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평등위원회)
2020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이하 행성인) 성평등위원회에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점검 가이드북 ‘평등하게 함께해요’>를 발간했습니다. 2020년에는 만드는데 힘쓰며 회원들과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하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2021년을 시작하며 2월 18일 가이드북 발간도 알릴 겸 프로그램도 진행해볼 겸 줌에서 온라인 회원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1부에서는 <성평등한 조직문화 점검 가이드북 ‘평등하게 함께해요’>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의 흐름 위에서 행성인 내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되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고 여러 사건들이 얽혀 있었으며 가/피해가 중첩되는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공론화 이후 행성인에서는 18년 한 해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사건 조사 및 해결과 함께 단체 내 조직문화 점검에 매진했습니다. 행성인은 2019년 성평등위원회를 신설하여 위에서 언급한 난점들을 고려하여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단체 내 소 단위 별 평등점검표 활동, 공동체를 위한 약속문 해제토론 활동, 회원 대상 집담회 등이 그것입니다. 행성인이 내부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행성인 밖에서도 어떻게 조직문화를 바꾸어 가야 할지 방법을 모색하려고 각자 고민을 키워가는 단체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2020년 행성인 성평등위원회는 ‘인권프로젝트 온 기금사업’의 도움을 받아 성소수자 단체와 활동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점검 및 성평등 문화 정착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로그램 적용 매뉴얼을 수록한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성폭력은 여러 층위의 소외와 차별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맥락과 권력의 축을 함께 돌아보며 광의의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하는 단체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권운동 전반을 더욱 평등하고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이미 진행되었던 노력을 이어가며 흩어진 자료와 경험들을 모음으로써 서로를 북돋는데 연대하고자 했습니다.
구분 |
내용 |
일정 |
기획 및 준비 |
조직문화점검 가이드북 프로젝트 1차 기획 회의 |
4월 27일 |
자문회의 자문위원: 나영(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날맹(인권교육센터 들), 민선(인권운동사랑방), 아침(비폭력트레이너네트워크 망치, 행성인 조정위원), 잇을(언니네트워크), 진희(장애여성공감) 총 6명 |
5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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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점검 가이드북 프로젝트 2차 기획 회의 |
6월 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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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간담회 참여단체: 언니네트워크,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친구사이, 트랜스해방전선, 논모노플래닛, QUV 총 6개 단체 |
6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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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매뉴얼 제작 |
프로그램 실행 매뉴얼 제작 |
6월 30일 ~ 9월 15일 |
가이드북 원고 초안 작성 및 설명회 준비 |
10월 14일 ~ 10월 2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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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설명회 |
가이드북 내용 및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 청취를 위해, 자문위원과 간담회 참여단체 활동가를 대상으로 조직문화점검 프로그램 설명회 진행 |
1차: 11월 3일 2차: 11월 6일 |
가이드북 원고 최종안 작성 |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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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 발간 |
가이드북 편집, 감수 |
11월 15일 ~ 11월 26일 |
<평등하게 함께해요-성평등한 조직문화 점검 프로그램 가이드북> 제작 완료 및 발행 |
1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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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프로젝트 평가 |
12월 4일 |
프로그램 가이드북은 총 4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진단 프로그램인 모듈 2를 시작하기 전, 준비 단계에서 진행하면 좋을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듈 1, 각 조직마다 직면한 문제가 다를 것이기에 다양한 측면에서 점검하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조직 내 다양한 면면을 활동을 통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구성한 모듈 2, 모듈2의 결과를 모으고 단체 내 조직문화 관련 문제의식을 구성원과 공유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듈 3, 앞의 모듈 진행이 단발성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들도록, 단체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상을 만들고 실행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모듈 4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가이드북은 웹 용으로도 나와있으니 행성인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아보세요.
2부는 맛보기로 2부 모듈 중 하나인 ‘관계’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았어요. 구글 링크를 통해 각자 질문에 답을 하고, 함께 자신이 쓴 자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첫번째 질문은
"나는 ____________할 때 누군가와 친하다고 느낀다."
여러분들의 대답은 어떠신가요? 모인 분들의 대답은 이러했답니다.
