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행성인 사무국장)


2월은 행성인 총회가 있는 달이다. 총회는 행성인 최고 의결기구로 회원들에게 지난 1년을 보고하고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을 함께 토론하는 자리이다. 때문에 이때쯤이면 운영위를 비롯한 각 기구와 팀에서는 보고사항 정리와 함께 구조 정비, 계획 수립으로 그어느때보다 분주하다. 사무국은 말해 무엇하랴. 정회원 명부를 정리하고 연락을 돌리고, 자료집에 넣을 자료들을 취합하고 검토하며 예결산을 수립하고 행사 당일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다. 

총회를 준비하다보면 시간이 없다는 말을 모터처럼 쓰게 된다. 마치 그렇게 말하면 가속이 붙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최소한 지난 달 운영회의 때 이걸 더 논의했어야 해, 사무국 회의 때 이걸 빠뜨렸어. 하나를 챙기면 하나가 빠져 있는 구멍들에 신경이 곤두선다. 게다가 몇 번이나 읽었는데 자료집을 인쇄하고 나면 오타는 왜 또 거기 있는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같은 기분이랄까. 

총회에 얼만큼의 회원들이 참여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 자리가 행성인의 소속감을 함께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한 때문이다. 총회 의결권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 행성인 의무교육을 받고 지난 1년동안 한 번은 회원모임에 참석해야 한다. 그러니만큼 이 자리는 1년동안 행성인에서 활동했던 얼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때이자 행성인에 속해있음을 실감하는 때다. 반가운 얼굴도 있고 가물가물한 얼굴도 있고 닉네임을 들으면 아! 하게 되는 얼굴도 있다. 인사를 나누는 일은 그 자체로 정보가 된다. 그뿐인가. 한 해를 이끌어갈 직책을 맡은 임원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인준하는 과정을 통해 책임을 나누기도 한다.

행사 당일 긴장감이 큰 것도 당연하다. 한 해의 계획을 회원들 앞에 내보이는 자리인데다 매 안건마다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다. (총회 시간이 길기로 악명 높은 건 괜한 까닭이 아니다.) 그 시간은 회원들이 행성인에 갖는 애정과 행성인 회원의 특색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날카롭고 예리하게 빈틈을 잡아내거나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회원들의 설전은 이곳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동류의식을 넘어 이곳의 주인으로써 뒷배가 되어준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총회에 간식이 풍성해야 하는 건 괜한 이유가 아니다.) 2월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쓰는 듯 열띤 토론에 힘을 쏟은 후 마지막 남은 결기까지 모아 단체사진을 찍고 나면 행사가 끝난다. 긴장했던 어깨근육이 풀리고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되는 듯한 영차영차한 기분을 느껴보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힘이 올해는 없었다. 행성인을 추동하던 회원들의 에너지도 없이, 함께 속해있음을 확인하지도 못하고 힘찬 구호 한 번 외치지 못한 채 이게 한 해를 시작하는 건가 싶은 어정쩡한 물음과 토론의 부재로 인한 공백만 확인했다. 정신없이 분주하고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는 행사이지만 또한 그 분주함과 긴장감이 동력이기도 하다는 것, 회원들이 만나 서로를 확인하면서 한 해를 추동해 나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온라인 총회를 준비하며 느꼈던 소회에 대해 쓰려던 글이 오프라인 총회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질된 것도 ‘멈추니 보였다’ 같은 깨달음에 기인한 것이지만 온라인 총회가 공백만 남긴 것은 아니다.

온라인 총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회원들이 가진 행성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다. 귀찮기도 할테고 제한된 지면이 불편하기도 했을 텐데 질문과 의견, 격려와 우려를 빼곡하게 채워 담아주었다. 깨알같은 오타와 누락을 잡아내어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자료집을 검토했음을 증명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떠올려본다. 온라인 총회 마감 전 참여 독려 연락을 받고 되려 미안해 하던, 핸드폰 속 자그마한 화면으로 자료집을 살폈을, 거북목을 하고선 한 자 한 자 의견을 써내려갔을 모습들이 그려진다. 그 한 명 한 명의 노고로 총회를 마쳤고 무엇이든 해보려고 한다. 

온라인 총회의 아쉬움을 덜고자 이후 올해 계획을 회원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임을 5월 즈음 개최할 예정이고, 현재 회원 메일링에 운영위원들 한 명 한 명의 편지를 싣고 있다. 각 팀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글들을 준비하고 있고 온라인으로나마 안부 묻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물 탄 우유처럼 밍숭하게 활동을 시작했으나, 그어느때보다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를 확인하기 위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  행성인이 해나가야 하는 일들을 함께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방식이 바뀌었어도 우리가 함께 속해있는 자리는 그대로다. 속해있으므로 우리는 계속 연결될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이 지금 행성인을 추동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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