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이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은 오는 3/31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미디어가 트랜스젠더를 다뤄온 역사를 트랜스젠더 배우, 작가, 감독 등의 시선으로 풀어낸 다큐멘터리 <디스클로져>를 온라인으로 함께보는 <트랜스 문화모임 - 디스클로져 같이 보기>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커밍아웃의 덕택으로 가시화가 다시금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가 가져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트랜스젠더들의 어떠한 서사들이 조명되었으면 좋겠는지를 다큐멘터리를 매개로 하여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함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나서 가진 온라인 모임에서는 서로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함께 나누고, 이를 토대로 내가 보고 싶은 트랜스젠더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던 주제는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누가 어떻게 연기하고 작품에 담아내는가에 따라 미디어의 트랜스젠더 서사의 조명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트랜스젠더 작가가 쓴 각본을 트랜스젠더 감독이 영상화를 하고, 이를 궁극적으로 트랜스젠더 배우가 연기를 해낼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이 삼중주의 한 축이라도 망가지게 되었을 때 해당 캐릭터의 서사가 어떻게 지난한 편견과 혐오를 되풀이하게 될 뿐인지 짚어보았습니다. 트랜스여성이 트랜스여성을 연기하기 위해 캐스팅 되었던 상황에서, 그 캐릭터의 트랜스성을 부각하기 위해 첫 대사를 두 옥타브 내려서 방영한 사례를 보며, 혐오를 하기 위해 어쩜 그리 창의적일 수 있는지 혀를 내둘렀습니다. 또한, 트랜스여성의 역할을 시스젠더 남성이 맡게 되었을 때, 트랜스여성은 단지 남성이 드레스를 입고 여자인 척 하는 것 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더욱 고착화되고 거기에서 비롯되는 트랜스여성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재학습시키게 되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다큐멘터리의 내용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를 이제 한국의 상황으로 넘어오면서, 과연 그럼 한국은 이러한 장벽들을 넘어설만한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인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이런 미디어의 영역도 노동의 영역이기에, 트랜스젠더 배제가 답습되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며, 미디어를 통한 트랜스젠더 가시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더불어서 다큐멘터리에서조차도 트랜스여성을 중심으로한 작품이 많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 상품화하는 가부장제-자본주의 사회가 시스젠더 여성에게 가하는 억압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고민해 보았으며, 트랜스남성의 이야기가 보다 조명되어 다양한 작품으로 나온다면, 정체화 중인 당사자에게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트랜스인 대중들이 흔히 생각하는 ‘트랜스 서사’로는 드라마인 <바람의 화원>, <커피 프린스> 등의 작품이 있지만, 이는 남초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느끼는 장벽, 즉 구직 등의 생존권을 위해서 남성성 수행을 감당하려는 이야기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 속 주인공은 패싱성별과 지정성별이 다르다는게 밝혀지더라도, (비-트랜스)남성 주인공과의 이해와 사랑으로 난관을 극복하지만, 실제하는 트랜스젠더에게는 트랜스패닉(트랜스젠더인게 밝혀졌을때 상대로부터 가해지는 폭력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실제하는 현실과는 너무 다른, 트랜스젠더의 삶을 소재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 사회의 암담한 상황들을 잠시 접어두고, 가시화의 날의 취지를 살려 우리가 보고 싶은 트랜스젠더 서사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직접 적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공동행동의 결과물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모두가 아는 동요의 구절을 통해 우리는 트랜스젠더가 직접 주체가 되어 생산한 미디어, 트랜스젠더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만든 미디어를 향한 각자의 소망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내 출신성분(?)이 어떻든 내 자신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
“트랜스젠더가 겪는 가정 문제와 그 해결책의 실마리를 일반인과 트랜스젠더에게 모두 보이고 싶다”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사회적 폭력을 영화로 꼭 다루고 싶다면... 트랜스젠더 형사가 사건을 담당하여 자신도 트랜스젠더이기에 그 사건에 공감하고, 힘들어하고, 그리고 공감하기에 이 사건을 풀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으로 다뤄지는 영화가 보고싶어요! 걸캅스처럼…!” “한시간짜리 다큐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나가도록 다뤄줬으면 좋겠다………” |
“트랜스젠더는 뉴스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데, 뉴스 자료화면이나 인터뷰를 하는 트랜스젠더는 많이 본거 같아요. 이제 트랜스젠더 앵커를 보고 싶어요!” “아픔도 잘못도 있는, 그럼에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살아가는 트랜스젠더의 모습이 보고싶어요.” “퀴어인 재판관? 권력자가 혐오자들에게 징역100년 때리는 가상드라마(?)” “정체성은 내 삶의 일부일 뿐, 일상은 누구나 비슷하다” |
“트랜스젠더 배우, 트랜스젠더 감독, 트랜스젠더 제작자가 만든 드라마 또는 영화를 보고 싶다!” “일일드라마에 고정역할로 나오면 좋겠습니다” “트랜스젠더가 가족을 꾸리면서 일어나는 일상을 재치있게 다루는 시트콤이 있으면 좋겠어요!” |
“이 혐오가 넘치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고 스스로에게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고자하는 아주 멋진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요! “ “미드 <모던 패밀리> 에서처럼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모습. 남편/아내와 함께 아이를 갖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입양을 통해서든 아이도 키우며, 주변 가족과 친척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에피소드가 일어나는 드라마. 이웃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나오면 좋을 듯 합니다. 물론 트랜스젠더여서 겪게 되는 특별한 경험도 함께 보여주고요.” |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트랜스젠더로만 보여주지 않았으면..!” “트랜스젠더 선생님이 나오는 청소년 드라마 보고 싶네요” → “저도 너무 보고싶어요!”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는 과정을 다룬 영상 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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