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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③]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 인섭님

by 행성인 2017. 2. 10.

행성인 웹진 '랑'에서는 11월호부터 '성소수자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연대 활동이나 큰 행사 등에서 성소수자 단체들이 함께 만나지만, 각 단체의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 외에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여 웹진 '랑'은 성소수자 단체 상임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구독자 분들께 여러 성소수자 단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만남 세 번째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인섭님입니다. 

 

1편 보러가기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①] 한국레즈비언상담소 - 만다린님

2편 보러가기 [단체 상임활동가와의 만남 ②]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 낙타님

 

 

인터뷰 받은 사람: 인섭(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인터뷰 한 사람: 오소리,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오소리: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인섭: 저는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상담지원팀장이라는 업무를 하고 있는 이인섭이고요. 네, 그렇습니다. (웃음)

 


내겐 정말 중요한 일이었어요 – 보험회사 직원에서 띵동 상임활동가가 되기까지

 

띵동 상임활동가 인섭, 인터뷰는 띵동에서 진행되었다.

 

오소리: 띵동에서 활동한지는 몇 년 되신 거죠?

 

인섭: 이제 3년차. 이제 막 2년이 지났네요.

 

오소리: 그 이전에는 어떤 활동 혹은 일을 하셨나요?

 

인섭: 저는 여러 가지 일을 되게 많이 해가지고. NGO 관련된 일은 군인권센터라든지, 인권정책연구소 같은 단체에서 일을 했고요. 그 전에는 회사 다녔어요. 3년 다니고. 그 전에는 외주제작업체에서 EBS ‘세계테마기행’ 조연출도 하고.

 

오소리: 아 그랬어요? 오, 몰랐네. (웃음)

 

인섭: 되게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캐나다 이민도 시도 했었고.

 

오소리: 아 정말요?

 

인섭: 트뤼도가 총리될지 모르고 포기하고 왔는데. 캐나다 이민 포기하고 나서 1년 반 지나서 트뤼도가 총리가 되더라고요. 계속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럼 지금 애인을 못 만났겠지.

 

오소리: 전화위복. (웃음)

 

인섭: 그 전에는 대학 성소수자모임 대표도 잠깐 했고요.

 

오소리: 활동이나 직업 외에 주로 어떤 것에 관심이 있었나요?

 

인섭: 저는 너무 잡다한, 다양한 관심사가 많아서. 전공은 국어국문학인데, 처음에는 방송 일 같은 거 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게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잘할 수 있는 일이랑 좋아하는 일이 사람들 많이 만나는 것이라 그런 쪽으로 뭔가 계속 하다가, 돈을 벌어야겠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회사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 너무 다르잖아요. 저는 보험회사에서 영업관리자를 했는데, 보험 상품이라는 게 이성애 가족 중심의 철학이 굉장히 집약되어 있는 상품이거든요. 종신보험 이런 거, 뭐 가장 부재 시에. 이런 거잖아요 사실. 이게 이성애 가족주의를 설파해야 되는 직업인 거죠. 너무 하기 싫으니까 어떻게 하면 안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NGO 쪽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네요. NGO 활동가를 꼭 하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하게 된 건 아니고. 인생이 흘러가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오소리: 하셨던 일들이 되게 많은데, 그런 것들이 이제 청소년 분야는 아닌 거잖아요. 어떻게 띵동에서 활동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거든요.

 

인섭: 원래는 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다 보니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과외도 하고 했는데, 전공하는 분들 중에는 교사로 커리어를 가져가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저는 전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청소년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어요. 저는 청소년을 잘 모를 것 같고. 그랬는데 성소수자 운동 안에서는 청소년 이슈가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어요. 내가 할 일은 아니지만. (웃음)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청소년, HIV. 뭐 이런 일들. 다 행성인이 하고 있는 것들이네요. (웃음) 인권정책연구소라는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당시 띵동의 전 이름인 ‘무지개 청소년 세이프 스페이스’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후원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후원하고 계속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보다 보니까 그냥 후원을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동으로써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띵동을 준비하고 계시던, 현재 저희 운영위원장 하고 있는 정욜님과 안면이 있어서, 제가 혹시 상임활동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드렸죠. 원래 띵동에 제가 올 수 있는 자리가 없었어요, 예산상으로. 그런데 무리를 좀 해서 시작을 한 거죠.

 

오소리: 아까 청소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선뜻 먼저 하겠다고 말씀을 꺼내신 거예요?

 

인섭: 저는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라든지 아니면 성소수자 인권 상황이 나아지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고. 예를 들면, 성소수자 정치세력화라든지 이런 것도 뭐 학교 다닐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뭔가 운동 자체가 잘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에 대한 그런 바람이 항상 있었는데, 띵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청소년 이슈라는 게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되게 중요한 이슈기도 하지만, 어떤 의제 면에서도 비성소수자들한테 호소력이 있는, 그런 분야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성소수자 운동이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이,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업무가 너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서 내가 무엇을 해야지’ 라는 게 이제 와서는 생겼지만, 처음에 띵동에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 이었어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오소리: 아까도 말씀하셨다시피, 들어오실 때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었잖아요. 그럼에도 정욜님이 인섭님께 띵동을 맡긴 것은, 무언가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섭: 처음에는 상담지원팀장의 역할로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직접 ‘내가 왜 같이 일하게 됐어요?’ 물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에는 저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고 정욜님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성소수자 인권운동 내에서 청소년 의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뭐 예를 들면 정책적으로도 함께 만들고, 실제 청소년을 만나는 일 이외에도 띵동에게 기대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청소년 의제에 대해서 띵동이 어떤 위치를 가지고 뭔가 발언을 할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런 지점을 본 게 아닌지. 당시에 같이 활동을 했던 사람이 지금 있는 류은찬 사무국장하고 박에디 활동가인데, 박에디 활동가가 친화력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를 직접 마크하고 대화를 하는 데 적합한 사람이라면, 류은찬 활동가는 조금 더 살림살이를 잘 하고 운영을 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고. 저는 좀 더 외부랑 연대를 한다든지, 정책을 생각해본다든지 이런 쪽으로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구성이 됐던 것 같은데, 계속해서 띵동에서 업무를 하다보니까, 또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새로 나타나게 되어서 지금은 상담과 지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편이에요.

 

오소리: 그렇게 해서 이제 띵동에서 활동을 하게 되셨는데, 일반 회사도 다니셨고, 군인권센터나 인권정책연구소 같은 NGO에서도 활동을 하셨지만, 그런 곳과 띵동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인섭: 일단 일반 회사와 NGO 자체가 너무 다르죠. 아까도 얘기 했듯이 일단 이성애 가족중심주의고 자본주의적이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치관적으로 맞지 않는 게 많았고. 더군다나제가 다녔던 일반 회사 같은 경우에는 사풍이 굉장히 여남 위계적이었고. 그런 면에서 좀 숨 막히는 직장이었어요. 군인권센터는 뭐 소장님도 성소수자고, 일하는 직원도 희한하게 성소수자들이 많이 일을 하고 있어서 이성애 중심적인 지점은 좀 없었는데, 인권정책연구소는 인권을 표방하는 단체니까 당연히 굉장히 성소수자 친화적이긴 하지만 일하시는 분들은 다 성소수자가 아니시고.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할 때보다 띵동에서 일을 할 때는 훨씬 끼도 많이 떨고 성소수자로서 뭔가 발산할 수 있는 그런 지점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인권정책연구소 일을 했을 때도 제 업무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높고 좋았는데, 뭐랄까, 나는 성소수자들과 일을 하고 싶다, 나의 퀴어성을 마구 뿜뿜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 있었고. 띵동은 그럴 수 있는 직장인 것 같아요.


