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토요일 오후 3시, 2호선 시청역에선 100여명의 승객이 모두 다른 추모와 애도의 모습으로 지하철에 탑승했다. 누군가는 객차 안에 무지개 깃발을 걸었고 누군가는 풍선을 띄웠다. 누군가는 꽃을 들었고 누군가는 가슴에 슬픔을 달았다.
나는 객차 안에서 성소수자의 삶, 트랜스 젠더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순환하는 지하에서 만나 어둠을 뚫고 답답함에서 벗어 던지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 400여명의 추모객이 잔디광장을 원형으로 둘러 싸고 축제가 열리는 곳에서 다시 만났다. 입춘의 바람은 따뜻하고 모두의 가슴은 뜨거웠다.
2021년은 성소수자들에게는 치열한 싸움에 한 해가 될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재정하라는 차별금지법은 뒷전이고 땅투기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인들과 싸워야 하고,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를 운운하며 변두리로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는서울시장 후보들과 싸워야 하고, 혐오와 차별을 설파하는 극우 기독교도들과 싸워야 하고, 소수자의 사랑을 삭제해 버리는 미디어와 싸워야 하고 또…
안타깝고 슬프지만 먼저가신 두 분의 트랜스젠더 활동가님들은 혐오 세력들과 지치지 않고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셨다.
싸워서 이기는 그 날까지 김기홍, 변희수를 기억해 주는 것. 싸워서 이기는 그 날까지 김기홍 1, 변희수를 외치는 것. 싸워서 이기는 그 날까지 살아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2021년 우리들의 봄 날은 시작되었다.
2021년 3월 6일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는 추모 행동이 진행되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출발해 다시 시청역에 도착하는 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변희수 하사를 기억했고 서울광장에서 함께 모여 짧은 추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날의 모습이 YOUTUBE ‘연분홍 TV’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https://youtu.be/QLTrLcf1Cks 훌륭한 군인이고 싶었던,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하사를 함께 기억해주세요. #힘을_보태어_이_변화에 #변희수_하사를_기억합니다 |
- 편집자 주 (2024. 6. 13)_본문의 고 김기홍은 사망 직후 성폭력 가해 사실이 공론화된 바 있습니다. 행성인은 이후 단체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그를 추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언제나 그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의도와 의미를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에 행성인은 그와 관련한 기록은 남겨두되 이에 대한 각주를 남깁니다. 자세한 입장은 아래 공지글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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