때였다. 분석자료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보통 1-2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면 그 내용은 20페이지를 쉽게 넘어선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세 명을 상대로 두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으니(아쉽게도 한 명은 2차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해 이번 연구에선 누락되었다.) 그 양은 80페이지 이상 되었다. 만약 정체성이 ‘being’과 ‘becoming’(‘이다’와 ‘되다’)이라 한다면 연구 참여자들이 한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결은 정말 다채롭다. 연구자는 여러 정체성의 다양한 결 중 한 부분을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다. '나'라는 사람을 '이름' 하나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몇 번의 인터뷰가 그 사람의 삶을 온전하게 나타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지식  자체는 사람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에 연구자도 자신의 관점으로 대상/참여자를 관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혹여나 참여자의 삶을 내 구미대로 자르고, 편집하는 게 아닌가? 과연 나의 연구는 퀴어, 성소수자의 삶을 대변한다 말할 수 있는가?

비성소수자-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성소수자를 (LGBT)로만 인식하는 비율 비성소수자-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성소수자를 (LGBTAIQ)로만 인식하는 비율

필자는 아직 석사 과정생이고 연구에 관련해선 미숙한 부분이 많다. 특히 질적연구방법은 수련에 따라 역량이 달라지는지라 더욱 많은 경험을 요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다음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이메일 : klein89@naver.com

 

 

현주 (청년연구 연구책임자/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기획단 기술팀)
 
2014년 무지개농성을 경유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할 때 해당 공공기관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성소수자팀’을 만들게 되었다.

해당 업무를 관할하는 공무원에게 정책의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선행 연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청년 성소수자를 위한 연구는 찾기가 어려웠다. 마침 ‘청년허브’에서 청년 당사자의 삶에 관한 연구 공모가 올라왔고, 써낸 지원서가 운 좋게 뽑혔다.

함께 연구를 진행할 사람들을 만났다. 궁극적인 연구 목적은 서울시에서 살아가는 청년 성소수자들이 마치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엄연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청년이라는 생애 주기는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연구에서는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떻게 상황을 헤쳐 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주변의 활동가들을 인터뷰했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있었다. 인터뷰를 분석하기 위해 그들의 삶의 궤적을 계속해서 읽어야 했다. 시간이 3개월밖에 없어서 급하게 진행해야 했던 것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서울시 청년허브의 이름이 붙은 청년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의 결과보고서가 결국 나왔다는 점은 기쁜 일이다.

서울시에서 살아가는 청년 성소수자의 고군분투기를 발표하고 있는 발표자들

본 결과보고서는 서울시 청년허브 홈페이지 (http://www.youthhub.kr) 에 공개됩니다.

 

  1. ‘후죠시’를 줄여부른 말이다. ‘후죠시’는 일본어 ‘腐女子’의 독음으로 직역하자면 ‘썩은 여자’를 의미한다. 이는 일본에서 BL 문화를 즐기는 동인 여성들이 자기 스스로를 칭하는 속어로서 국내에도 통용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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