 

이렇게 재미나게 일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2015 띵동 후원의 밤 행사 2015 띵동 후원의 밤 웹자보

이보다 더 재미날 수 있겠는가... (2015 띵동 후원의 밤, 사진 출처: 띵동 홈페이지)

 

오소리: 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띵동의 사무국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먼저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띵동 사무국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섭: 띵동 사무국은 4명의 상임활동가와 1명의 대표인데, 대표가 상근을 하시지는 않고요.

 

오소리: 아, 그 대표님이 사무국에도 들어가 있는 거군요.

 

인섭: 네, 사무국에 대표가. 사무국에 들어가 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기는 한데, 사무국 회의를 같이 하고 있어요. 이 구조를 정확하게 뭐라고 설명드리기는 어려운데, 그냥 사무국으로 생각을 해요. 어쨌든 대표랑, 사무국장, 3명의 활동가가 함께 사무국 회의를 하고. 지금 팀이 있는데 그게 조금 조정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들이 생겨서. 작년 같은 경우에는 상담지원을 제가, 재정이나 회계 운영을 사무국장님이 하고, 그리고 홍보라든지, 후원회원 관리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박에디 활동가가 전담을 하는 그런 구조였는데. 올해는 이거를 어떻게 다시 재배치를 할까 고민 중이에요. 제가 상담지원팀장인 것은 변함이 없을 것 같은데, 다른 부분들은 어떻게 이름을 붙일지 아직 확정 되지는 않았고요. 지금 변화 중에 있어요.

 

오소리: 얼마 전 상임활동가 한 분이 충원되었잖아요. 상임활동가를 선정할 때 과정이나 기준 같은 게 있을 것 같아요.

 

인섭: 띵동이 처음 시작될 때에는 어떤 공식적인 채용 과정을 갖진 않았고. 어떤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를 기획 단계에 계신 분들이 물색해서 제안하고 함께 결의하고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됐던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으로 공고를 통해 채용을 했던 게 지금 보통 활동가님. 작년 여름부터 활동을 하고 계신데, 이분은 박에디 활동가님의 후임으로서 채용을 하게 된 거예요. 트랜스젠더 활동가가 좀 드문 편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비시스젠더 활동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지원자를 우대한다는 취지로 지원 공고를 냈어요. 당시 채용과정에서 사무국이 전혀 관여하지 않고 운영위원회 중 인사위원회를 꾸려서 면접 보고 채용을 했고요.

 

12월부터 같이 활동하고 있는 상훈 활동가님 같은 경우에는, 띵동이 2017년도에 HIV 감염인 청소년 지원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공채라기보다는 특채가 되신 거고. 감염인 당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감염인 청소년들한테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되게 필요하고 적합한 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저희가 제안을 했던 걸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오소리: 실제로 같이 부대끼면서 일을 하는 건 사무국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보통님 채용과정에서 사무국은 전혀 관여를 하지 않은 거예요?

 

인섭: 네, 오히려 문제가 무엇이었냐면, 성소수자 바닥이라고 해야 할까요, 좁아서. 지원해주시는 분들 중에 사무국원들이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게 좀 문제가 되겠더라고요. 객관적으로 우리가 지인들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조금 곤란한 지점이 있는데다가, 개인적으로 어떤 뭐랄까 서운할 수도 있잖아요. (웃음) 너무 친한 친구인데. 차라리 뭔가 외부에 인사위원회랑 하는 게 훨씬 좋겠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을 했죠.

 

오소리: 그렇게 해서 이제 상임활동가가 4인 체제인 거죠. 그런데 띵동의 재정상, 4인 체제는 조금 무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HIV/AIDS 관련 활동을 하는 데 새 상임활동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조금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상임활동가를 충원한 데는 어떤 결의가 있었을 것 같아요.

 

인섭: 일단은 너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점이 중요하고요. 저희가 올해 사업을 계속 하면서도 홍보를 하겠지만, 전세계적으로 HIV 감염인의 수 증가 비율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데, 한국에서 10-20대 감염인 숫자의 증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거든요. 이건 좀 해결을 해야 되는 지점이 있다고 저희는 봤고, 여러 가지 면에서 복합적인 문제인데 그런 역할을 띵동이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정 면에서 사실은 아직 부담이 되는 지점이 맞아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게 올해면 끝나요. 내년부터는 순수하게 저희 예산으로만 모든 사업들을 운영해나가야 하는데, 현재의 재정 상태라면 불가능하거든요. 하지만 대표부터 시작해서 사무국 전반적으로, 재정에 맞춰가는 것보다는 목표에 맞춰서 활동하게 되었을 때 오히려 재정도 따라온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소리: 4인 체제로 한다고 했을 때, 반대는 전혀 없었어요?

 

인섭: 현재 상황으로는 무리가 맞는데, 예를 들면 제가 합류했을 때도 원래 예산보다는 좀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했고 그게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되고 있단 말이죠. 그 때 이 정도의 올해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더 많은 후원회원을 받아야 되고, 더 많은 기부를 받아야 된다는 것들을 목표를 잡고 시작을 했어요. 그래서 올해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저희가 청소년 지원뿐만 아니라 재정을 확충하는 데도 열심히 노력해야죠.

 

오소리: 지금 나와 있는 후원 배가 사업 같은 것 있나요?

 

인섭: 늘 후원 캠페인은 진행 중인데, 캠페인으로 인해서 폭발적으로 후원이 늘어나는 것도 있겠지만, 띵동이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청소년을 만나서 어떤 상담을 하고 어떤 지원을 했는지를 계속 알리는 게 띵동의 후원을 충원하는 길인 것 같아요. 이게 다른 단체들과의 다른 지점인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는 거잖아요. 운동단체가 생각이라든지, 뭐랄까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그런 지점이라면, 띵동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희 할 일을 잘 하고 잘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소리: 띵동 사무국 같은 경우 업무를 돌아가면서 담당하잖아요. 로테이션으로 맡다보면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인섭: 완전 체인지를 하지는 않구요. 저희가 갖고 있는 업무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잖아요. 저는 상담도 있고, 지원도 있고 거기에 덧붙여서 예를 들면, 해외 후원 관련 업무를 한다든지, 아니면 정책이나 법률 관련 부분들, 외부 단체 연대 같은 일들을 제가 하고 있다면, 다른 분들도 한 사람당 여섯 가지 정도씩 업무를 가지고 있어요. 그중의 일부들을 바꾸는 거예요. 제가 첫 해에는 띵동식당 업무를 했었어요. 띵동식당 업무랑, 지원 업무만. 상담 업무는 저의 파트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다음 해에는 띵동식당 업무가 박에디 활동가한테 가고, 저는 상담 업무를 가져오게 된 거고. 올해 같은 경우는 제가 상담이랑 지원 업무를 다 하고 있는데, 인력의 재배치상 자원활동가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제가 같이 담당을 하게 됐어요. 뭐 이런 식으로 일부의 업무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하고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사무국장 같은 경우에는 회계라든지, 그런 업무를 류은찬 활동가가 계속 하고 있고. 상담이랑 지원은 제가 계속 가져가고 있는 거고. 그 외 서로 다른 업무들을 경험해볼 수 있게 활동들을 나눠 가면서 하고 있어요. 신임 활동가분들한테는 띵동의 업무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업무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연초에 그 해 담당 업무를 조정하죠.

 

오소리: 보통 자기가 하던 일이면 익숙해서 잘 하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바꾸다보면 뭔가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인섭: 그렇죠.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한데. 일단 기본적으로 띵동은 다 같이 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상담은 전원이 다 하고 있어요. 왜냐면 청소년 상담하고 지원하는 기관에서 상임활동가가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경험은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외에 역량 강화 차원에서 배분되는 업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올해의 목표는 작은 규모라도 예결산을 본인들이 해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활동가들마다 액수는 다 달라요. 500만원인 사람도 있고, 2000만원인 사람도 있고 액수는 다 다르지만, 올해는 다 회계 경험을 해볼 수 있게. 왜냐하면 본인이 직접 결산을 해봐야 어떻게 사업이 진행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하니까요.