나의 이야기를 / 사적인 자리에서 술 마실/ 누군가가 나에게 부탁 / 같은 목적을 가진 일을 할 때 /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 /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 나는 같이 밥을 먹거나 개인적인 얘길 길게 나눌 때 / 누군가와 고민을 주고받을 때/ 1)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 서로가 오는지 미리 연락할 때 (연락할 수 있을 때) 2) 서로 기분나쁘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을 때; 3)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내용과 방식이 비슷할 때 / 별 이유없이 만나도 괜찮을 때 / 내가 속마음을 표현할 때 / 용건 없이 만날 수 있을 때 / 반가울 때 / 내가 편하고 솔직하게 대할 수 있을 때 / 같이 밥을 먹거나 개인적인 얘길 길게 나눌 때 |
다른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함께 구경해보세요.
"나는 ______________한 방식으로 친분을 표시한다."
나의 일상을 공유 (하는) / 술 먹자고 / 가끔씩 연락한다 / 상대가 힘들 때 챙겨주는, 특별한 날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 생일이나 기념일을 기억하고 챙기는 방식 / 나는 말을 거는 방식으로 /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 1) 농담이나 장난을 건넨다 2) 반갑게 인사한다 3)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먹을것이라든가...)을 챙겨준다 / 밥 먹자고 한다 / 특별한 방법은 없는 듯 / 반말 존댓말 섞어 쓰거나 약간의 스킨십, 안부 묻기 / 말을 거는 식으로 |
"나는 누군가가 _______________할 때 그 사람이 나를 살펴주고 있음을 느낀다."
나에게 질문할 때 / 먼저 연락 / 연락과 확인 / 힘들 때 도와줄 때 / 나의 상태나 감정을 알고 도움을 주거나 함께 해줄 때 / 나에게 내 요즘 일상이나 상황을 물어줄 때 / 나는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기억해 줄 때 / 꿔다 놓은 보릿자루 처럼 두지 않을 때 / 1) 친절하게 인사해줄 때 / 물어봐 줄 때 /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줄 때 / 예전에 한 말, 취향, 상황들을 알고 물어봐 줄 때 /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기억해 줄 때 |
다음 프로그램은 활동을 하는데 있어 개인적인 친분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활동에 있어 친분이란 요소가 어떻게 적재적소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실천하기 위한 질문들이었습니다. 특히 단체 내에서 내가 얼마나 편안하다고 느끼는지를 가늠하는데 유용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물론 모두 지켜진다고 해서 가장 편안한 것은 아닐 것이며, 또 그 모든 것들이 지켜질 필요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겠지만요.
회원 모임에 온 사람들은 오래 활동한 회원부터, 팀에 소속된 회원, 아닌 회원, 오늘 처음으로 행성인 활동에 참여해본 회원까지 다양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답도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어떤 답이 나왔는지 함께 보시겠어요? (아래 '더보기'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끝으로, 각자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요.
처음 회원모임에 참석했던 유랑님은 ‘개인적으로 오늘 처음이기도 하고 참여하는 조직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있어서 참여했는데 깊게 이야기 해보지 않았지만 각자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별로 참여 하지 않아서 행성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회원들이 문제 상황에서 그래도 행성인 조직에 대해 믿음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회를 밝히셨어요.
그 외에도 ‘어떤 질문이 생각을 더 하게 되었나, 어떤 질문이 머리가 아팠나, 쉬웠나를 생각해보면서 그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는 것이 오늘의 포인트였다’는 분, 친분에 대해 처음으로 깊게 생각해보았다는 분, 단체 안에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자원에 대해 연결해서 앞으로도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 이런 관계의 문제가 실제로 단체 내 민주주의나 갈등 관계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키워드 인 것 같다는 분 등 참여자 분들의 다양한 소감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회원 모임은 서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또 행성인 활동에 있어 편차가 큰 회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활동 연차가 비슷하거나 같은 팀, 또는 또다른 환경에서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며 앞으로의 <평등하게 함께해요> 프로그램을 기대하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작년 한 해동안 열심히 준비해오며 스무번도 더 그려보았던 상상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도 이 말에 많은 공감이 갔어요. 함께 더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이 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기에, 같이 고민을 키우는데 거름이 되는 오래도록 쓰이고 업그레이드 되며 살아있는 프로그램들로 이 가이드북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많이 모이니, 온라인 공간에서의 민주성, 평등함을 어떻게 잘 구현할 것인지도 업그레드 할 때 넣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올해는 하반기에 행성인 각 구성원들 (팀, 소모임, 그리고 팀이나 소모임에 소속이 안된 회원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더 진행해볼 예정입니다. 평등을 위해 내딛는 한발짝 한발짝에 더 많은 행성인 회원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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