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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성소수자 인권포럼

[2016 LGBTI 인권포럼] 메갈리아와 게이 안의 여성 혐오

by 행성인 2016. 3. 13.

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솔직히 강연을 듣기 위해 들어갔을 때부터 많은 궁금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강의실이 가득 찬 것을 보고 역시 핫한 이슈구나 싶었다. 나도 잠시 메갈리아에서 활동했지만, 거기서 나오는 "ㄸㄲㅊ"같은 비하어에 굉장한 거부감을 느껴서 탈퇴한 이력이 있다. 동시에 트위터를 하면서 소수의 여성혐오적인 게이 남성을 봤고 이들에 대해 불쾌함을 느꼈다. 게이 남성이 여성의 몸매나 몸무게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짜증을 동반했다.


때문에 이 강의에 기대하고 있는 바가 컸고,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첫번째 발표자인 정현희씨의 발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정현희 씨에 따르면,  게이 남성의 성기는 ‘유용한 팔루스’, 즉 한남충을 "강간" 하고 "삽입"할 수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것은 "(남성)성기와 (여성)구멍을 상징체계를 뒤집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굉장히 재밌는 지점이었다. 메갈리아에는 "버자이나 덴타타" (이빨이 달린 보지) 관련 짤도 있고, 또는 파쿠(남미 어종으로, 해외에서 한 남성의 불알을 물어뜯었다는 도시전설이 있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사진(이 사례는 오유에서 "잉어딸", 즉 잉어의 입을 이용해 수간을 했다는 내용이 캡쳐되어 메갈리아에 올라오면서 더욱 더 광범위하게 퍼졌다)사진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많이 올라온 사진은 오유를 상징하는 캐릭터와 일베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서로 항문섹스를 하고 있는 것이었고, 이 외에도 정현희씨가 말씀하셨듯이 "한남충이 게이형님에게 박혀서 앙앙대는 것을 보고싶다" 등의 내용이 많이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기에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로 게이를 ‘남성을 강간하는 존재’로 보는 시선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게이를 이용해 "한남충"에게 본때를 보여준다는 서사에서 게이와 한남충의 성관계는 필연적으로 강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호모포비아 논리 중 하나이며, 항문섹스 그 자체를 둘러싼 터부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아직 이런 서사가 살아있다는 것이 조금 슬펐다. “한남충”간의 항문섹스는 희화화되고 더러운 것으로 표상된다. 이 역시 호모포비아적 논리 중 하나다. 호모포비아들이 항문섹스에 대해 늘 갖고 오는 논리가 "자연적이지 않다", "신체 기관을 용도에 맞게 쓰지 않는다"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ㄸㄲㅊ"이라는 비하용어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정현희씨는 "레즈비언 인권과 여성 인권"이라는 대목에서 어떻게 메갈리아에서 레즈비언 인권을 옹호했고, 이것이 레즈비언 페미니즘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했다. 레즈비언 페미니즘에서는 여성+성소수자라는 교차성과 특이성, 더 나아가 이성애적 규범과 가부장제의 문제를 연결했다면, 메갈리아에서 말하는 레즈비언에 대한 옹호는 이런 차이를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면서 "우리 모두 여성"이라는 주장을 더 부각시키고 여성 문제와 성소수자 문제를 개별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역시 메갈리아에서  활동하면서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다. 일례로 "나도 레즈가 되고 싶다"등의 게시글이 많이 올라왔었는데 많은 ‘헤테로’ 여성들이 레즈비언이 받는 억압과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즈비언이라고 한국 남성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나는 바이섹슈얼 여성으로서 팬섹슈얼과 함께 우리 존재가 다시 한 번 지워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들이 말하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여성 문제에 먼저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여성 성소수자/이주민 여성/성노동자 여성/트랜스 여성/장애 여성 (ㅂㅅ라는 단어의 사용을 가지고 메갈리아에서 게이 논쟁 이전에 또 한번의 큰 논쟁이 있었고, 트랜스 여성분이 쓴 메갈리아의 성기중심적 이분법에 대한 글이 굉장한 비추천을 받고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등 다른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의 차이와 이들이 겪는 억압의 교차성을 지우는 느낌이었다. 이는 또 다른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레즈비언들이 숭고한, 가부장제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비춰지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레즈비언은 여성과 관계하기 때문에 ‘한남충’과 ‘한남충적 사고’, 즉 가부장제적 사고에서 벗어난 존재로 표상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현실과 다르다.  

 

다음 발표자는 터울씨였고, 그는 게이 안의 여성혐오를 몇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헤테로 남성이 가지는 여성에 대한 억압적 시선을 고수하며 연애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것 같은 여성을 "된장녀/김치녀"등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경우. 둘째, 헤테로 남성과 달리 정상가족/연애관계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에 대해 질투하는 경우(연적으로 본다던지, 이들이 가부장제 안에서 인정받는 가족/연애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질투) 셋째, 게이들만의 공간을 침범하는 여성에 대한 거부감. 넷째, 실제 여성에 대한 원초적 거부감 등이 터울씨의 구분이었다. 그에 따르면 게이들의 관점은 '남성'집단에 편입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젠더적 처지에 대한 넋두리나 자조"이며, 이를 지적한 "여성 성소수자들의 비판은 지극히 당연한 문제제기"이고, 이것이 " '이성애자' 여성에게까지 표적으로 가시화된 것"이다. 또한 게이들이 가시화되면서 게이 문화와 그 일부에 녹아있는 여성혐오가 가시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 이다. 그리고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도 여성스러움에 대한 비하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성혐오가 여성성 혐오와도 연결된다는 지점에서,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점은 게이들의 보지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시선이 헤테로 남성들의 시선(보지를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보고 싶어하고 갈망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 있다고 한 발표에 동의한다. 하지만 난 그날 내내 과연 보지를 정상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보는 생각과 얼마나 다른가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전날에 내가 이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봤기 때문인가? 동시에 메갈리아에게 아쉬웠던 점을 내게서도 비슷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기중심적 성별이분법에 따라, 트랜스젠더들을 지워버리는 트랜스포빅한 시선 말이다. 보지를 가진 남성들도 있고, 자지를 가진 여성들도 있다. 그리고 젠더퀴어들도 있다. 이런 사실을 상기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여성혐오, 호모포비아, 그리고 트랜스포비아를 각각 극복할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