 

해외로 훌쩍 떠나버린 에디 (사진출처: 박에디 페이스북)

 

오소리: 얼마 전 띵동의 상임활동가였던 에디가 띵동 활동을 그만두셨어요. 띵동에서 에디 의 역할이 컸을 것 같은데, 에디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뭔가 부담 같은 게 느껴지지 않으셨어요?

 

인섭: 에디는 띵동의 큰 자산이고, 저는 아직도 그만한 활동가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에디 만큼 친화력 좋은 사람이 없고, 또 트랜스젠더들이 의지할 만한 언니, 누나가 없는데 괜찮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에디가 있었던 띵동과 에디가 아닌 보통, 상훈 활동가가 있는 띵동이 다른 색깔로 다른 의미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보통님이 뭐 에디처럼 ‘드립’을 하지는 않지만, 보통님 나름대로 되게 재밌게 청소년들이랑 상담을 잘 하고 계시거든요. 에디와는 다른 종류의 상담을 하고 계시고, 그게 나름 띵동의 색깔이 되는 것 같아요. 에디가 있는 동안 띵동 분위기를 잘 만들어놨기 때문에 그 이후 활동가들도 거기에 올라타서 같이 그 흐름을 잘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에디 활동가랑 보통 활동가 같은 경우에는 인수인계를 3개월 정도 같이 했어요. 뭐 그 정도 같이 했기 때문에, 에디의 드립력도 잘 전수가 된 것 같고.

 

오소리: 띵동은 상임활동가들끼리 밥도 같이 해먹고 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막연하게 사이가 좋을 것 같은 이미지가 그려지긴 해요. 그런데 반 년 만에 두 명이 새로 충원이 된 거잖아요. 인적구성이 확 바뀌었는데, 상임활동가들끼리 사이는 어떤가요?

 

인섭: 제가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웃음)

 

오소리: 오프더레코드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웃음)

 

인섭: 뭐 이 정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 갈등이 없는 집단이 어디 있겠어요. 다 갈등은 있죠. 같이 일하다보면 서운한 것도 생기고. 뭐 그런 일이 없었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래도 잘 꾸려온 것 같아요. 현재는 그런 일이 전혀 없지만, 서로 뭔가 뜻이 안 맞고 그래서 함께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분위기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신뢰가 가요. 이 사람들은 100% 다 죽이 척척 맞아가지고 뭐든지 서로 다 동의하고 너무 좋고 그런 건 아니지만. 애정이라든지 함께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너무 재밌어요. 제가 예전에 어디에 쓴 거 같은데, ‘이렇게 재미나게 일해본 적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띵동 활동에 대해 물어볼 때, 나는 여태까지 일했던 직장 중에는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좋은 것 같다고 해요. 오늘도 다 같이 앉아서 포켓몬고 얘기하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식사도 같이 해먹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 것도 뭐 좋고. 개인적인 얘기들도 많이 하고.


 

지금의 띵동이 있기까지

 

오소리: 띵동이 개소하고 활동을 준비하면서 다른 위기지원센터에서 자문도 받고, 아웃리치도 같이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과정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벤치마킹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인섭: 말씀하신 대로 많은 청소년 관련 기관들을 만났어요. 버스에서 거리 청소년들을 만나는 ‘이동형 쉼터’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많이 만나고 ‘성폭력 상담소’, ‘여성의 전화’, 성매매 단체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성매매 단체도 아웃리치를 하고 있거든요. 그 중에서 저희와 가장 많은 활동을 한 건 신림 지역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EXIT)’라는 곳이에요. 그 곳과 가장 많이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벤치마킹을 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왜냐하면 청소년 성소수자 아웃리치는 완전 개념이 달라요. 겉으로 성소수자라고 패싱이 되지는 않잖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요. 우리가 그냥 무작위로 거리에서 겉으로 보았을 때 나이가 어려보인다고 다 어프로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띵동만의 독자적인 아웃리치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가 있어요. 그런데 청소년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는 ‘엑시트’(EXIT)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청소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볼 것인가, 성소수자 라는 것을 빼고 ‘청소년’이라고만 놓고 보았을 때 영향을 좀 받은 것 같아요.

 

오소리: 국내에는 없지만 해외에는 청소년 성소수자 센터가 있잖아요. 해외에서 참고한 모델은 없나요?

 

인섭: ‘행성인’의 장병권 활동가와 ‘친구사이’ 이종걸 활동가가 뉴욕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에 다녀와서 저희에게 알려주신 부분도 있는데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서, 특히 나라의 제도나 법률이 달라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가이드북을 냈는데 어떻게 했는지 등은 앞으로라도 가능할 것 같아요.

 

띵동 조직도

 

오소리: 띵동의 구조에 대해서 여쭤볼까 하는데요. 운영위원회가 있고. 홈페이지에 보면 자문위원회가 조직도에 나와 있잖아요. 두 기구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섭: 운영위원회는 말 그대로 띵동 운영에 관련되어 있는, 띵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띵동의 살림에 관한 부분, 재정에 관한 부분,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자문위원회는 어떤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고 구성 중에 있어요. 저희가 업무를 하다보면 전문적인 의견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성범죄 관련된 사건이 접수가 된다든지, 의학적이거나 정신과적인 소견이 필요하다든지, 법률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든지 했을 때. 현재 자문위원회가 조직도에 올라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자문위원직 구성은 아직이고 이것도 차차 구성해나갈 예정이에요.

 

오소리: 행성인 같은 경우에는 운영위원회 안에 사무국도 다 포함 되어 있는 구조거든요. 띵동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인섭: 저희는 사무국 중 대표와 사무국장, 두 명만 운영위원회에 참여를 하고 있어요. 사무국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어요.

 

오소리: 다른 사무국원들은 운영회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건가요?

 

인섭: 사안에 따라서 참관 할 수도 있는데. 이게 어떤 지점이 있냐면, 띵동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물론 상담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긴 한데, 활동가들은 10시에서부터 10시까지 일을 한단 말이죠. 그러다보니 쉬프트 근무로 돌아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운영위원회까지 전원이 참석을 하게 되면 근무에 하중도 좀 있고. 그런 부분들도 좀 고려가 된 것 같아요.

 

오소리: 지난 6월 맞죠?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마쳤다고 알고 있어요. 등록한 이유가 무엇인지,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섭: 사실 제일 직접적인 이유는 기부금지정 대상단체가 돼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싶다는 게 제일 컸죠. 그런데 단체 고유번호증이 나온 날짜가 1월 7인가, 6일인가 그래요. 업무를 진행해보신 분들 알겠지만 이게 1년을 활동한 통장이 있어야 되거든요. 실제 활동은 그 전부터 했지만 띵동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통장이 1년에서 1주일 빠진 거예요. 그래서 작년에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그게 좀 모자라서 기부금지정 대상단체로 지정받질 못했어요. 올해 상반기 기부금지정 대상단체로 신청을 해서 지정을 받을 예정에 있어요.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관련 공지)

오소리: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기부금지정 단체로 지정이 되기 위해서 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많은 성소수자 단체들이 인권재단 사람을 통해서 CMS를 유지하고 있어요. 띵동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독자적인 CMS 체계를 갖추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소득공제가 안 되는 불편함도 있었고. 애초에 왜 독자적인 CMS 체계를 갖췄는지. 그런 이유가 궁금하거든요.

