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5월 9일 행성인 교육장에서는 5월 회원교육 <2019년 달라지는 노동관계법 주요 내용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안법 등) > 강의가 있었다. 민주노총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께서 강사로 참여해주셨는데, 현직에 계신 분인지라, 법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음에도 노동 현장의 이야기와 함께 들으니 조금은 더 수월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괴롭힘 금지법’을 중심으로 강의 내용을 웹진 독자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폭행, 상해, 명예훼손, 모욕, 부당한 징계와 인사명령, 성폭행, 성희롱은 형법,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통한 형사적 제재 및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통해 이미 규율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런 법률로 규율할 수 없는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괴롭힘이 있어도 근로관계에서 불이익 가능성, 증명의 어려움 등으로 근로자의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9년에 새로 적용되는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법률에 도입한 법이다. 사용자 즉 회사의 책임자에게 조사의 의무 피해자 보호 의무, 가해자 징계 의무를 부과한 법이다. 사용자가 전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관한 의무와 책임을 지는 사업장 내 분쟁해결시스템을 법으로 강제한 셈이다. 물론 사용자나 소위 윗사람이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하는 주체인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신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실하게 조사하거나 조치를 약하게 할 우려는 존재한다. 원님 재판이랄까? 그렇기에 기업 내 노사위원회나 노동조합이 있다면, 이를 제재하기 위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하여 강하게 규율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노동자의 힘이 약할 경우, 유명무실하게 될 수도 있다. 원님 재판의 우려가 있으나 신고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 처벌까지도 할 수 있으니 미리부터 희망을 접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려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주관적으로 괴로움을 느끼면 괴롭힘을 당한 것인가?괴롭힘이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판단기준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괴롭힘의 종류나 성격들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이 있으나 제정될 근로 기준법에는 직장내 괴롭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보다 정확한 정의를 알고 싶을 경우, 아래의 더보기 내용을 참고하면 좋겠다.
1.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행위자) 2.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우위성) 3.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업무일탈성) 4.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 5. 하여서는 아니 된다. (금지) 1. 행위자 1) 사용자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사용자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 -> 사용자는 괴롭힘의 행위자이면서 동시에 감독자 ※ 파견법 제34조 제1항에 따라 사용사업주도 파견근로자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가 될 수 있음 2) 근로자 : 피해자와 같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 ※ 파견법 및 판례에 따라 사용사업주는 그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괴롭힘 사안에 대해서도 조치의무를 부담 ※ 원 · 하청근로자 사이의 사안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1)직장 내 괴롭힘 근절의 목적, (2)“직장”이 근로계약관계를 전제하는 개념이 아닌 점, (3)괴롭힘은 사실행위이므로 법적 권한 없이도 가능한 점 등 고려할 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마땅함 2. 우위성: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피해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가 인정되어야 하며, 행위자가 이러한 상태를 이용해야 함 - 지위의 우위: 기본적으로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경우를 말하나,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 직위,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한다면 인정됨 - 관계의 우위: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관계 포함 (1)개인 대 집단 등 수적 측면, (2)연령·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3)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4)노조·직장협의회 등 근로자조직 소속 여부, (5)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6)정규직 여부 등 요소 고려 관계의 우위는 상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동급자·하급자라도 사실상 우위에 있을 수 있음 3. 업무이탈성: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1) 업무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함: 행위자가 피해자보다 우위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야 함 다만 여기서의 업무관련성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의미하므로, 직접적인 업무 수행중이 아니더라도 업무수행에 편승해서 이루어졌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해서 발생했다면 인정됨 (대법원 2005두13414 판결 참조) 2)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양태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함 * 업무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사적 행위는 당연히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나, 업무로부터 이어져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는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 (직장 내 괴롭힘은 대체로 업무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짐) * 업무의 지시 방식, 내용, 시기와 기간, 다른 근로자와의 차별, 업무 지시 및 배제 사유, 피해자의 업무여건에 대한 배려 등 고려 4. 괴롭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1) 괴롭힘의 인식?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충분하고,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인식은 불필요 (고통을 주었는지 몰랐다라는 것이 변명이 되지 않음) 2) 신체적 폭력도 포함?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형사처벌 규정 두고 있지만, 업무분리나 징계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3) 성희롱도 포함?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더 높은 수준으로 규율하고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으로 규율할 필요 없음 4) 징계처분이나 인사명령도 해당할 수 있으나, 사용자 조치 기대 어려움 5) 사직권고의 경우, 중대한 사유가 있어 징계해고를 하기 전단계로서의 사직권고는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위협적으로 하는 사직권고는 괴롭힘에 해당 6)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란,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 (면벽근무 지시 등) |
그러나 이렇게 정의가 있어도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그렇기에 괴롭힘 금지법은 종합적 판단 원칙에 따른다.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또는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의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어떤 프로세스를 밟게 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피해자나 목격자, 소문을 듣거나 부탁을 받은 사람 등 누구든 무관하고 가명이나 익명도 가능하다. 사용자는 신고가 접수되거나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때 조사 방식은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약식조사, 정식 조사 중 선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약식조사는 사과, 재발방지약속 등 합의를 원하는 경우에 이루어지고 정식조사는 취업규칙상 절차에 따라 조사위원회 등을 통해 정식으로 조사 하는 것을 의미하다. 이때 실행될 법에는 비밀유지의무 규정이 없으므로 각 기업마다 취업규칙에 규정을 넣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
조사 후, 조사 결과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 사업경영담당자에 대해서는 징계가 불가능하므로, 사과·반성 및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된다. 당연한 규정임에도 법에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것 같아 씁쓸했다. 사용자가 신고자와 피해자에게 불이익조치(따돌림, 징계, 업무 배제 등) 를 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근로기준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다. 그러나 신고자 외의 동조자나 참고인, 진술자의 경우는 명확히 보호의 대상으로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취업규칙이나 단체 협약 속 규약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자세히 읽었다면 법으로 다 보호가 되지 않기에 각각의 회사에서 취업 규칙을 통해 규율 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괴롭힘 금지법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취업 규칙을 회사에서 변경할 경우 고지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신설, 강화하게 되기 때문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므로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이 잘 보호되고 있는 회사라면 취업 규칙 조항이 만들어질 때부터 노동자들과 협의를 하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동의를 받을 때 만이라도 규칙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어있는지 명확히 확인하고 요구하여 조금은 더 안전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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