 

인섭: 이건, 정욜님, 너무 바쁘시겠지만 제가 좀 물어봐도 될까요? (웃음)

 

※ 편집자 주: 정욜님은 인터뷰가 진행된 띵동 사무실 한켠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정욜: 기부금영수증이 후원에 방해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 우리가 잘 못하는 것들(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을 그대로 드러내면 초기 단체이기 때문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후원도 하고 싶고 이런 거니까. 그런 조건에서, 나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했다손 치더라도 후원규모는 비슷하게 갔을 것 같아. 행정적인 번거로움 없이 아예 처음부터 빼고 한 번 쭉 가보자. 그런 생각이 있었죠. (웃음)

 

띵동 사무실

 

오소리: 현재 저희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띵동 사무실이 서울시 성북에 있잖아요. 성북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섭: 성북으로 오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서울 안에 지역운동 같은 게 잘 되어 있는 자치구들이 몇 개가 있잖아요. 마포라든지 관악이라든지 은평이라든지. 성북도 잘 되어 있거든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띵동이 막 만들어지던 당시에, 성북구청에서 주민참여예산이라고 해서 쓸 수 있는 돈이 있었는데, 성북 지역 활동가분들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진행하던 시점이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고려가 되어서 성북에 위치하게 된 게 있는데, 일단 성북구에서 주민참여예산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사업은 불용이 됐고. 그 이후에도 뭔가 함께 하려고 했던 여러 가지 것들이 혐오세력들에 의해서 많이 좌초가 됐죠. 그래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성북에 오긴 했지만, 의도가 충족 되진 않은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뭐 포켓스탑이랑 가까워서 좋아요. (웃음) 사무실에 앉아서도 몬스터볼을 모을 수 있죠.

 

오소리: 잠깐 얘기했던 건데, 성북구에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이 불용됐잖아요. 그게 성북 지역 교회들의 압박에 의해 그렇게 됐던 건데. 그런 교회들의 혐오 위협을 물리적으로 겪어본 적은 있나요?

 

인섭: 그런 적은 없고. 그때 성북구에서 그 이슈로 한창 뜨거웠을 때, 띵동이 있다는 걸 교회들이 알고는 있더라고요. 언급이 되었대요. 서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직접적인 위협은 없었고. 뭐랄까 그들에게 있어서도 되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어쨌든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이 직접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주소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있기는 해요. 그런 안전의 문제를 걱정해서요.

 

오소리: 성북지역 운동과 지금은 어떤 관계를 맺고 계신가요?

 

인섭: 사실 최근에는 함께 뭔가 해본 적은 없고요. 첫 해 같은 경우에는 예산 불용 사태를 함께 대응했던 그런 에너지로, 성북주민과 성소수자들이 함께 하는 그런 행사를 만들기도 했어요. 띵동만 한 건 아니고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과 함께 행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에는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고요. 아직은 좀 관망하고 있는 느낌인 것 같아요. 띵동 많이 후원해주시고 계세요. 띵동 생길 때 축하랑 응원을 해주셨던 분들이 많아요. 지금도 후원회원으로서 많은 분들이 띵동을 응원해주고 계시죠.

 

오소리: 그럼 앞으로 성북 지역운동과 같이 해보고 싶은 건 있으세요?

 

인섭: 그게 좀 고민이에요. 성북이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띵동이 갖는 역할이 지역운동으로 한정되기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에는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띵동이 위치는 서울에 있지만 전국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일들을 하다보니까. 지역에 국한되는 것 보다는 전국을 커버해야 되는 일들이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청소년들을 만나고 상담하고 지원하고

 

<띵동식당 토요일토요일은밥먹자>(이하 띵동식당) 프로그램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제 4회 무지개 콘텐츠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오소리: 그럼 이제 띵동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질문을 드려볼까 합니다. 띵동은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요?

 

인섭: 띵동은 상담과 지원을 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청소년 성소수자라면 누구든지 띵동에 연락을 할 수 있고요, 띵동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건 상담이 일반적인 경우이고, 그 이외에도 띵동식당이라든지 띵동포차라든지 이런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들을 만나기도 해요. 이게 청소년과 만남의 단계라면, 그 다음에는 지원의 단계가 있어요.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 청소년 분들이 필요한 게 있을 수도 있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단 말이죠. 그런 것들을 함께 이야기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띵동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거예요. 띵동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우선적으로는 상담. 그리고 띵동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침대가 두 개가 있어요. 그런데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낮잠만 잘 수 있고, 샤워실, 세탁기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각종 물품들, 속옷, 양말, 생리대, 콘돔, 기본적인 상비약 등을 이용하실 수 있고. 와서 식사하거나, 간식 같은 것들 드실 수 있고. 와이파이 쓰실 수 있고, 충전하실 수 있고 이런 시설들을 이용하시는 것도 있고. 이제 외부 자원과 연계하고 있는 것들은, 이제 본인이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면 저희가 미리 협력관계에 있는 병원들로 같이 동행해서 치료를 받기도 하고. 진료 이상의 어떤 의료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면 큰 병원에 가기도 하고. 그런 경우에는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되겠죠. 그 사람이 예를 들어 경제적인 상황이 되게 어렵다 그러면 병원의 사회사업실이랑 연결을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서 지원을 하는 과정들이 있고.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연결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자해, 자살이라든지, 우울이라든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되면 외부 상담 기관이랑 연계해서 심리 상담을 지원해드리기도 하고.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법률적인 조언을 주변 자원을 이용해서 지원해드리기도 하고. 주거 위기 같은 경우, 첫 해에는 저희가 쉼터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문제가 있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쉼터들을 많이 방문 하면서 쉼터들이랑 연계하는 방안이 생겼어요. 본인이 쉼터 입소에 긍정적이면 쉼터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같이 집을 찾아본다든지 그런 일들을 하고 있죠.

 

올해 띵동의 새로운 사업, ‘자몽 프로젝트’

 

오소리: 위기지원을 제외한 단체의 일상 사업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인섭: ‘띵동식당’과 ‘띵동포차’가 있어요. ‘띵동식당’은 한 달에 2번, 토요일마다 청소년 성소수자 10명을 초대해서 식사하고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요. ‘띵동포차’는 한 달에 1번, 종로 지역으로 가서 야간에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어요. 친구사이에서 사무실 대관을 제공받아서 만나고 있어요. 올해는 ‘띵동포차’는 한 달에 1번 그대로 하지만, 거리에서 아웃리치 1번을 더 할 거예요. 장소는 계속 바뀌고요. 거리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어떻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새로운 사업은 ‘자몽 프로젝트’라고, 함께 걷는 아이들이라는 청소년 사업을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청소년 자립을 돕는 사업을 하는 청소년 기관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자몽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저희가 올해 청소년 성소수자 자립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상반기 하반기에 1회씩 하게 될 것 같아요. 장소는 종로인데, 낙원동 길거리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오소리: 겉으로 청소년 성소수자인지 알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요?

 

인섭: 일단은 눈에 띄는 분부터 시작을 해야죠. 또 감이 있잖아요. 같은 성소수자로서. 그렇게 시작해서 그 분들로부터 알게 된 분들이나 소개받은 분들을 만나려고요. 사실 그것 말고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오소리: 종로가 게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는 한데, 실제로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종로에 많이 모이나요?

 

인섭: 요즘은 좀 덜한 것 같아요. 저희가 사업을 시작할 때, 그것이 화두였어요. 도대체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어디에서 모이는지가 화두에요. 특히 레즈비언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모이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최소한 종로에는 게이 청소년들이나 지정성별 남성 청소년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최근에 알게 된 것은 정말 법적 미성년자 청소년들은 홍대 쪽에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띵동식당 토토밥 (사진 출처, 띵동 홈페이지)

 

오소리: 띵동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띵동식당 토토밥이 있는데요. 참여 신청이 많다고 들었어요. 셰프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어떤 메뉴들이 인기가 있나요?

 

인섭: 셰프 선정 기준은 띵동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서 활동하고 있는 운영위원이나 후원회원들, 상임활동가들이나 자원 활동가분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되는 편이고요. 원래는 오픈을 해서 많은 분들의 신청을 받아볼까, 후원 하시는 분들을 늘릴 수 있는 통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한 해에 20~30번 정도 띵동 식당을 하고 있는데, 운영회원이나 상임활동가 분들을 제외한 분들 중 오시는 분들은 적은 것 같아요. 저희가 모집을 하고 있다기 보다 마침 그때 정해진 셰프 분들이 부족할 때 오실 수 있는 구조라서요. 올해는 ‘공식적으로 신청해주세요’ 하고 요청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존에 신청 받은 분들이 많아서요.

 

2년 동안 다 합치면 50번도 넘어서 기억이 잘 안 남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50여 번의 띵동식당 중에 맛이 없던 것은 한, 두 번 밖에 없어요. 채식을 하는 청소년 분들도 많지만 보통 고기 요리, 튀김 요리를 좋아해요. 채식을 하는 경우에는 저희가 별도로 준비해드리고 있어요.

 

띵동포차 (사진 출처, 띵동 홈페이지)

 

오소리: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 활동으로 띵동포차도 있는데요. 어떤 활동이고, 처음 취지는 무엇이었나요? 처음 취지에 부합하는 성과는 얻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인섭: 포맷 자체는 이동형 쉼터를 가져오려고 했어요. 원래 버스가 있으면 버스 주차를 해놓고, 천막을 쳐서 거리의 청소년 분들을 초대해서 간식도 먹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버스가 없고, 종로 지역에 버스를 주차했을 때, 그냥 청소년 쉼터도 싫어하는데,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더 싫어하지 않을까 싶어서 실내에서 하게 된 것이 친구사이 사무실이에요.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하다보니까 야간 종로 띵동 식당이 된 거에요. 사실상 띵동포차는 인원 제한이 없으니까, 띵동포차가 띵동식당처럼 운영이 되고 있기는 해요. 띵동을 이미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오는 경우가 많죠. 조금 퍼센테이지가 많은 편이에요. 70% 정도가 원래 띵동과 관계된 분이 오시고, 30% 정도만 거리에서 초대해서 오는 경우가 있죠. 저희의 처음 취지는 이 30%의 분들, 거리에서 만나서 오게 되는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게 처음 취지였는데 반 이상이 띵동식당처럼 이용을 하고 있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더 아웃리치를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물론 이것도 성과는 있어요. 많을 때에는 30명도 넘는 분이 오세요. 그런데 그것은 그것대로 정착이 되고 있으니, 정말 거리에서 띵동을 모르는 분들을 만나고자 우리가 무엇인가를 나눠주고 띵동에 초대해서 띵동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고자 아웃리치를 나가려는 거예요.

 

오소리: 띵동포차는 어쩌다 밤에 하게 된 거예요?

 

인섭: 청소년 성소수자로 추정되는 분들이 어디 많이 계신지 첫 해에 조사를 해보니 밤에 더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청소년 분들이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현재 그런 생활을 하는 청소년 분들보다는 낮에 생활을 하고 밤에 집에 가야 하는 청소년 분들이 많아서 현재는 그 시간을 앞당기는 게 나은가 싶어요.

 

오소리: 제가 아는 청소년들은 주로 밤에 활동 제약이 많아서 여쭤보았어요.

 

인섭: 그게 약간은 청소년들 중에서도 좀 더 거리 청소년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것은 앞으로 결정해나갈 사항이에요. 거리 청소년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 늦게 해도 되고, 더 일찍 들어가야 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 일찍 할 수도 있겠죠.

 

오소리: 종로나 이태원에 청소년 성소수자가 갈 수 있는 커뮤니티가 별로 없다고 알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섭: 성소수자 커뮤니티라기보다, 그냥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것인데요. 제가 청소년 관련 업무를 하면서 생긴 청소년 활동가로서의 좌우명은 비청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비청소년도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물론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안 되어있죠. 경향이라는 것도 있기는 한데,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그렇게 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 것 같아요.

 

2016년 띵동 후원의 밤, ‘띵가띵가’ 공연 (사진 출처, 띵동 홈페이지)

 

오소리: 띵동에는 ‘띵가띵가’라는 자원 활동가 제도가 있는데요. 운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요? 선정 기준이나 올해 계획도 궁금합니다.

 

인섭: 저희가 해야 하는 업무가 상임활동가만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띵동을 후원해주시는 분들 중에도 띵동에 더 기여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반영되어 띵가띵가 제도를 운영을 하게 되었어요. 인력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 있어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사업에는 자원활동가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거든요. 후원 행사를 준비하거나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하거나 띵동식당, 퀴어문화축제 같은 경우에는 많은 일손이 필요해요. 그 경우에 자원 활동가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이 있는 것이 가장 필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청소년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는 분인가 하는 부분을 체크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나이나, 경력, 학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히 1년간 정기적으로 활동하실 수 있는 분인지 그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살다보면 처음에는 의지가 있어도 상황적으로 그렇게 꾸준히 나오기 어렵잖아요. 2월에 모집 공고를 내서 3월에 같이 활동 시작하고 12월에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자원 활동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10개월여를 꾸준히 활동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중요해요.

 

오소리: 몇 명 정도 모집할 생각이세요?

 

인섭: 첫 해에 저희가 15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그 전부와 함께 끝까지 활동은 못했어요. 절반정도, 8명 정도 활동하셨어요. 작년에는 기존에 하셨던 분들과 추가로 6명 정도 더 오셨다가 지금도 7~8명 정도 남아계세요. 올해도 이 분들이 계속 하시겠다고 하면 추가로 더 모집할 것 같아요.

 

오소리: 선정 기준에 청소년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인지 설명해주세요.

 

인섭: 자원 활동가로 공고를 내는 숫자보다 더 많은 분들이 신청하세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어떤 분들이 더 적합한지 기준을 정했는데, 왜 청소년들과 함께 하고 싶은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보고 있어요.

 

 

, 띵동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띵동에 있는 침대와 샤워시설

 

오소리: 띵동에는 침대랑 샤워시설이 존재하잖아요.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편인가요?

 

인섭: 첫 해에는 많이 이용 안 하셨어요. 일단 잘 모르셨던 것 같고. 그런데 작년부터 많이 이용하고 계세요. 탈가정을 한 상황에서 주거환경이 굉장히 열악하신 분들이라던가, 아니면 정말 아무 준비 없이 막 탈가정을 한 상황이라던가. 그런 분들은 샤워실이나 침실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세탁기도 많이 이용하시고. 그 많이 라는 기준은 첫 해보다는 많이 늘어난.

 

오소리: 혹시 사무국에서도 사용하시나요?

 

인섭: 사무국에서 사용하는데. 운영 시간 내에는 사용하지 않고. 예를 들면 야근을 했다든가, 아프다든가 그런 경우에 한해서 사용하고 있고. 사무국이나 자원활동가들은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긴 해요.

 

오소리: 사무실에 침대가 있어서 너무 부러웠거든요. 그림의 떡이네요. (웃음)

 

인섭: 야근하다가는 써요. (웃음)

 

오소리: 띵동에는 다른 단체와는 다르게 음식이나 물품 후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알고 있어요. 보통 어떤 것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가요?

 

인섭: 저희가 필요한 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거죠. 많이들 잘 알고 그렇게 보내주세요. 통조림이라든지, 아니면 마른 것들. 쌀이라든지, 김이라든지, 아니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염장 류, 김치, 장아찌. 이런 것들 주시면 놓고 좀 먹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쉽게 상할 수 있는 것들은, 주시면 너무 감사한데 꼭 그런 것들을 주셨을 땐 청소년들이 많이 안 오시고. (웃음)

 

오소리: 이 인터뷰를 보고 혹시나 보내주실 수도 있으니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인섭: 필요한 건, 보내주시고 싶으신 거 보내주시면 돼요. 그런데 말씀드렸던 것처럼 보관이 쉬운 것만 보내주시면. 그리고 부피가 너무 크지 않은 거. 왜냐하면 띵동이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어서, 많이 보내주셔도 놓을 데가 없고. 그리고 보내주시기 전에 저희한테 연락을 해주시면, 어차피 주소도 노출이 안 되어있기 때문에 저희한테 연락을 주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그러면 저희가 안내를 다시 해드릴 거예요.

 

겨울: 다른 쉼터 같은 경우에는 생리대 같은 게 늘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뭔가 필요는 한데 늘 부족한 게 있으면 뭐가 있을지 궁금해요.

 

인섭: 저희는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띵동에서 생활을 하고 계시지는 않기 때문에. 생리대나 이런 생필품이 부족한 쉼터 같은 경우에는 거기서 생활을 하고 계시잖아요. 24시간 거주를 하고 계시니까. 띵동은 아직은.

 

띵동 상임활동가들의 주 업무인 상담

 

오소리: 상담은 띵동 상임활동가들의 주 업무인데요. 지금 상담 채널이 많잖아요. 전화, 대면, 카톡 등. 각각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섭: 첫 해에는 띵동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들어오는 상담 중 많은 부분이 카톡으로 이뤄졌던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카톡이 접근성이 좋고 청소년들이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깊은 상담을 나누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더라고요. 일단 시간도 많이 걸리고. 대면이나 전화로는 10분이면 할 이야기를 카톡으로는 30분이 걸려서 해야 되니까.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점차적으로 카톡은 띵동을 알리거나, 띵동에 처음 말을 거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류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간단하게 정보를 전달한다든지. 예를 들면 그런 걸 물어볼 수 있잖아요. 어딜 가면 이런 정보를 알 수 있느냐 하면 우리가 링크를 보내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주로 정보라든지 자긍심 상담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하고 있다면. 좀 진지하게 상담을 해야 하는 내담자인 것 같다 하면 전화나 방문을 저희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제 전화나 대면 상담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카톡으로 상담 예약을 받아요. 카톡이 어떤 면에서는 상담 예약 받는 기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띵동에 말을 걸고, 상담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카톡으로 말이 오면 저희가  상담 예약을 잡으시고, 방문하시거나 전화를 하시면 된다. 그래서 전화 상담이나 대면 상담은 1시간 이내로 진행하고 있고. 다회기로 상담 받으시는 분들도 있고요. 20번, 30번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오소리: 개인적으로는 어떤 상담이 제일 편하세요?

 

인섭: 편한 거요? 대면 상담이 제일 좋아요. 왜냐면 이게 사람이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제일 정확하게 저 사람과 소통하는 데 빠지는 부분이 없는 거잖아요. 전화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표정이나 이런 것들을 알 수가 없고. 그런 부분에서 감정 전달도 어렵고. 전화는 그나마 나은데 카톡으로는 그런 걸 전달하기가 많이 어렵죠.

 

오소리: 상담 같은 경우에,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면 더 할 것 같은데, 내담자의 감정에 동화되기가 쉬울 것 같아요. 상담하고 나면 어떠세요?

 

인섭: 뭐, 힘든 상담을 할 때도 있죠. 여러 가지 종류로 힘든 상담이 있는데. 우선 청소년 성소수자 상황이 너무 안 좋을 때는 힘들죠. 그럴 때는 나도 가슴이 아프고. 집에서 맞고 왔다든지. 쫓겨났는데 돈이 없다든지. 그런데 띵동이 해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최근에 한 번 레즈비언 청소년인데 아버지한테 맞아가지고 집을 나왔어요. 집을 나와가지고 지인의 집에서 사는데 돈 한 푼 없이 나왔죠 뭐. 집세를 내주기도 어렵고. 저희가 식료품이나 이런 것들은 좀 예산이 있거든요. 가는 길에 라면이랑 햇반이랑 이런 거 사가지고 들려 보내고 돌아오는데 너무 마음이 안 좋으니까, 보내놓고 나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렇죠. 뭐 이런 게 힘든 지점 중 하나라면, 또 하나는 제도적으로 우리가 뒷받침해줄 수 없을 때. 예를 들면 아까 말한 그 청소년 분은 저희가 라면이나 햇반을 줄 수가 있잖아요. 띵동이 해줄 수가 있는데, 예를 들면 트랜스젠더 청소년인데 지인도 없어, 갈 데도 없어, 돈도 없어. 그런데 쉼터는 젠더 이분법적으로 되어 있잖아요. 쉼터도 못 가고.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럴 때는 해줄 수 없다는 지점에서의 무력감. 뭐 이런 것들이 힘든 거고. 세 번째로는 내담자가 다 좋기만 한 건 아니에요. 정말 저를 화나게 하는 내담자들도 있죠.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 아, 정말 저렇게 안 살았으면 좋겠는데, 안쓰러운 마음에 화가 나기도 하는데. 띵동이 뭐 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론 좋게 이야기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 힘들고. 그런 거죠.

 

오소리: 상담 이후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해소하는 방법 같은 게 있나요?

 

인섭: 띵동은 일단 상담사례회의라는 걸 하는데 어느 상담소든 이런 회의를 할 거예요. 상담을 하는 사람들끼리 어떤 일이 있었는지, 힘든 점은 뭔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져요. 띵동 같은 경우는 사무국 단체 텔레그램방 같은 곳에서 힘든 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서로 위로도 해주고. 또 공식적으로는 본인 개인의 감정 문제보다는 상담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심리 상담 기관에 가서 상담을 하며 내가 무엇이 힘들었는지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슈퍼비전을 받으러 가기도 하고.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죠. 좀 더 이렇게 체계를 잘 갖추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담당하는 업무기도 하고. 현재는 그렇게 해결하고 있어요.

 

겨울: 좋았던 상담 사례도 있나요?

 

인섭: 청소년 성소수자가 완전 좋게 바뀌었을 때는 너무 좋죠. 띵동에 처음 왔을 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화내고, 상담도 제대로 안 하고 막 성질내고 했는데. 6개월 지난 후에 보면 웃고. 뭔가 그런 사람을 봤을 때, 아니면 본인의 어떤 문제가 해결된 사람을 보았을 때. 부모와 갈등이 있어서 힘들었었는데,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해결해서 관계가 개선이 되었다든지. 직업이 없어서 밥도 굶었는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든지. 뭐 그런 걸 봤을 때는 기분이 좋죠. 그리고 이제 제일 좋은 거는 그거에요. 띵동이 있어서 얘기할 데가 있다, 그래서 너무 좋다. 그동안은 얘기할 곳이 너무 없었는데 띵동이 생겨서 카톡이든 전화든 아니면 찾아갈 곳이든 뭔가 마음에 의지할 곳이 생겨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거든요. 청소년 성소수자 분들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제일 좋죠. 아, 띵동이 있어서 다행이구나. 뭐 이런 느낌.

 

오소리: 상담 이후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랑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세요?

 

인섭: 그건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내부 규칙이 있어요.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내담자였는데 행성인 활동을 할 수도 있고요, 친구사이 활동을 할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다른 성소수자 단체를 갔을 때 그분들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가급적이면 띵동의 내담자라는 걸 이야기하지 않고요. 그분하고도 가급적이면 개인적인 관계로 대화는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SNS 친구 신청도 많이 하시거든요. 일단 기본적으로는 받지 않아요. 개인적인 연락처도 서로 교환하지 않는데, 이게 상담 윤리라는 게 있더라고요. 개인적인 관계가 생기게 되면 상담이나 지원을 할 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해서. 더 이상 상담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이 사람과 개인적인 관계를 갖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오소리: 그런 것에 있어서 서운해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없어요?

 

인섭: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아요. 저희가 그런 부분을 잘 얘기해 드리기도 하고. 띵동에 오시면 얼마든지 우리랑 얘기할 수 있다, 띵동에 와서 상담하시면 된다고 얘기하는 거니까.

 

오소리: 사무실에 청소년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해놓은 거잖아요. 상담 외에는 얼마나 찾아오나요?

 

인섭: 글쎄요. 저의 대략적인 느낌으로는 3:1 정도? 한 세 분정도는 상담 오시고, 한 분정도는 놀러 오시고. 놀러온 사람들은 보통 띵동을 되게 편안하게, 이미 좀 익숙해지신 분들인 거예요. 띵동 포차나 띵동 식당이나 이런 걸 통해서. 아니면 상담을 되게 오래하셨던지. 그런 분들은 굳이 상담의 이슈가 없으셔도 그냥 밥 먹으러 오기도 하고. 그것도 사실 위기지원이기는 해요. 갈 데가 없어서 올 수도 있고, 낮잠이 자고 싶어서 올 수도 있고 그렇죠. 사실 띵동에 방문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상담을 받는 분들인 것 같아요.

 

오소리: 오면 주로 무엇을 하나요?

 

인섭: 친구들이랑 같이 왔다든지 그러면 혼자 놀고요. 아니면 오랜 시간 계시겠다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은 혼자 하실 것 하시면 되는 거고. 그런데 처음 왔는데 그러긴 어렵죠. 그래서 그럴 때는 저희랑 상담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하다가 언제까지 계실 건지는 물어보겠죠. 그러면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다시 말씀해달라고 하고 저희는 업무하고. 그분들은 컴퓨터를 쓰시든지 와이파이를 사용하시든지. 친구들이랑 오신 분들은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만화책이 많이 있는데 만화책은 그렇게 많이 안 읽으시더라고요.

 


띵동이 전국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띵동 사무실에 걸려 있는 걸개

 

오소리: 띵동은 위기지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행성인 같은 활동단체랑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인섭: 제일 큰 차이는 ‘어떤 일을 하는가’ 인거죠. 사실 띵동은 활동단체로서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어요. 어떤 청소년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띵동이 어떠한 역할을 해주기를 많은 분들이 바라고, 띵동도 여력이 된다면 이슈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싶은데, 제일 중요한 건 청소년들을 만나고 상담하고 지원하는 것이거든요. 그것이 기본으로 잘 되어야 하고, 너무 하고 싶지만 그 이외의 역할들은 이제 차선으로 좀 밀리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래서 활동단체라면 다른 활동단체들을 만나거나 집회를 나가거나 하지만, 띵동은 다른 청소년 단체라든지, 다른 상담을 하는 분들이라든지, 뭐 이런 분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는 지점들이 차이인 것 같아요.

 

오소리: 행성인이나 친구사이 같은 활동단체들의 특징이 있다면 회원 단체라는 거죠. 띵동 같은 경우에도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기도 하고요. 후원인의 밤이나 토토밥 외에 후원인 참여가 있는 그런 행사들은 지금은 없는 상태이잖아요. 그와 관련해서 활동 계획이 있나요?

 

인섭: 늘 하고 싶어요. (웃음) 그런데 이것도 여력의 문제가 있는 거라. 저희도 늘, 좀 더 후원회원 분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은데. 활동가들이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서 해야 되는 일들과 재정 자립을 위해서 해나가야 하는 일들이 많은 거예요. 예를 들면 다른 청소년 단체들 같은 경우에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다던지 아니면 다른 재단의, 종교재단의 지원을 받는다던지 이런 식으로 재정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분들은 후원회원을 확충하는 사업에 저희만큼 많은 투여를 하고 있지 않거든요. 좀 더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에 집중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띵동은 이미 그 두 가지 일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후원회원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는 그런 부분들까지 하게 되려면 아직은 힘이 좀 부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작년에는, 한 달의 한 번 후원인의 밤, 기부자의 날이라고 해서 띵동 후원해주시고 계신 분들, 띵동 활동 궁금하신 분들이 와서 이야기 나누실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새로 만들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올해 같은 경우에는 후원의 밤 행사를 청소년들이 위주가 되는 행사랑 후원회원 분들이 위주가 되는 식으로 분리를 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상담과 지원이 제일 중요하다.

 

오소리: 후원인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인섭: 글쎄요. 이걸 뭐라고 설명해드려야 할까. 후원인 관리 담당은 원래 박에디 활동가가 하시다가, 이어서 보통님이 하시다가 현재는 신규로 오신 상훈 활동가님한테 인수인계 되고 있는 중이고요. (웃음) 신규로 후원회원 되시면 감사 인사드리고. 뉴스레터 전해드리고. 행사 있으면 안내드리고. 그런 거죠.

 

오소리: 정기적으로 연락을 한다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인섭: 저희는 뉴스레터 이외에는 정기적인 연락을 하지는 않는데, 반드시 지키고 있는 건, 후원회원 가입하셨을 때 유선으로 전화하는 거예요. 그리고 중요한 공지를 할 때는 저희가 전화를 드리기도 하죠. 기부금 대상단체 지정할 때라든지, 아니면 총회에 대한 연락을 할 때라든지. 가급적이면 연락을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오소리: 15년 말경, 연희씨를 위한 모금활동을 벌인 적이 있는데요. 연희씨와 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장소 제공 같은 것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인섭: 연희씨 사건은 위기지원 체계가 다 만들어지기 전 초기단계였는데, 그래서인지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 체계는 더 다듬어가고 있는데요. 모금을 했는데, 사실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모금을 하는 것은 좋은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하루 이틀의 장소가 필요하다면 마포 지역에 무지개 하우스가 있어요. 그쪽에 게스트 룸 한 개가 있거든요. 하루나 이틀 긴급히 주거가 필요할 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약이 되어 있고요. 연희씨 같은 경우에 그렇게 치료까지 동반 하면서 오래 주거가 필요한 경우잖아요. 저희가 잘 몰랐지만 국가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가정폭력 상황이라든지, 여성폭력 상황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연계 할 수 있어요.

 

오소리: 그 이후 연희씨 소식은 어떤가요?

 

인섭: 연희씨는 당시 연락을 하셨을 때, 보통 띵동에 연락을 하는 청소년들보다 조금 나이가 있는 편이셨어요. 그래서인지 조금 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잘 준비를 해서 가실 수 있는, 물론 당시 상황은 굉장히 위급하고 끔찍한 일이었지만, 본인이 본인의 네트워크도 좀 있어서 찾아서 잘 가셨어요. 띵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 이상 띵동으로 다시 연락을 주지 않는 것이 잘 된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띵동이 보고 싶어서 놀러 오실 수는 있지만, 다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니까요. 저희에게 연락을 다시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잘 살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주사랑의교회에서 벌어진 트랜스젠더 인권유린 사건 대응을 시작하며 <전환치료는 폭력이다!> 기자회견

 

오소리: 연희씨 사건 이후 전환치료근절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띵동에서 주로 관여하여 활동하고 있잖아요. 작년에는 전환치료에 대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인섭: 설문조사를 했어요.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발표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요. 전환치료라는 이름을 가진 설문조사는 아니고요. 왜냐하면 연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전환료 라고 해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보다, 상담경험 설문조사를 해서 전환치료 경험이 드러나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상담경험 실태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를 2월 말에 인권포럼에서 발표를 할 거고, 거기서 수집된 피해 사례자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작업을 할 거예요. 상담이 필요하다면, 별의별상담소와 로뎀나무그늘 교회에서 마련한 초기 상담비용 정도를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계속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확정된 사업은 없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모금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띵동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캠페인

 

오소리: 현재 후원 캠페인으로 ‘띵동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1004명을 목표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각 단계도 설정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단계에 대한 설명과 현재는 몇 단계 정도 도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인섭: 1004명을 목표로 한 이유는 재정자립의 최소한의 지점이에요. 1004명이 충분한 것은 아니에요. 1004명에 도달하면 ‘와 목표를 달성했다’ 할 것은 아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최소치가 1004명인 것이죠. 지금 아름다운재단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올해로 끝나는데, 아름다운재단 지원 없이 사업을 혼자 해나갈 수 있는 최소로 필요한 게 1004명의 후원이라고 생각한 거죠. 저희가 한계로 느끼는 것이 주 5일 운영하고 있어요. 운영시간은 하루 12시간 상담시간은 하루 10시간. 일주일에 총 50시간밖에 상담을 못하고 있는 거죠. 이 시간을 좀 더 늘리는 시작점, 예를 들어 요일을 늘리거나 운영 시간을 몇 시간 더 늘리는 목표가 녹아져 있는 숫자에요.

 

오소리: 상담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상임활동가를 더 충원하거나 그렇게 되는 거죠?

 

인섭: 그렇죠. 24시간 운영하려면, 아마 10명의 활동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소리: ‘천사프로젝트’를 보면 여섯 가지 변화 중 하나가 지역 활동인데요. 지역 활동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말하는 건가요?

 

인섭: ‘천사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왔던 부분인데요. ‘천사프로젝트’에서 부산, 광주, 강원도, 충청도에서도 상담이 들어와요. 그리고 항상 묻는 것이 ‘띵동 같은 곳이 본인들 지역에는 없나요?’ 라는 것인데요. 없거든요. 우리가 항시 갈 수는 없지만, ‘1년에 몇 번이라도 지역에 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오소리: 올 해 갈 계획이 있는 건가요?

 

인섭: 저희가 미국에 아스트리아 재단이라고 레즈비언 공익 재단이 있는데, 한국인 입양 레즈비언 활동가 분이 계셨어요. 작년에 투병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모금을 하시고 돌아가셨어요. 한국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해서 기금을 사용하고 싶다고 아스트리아 재단에 기부를 하셨어요. 띵동이 그 기금을 받게 되었지요. 그 기금을 활용해서 지역에 방문하려고 해요.

 

오소리: 지역에 간다는 것은 지역에서 아웃리치를 하는 것인가요?

 

인섭: 맞아요. 지역에 우리가 간다고 알리고 지역에 계신 청소년 분들에게 띵동을 만나러 오라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상담할 것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에요.

 

오소리: 어디 갈지 구체적으로 정하셨어요?

 

인섭: 울산, 부산, 대구, 광주 등 광역시에는 꼭 갈 예정이에요. 더 확대될 수도 있고요. 대구 퀴어문화축제에 갔던 적도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우리 지역에도 오냐고 메시지도 많이 받았었죠.

 

오소리: 띵동에서 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인섭: 작년에 어떤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분은 원래 띵동에 연락을 주던 청소년이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혼자서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청소년이었는데요. 크게 다쳐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거예요. 병원비도 없고, 아무도 도와줄 수가 없는 상태에서 저희를 찾아왔는데요. 저희도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분이 FTM 트랜스젠더였는데, 법적으로는 여성이잖아요. 서울시립청소녀건강센터 나는봄, 여성 청소년들에게 건강적인 부분의 지원을 해주는 곳인데, 저희와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던 곳이라서 지원을 받았어요. 거기서 알려주신 것은, ‘대형병원 사회사업실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환자 같은 경우는 상황이 합당하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였어요. 그래서 입원비와 수술비는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보조기는 나는봄에서 지원을 받고, 그 외 생활비나 식비는 띵동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었어요.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위기지원이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경험했던 사례였던 것 같아요. 퇴원하고 나서는 갈 곳이 없잖아요. 집세도 못 내고, 성북구에 있는 주거복지센터 지원을 받고 성북구청에서 긴급복지기금도 받았구요. 이 내담자와 오래 상담을 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위기상황에 있는 청소년, 빈곤, 건강에 위기가 있는 청소년들이 나라와 기관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였어요. 지금은 다행히 미국에 있는 친어머니와 연락이 닿아서 미국으로 갔어요. 그 전까지는 띵동에서 지원을 받고 성북구 복지 혜택을 받다가 갔지요.

 

오소리: 띵동이 보통 달력 사업이 많지만, 다시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인섭: 다시 하고 싶다기보다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인데, 띵동이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활동가가 오더라도 띵동이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흔들림 없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띵동의 일이 청소년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일이라 안정적으로 지원과 상담이 이어지는 것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려면, 사람이 들고나더라도 또 재정적인 상황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원래의 상담과 지원 업무는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매뉴얼과 체계를 만들고 싶어요.

 

오소리: 띵동에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섭: 띵동 밖에 없는 것이 어려운 점인 것 같아요. 띵동에 요구되는 일은 많은데 띵동이 할 수 있는 역량이, 물론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자부하는데, 지금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놓인 상황이 너무 안 좋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은 거죠. 상담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지원도 더 다방면으로 많이 하고 싶고, 정책도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띵동은 이제 2년밖에 안되었고 이런 청소년 성소수자 관한 일을 하는 것은 띵동 밖에 없으니까요. 띵동이 성장을 하든, 굳이 예를 들자면, 성문화 센터는 전국에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띵동 같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센터가 전국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많은데 띵동이 다 해줄 수 없으니까요.

 

2016 띵동 후원의 밤, 띵동 상임활동가 및 운영위원 그리고 띵가띵가

 

오소리: 인섭에게 띵동이란?

 

인섭: 띵동은 개인적으로 좋은 직장인 것 같아요. 띵동 이전에 했던 일들이 다 근무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직장이었는데, 띵동은 시프트 근무를 하잖아요. 오전 오후 근무가 나눠져 있어서, 근무의 여건을 잘 지키려고 하는 좋은 직장인 것 같아요. 구성원들도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소진되지 않고 오래 잘 일하려고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또 띵동은 청소년 성소수자라면 누구든지 말을 걸 수 있는 곳이지요.

 

오소리: 인섭은 행성인 회원이기도 한데요. 띵동과 행성인이 함께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인섭: 저의 개인적 의견 이니까. 행성인은 단체적인 성격이 있으니까, 그런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나 개선에 대해서 연대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올해 HIV 사업을 시작할 건데, 행성인이 해온 경험들이 있으니 그런 것들을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소리: 마지막 한마디 부탁합니다.

 

인섭: 후원해달라는 이야기인데요. 띵동이 24시간 운영을 하지 못하고, 주 7일 운영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커요. 트렌스젠더와 같이 젠더 표현을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주거지원 형태가 없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쉼터가 없어요. 띵동은 그런 분들이 올 수 있는 쉼터를 만들고 싶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함께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LGBTQ Youth Crisis Support Center “DDingDong"

 

홈페이지:  http://www.ddingdong.kr
대표전화:  02-924-1224
상담전화:  02-924-1227 / 010-8844-2119
이메일:  LGBTQ@DDingDong.kr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dingdong119
트위터:  https://twitter.com/DDingDong119  /  @DDingDong119

 

운영시간:  매주 화요일 ~ 토요일  11:00~21:00

 

후원계좌:  신한은행 100-030-529880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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