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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발언모음] 후보들은 들어라! 분노의 이어 말하기

by 행성인 2021. 3. 11.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서울시청 앞에서 ‘분노의 이어말하기대회’를 진행했습니다. 근래 떠난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추모하고,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도 조롱과 혐오를 멈추지 않는 정치인과 혐오세력들을 규탄하며, 함께 살아내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행사에는 인권활동가와 종교인,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하여 20여 명의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현장에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같은 시간 많은 이들이 시청광장을 둘러싸고 일인시위를 이어갔습니다. 현장에서 함께 추모하고 결의하며 남긴 발언들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 각 발언들은 '더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펼쳐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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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인 오늘,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인 저는 참담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이 날은 그동안 여성이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고 온전한 인격체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싸워 온 역사를 기념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진보를 위해 함께 모여 기쁨과 연대의 즐거움을 나누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기쁨과 즐거움보다 슬픔과 상처를 보듬는 연대의 날이자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여성이 받았던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투쟁의 시간들을 기억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로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 온 성적 소수자들이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임을 외쳐야 합니다. 누군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애쓰는 사회적 소수자인 당신과 내가 아니라, 끊임없는 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뱉어 내며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인들입니다.

 

어떻게 다양한 시민이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시민의 시장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들의 입에서 혐오표현들이 나와야 하겠습니까? 왜 부끄럽게도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차별한 시장의 보궐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이 그들의 직무수행을 증명하고 어떻게 시민과 좋은 지역을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성소수자들을 희생물을 삼습니까?

 

저는 더 이상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그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사회에서 누군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일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내세우며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그 어떤 누구도 용납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성이자 소수자인 우리는 그 누구도 절망에 빠진 채 움츠리는 삶을 살지 않도록 강하고 견고하게 서로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함께 연대하며 싸워나갈 것입니다. 

 

살아냅시다. 그리고 보여줍시다. 끝내 저들이 우리의 승리를 지켜보도록 합시다. 우리의 승리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 날도 필요하지만, 법이 없이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과 우리의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 끝까지 살아내고 사랑합시다. 우리 서로에게 말합시다. 당신 곁에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있습니다. 나는 반드시 당신과 함께 합니다. 당신의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또는 어떤 성정체성으로도 규정하고 싶지 않든, 우리는 있는 그대로 나로서 나답게 살아갑시다. 그렇게 살아냅시다.


물 (성소수자부모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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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홍경옥입니다.

 

자기 존엄을 위해 연대로 투쟁하며 인간으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세계 여성의 날에 여러분과 함께 하여 영광입니다. 이렇게 뜻깊은 날, 여성의 한사람으로서 제 딸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나왔습니다. 

 

호기심도 사랑도 많던 딸은 사회성이 좋아 친구가 많았고 적응력과 습득력이 빨랐으며 무엇보다 밝았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눈에 띄게 위축되었습니다. 사춘기를 거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딸의 무기력은 커져만 갔고 흡사 우울증에 먹힌 듯 사실상 비활성화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딸의 성정체성. 저희 딸은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편견과 혐오로 가득한 세상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신의 이름을 팔아 단죄하는 이들과, 표 장사에 혈안이 된 정치꾼과, 극단적인 조롱과 멸시를 일삼는 여성들에게 둘러싸여있기 때문입니다. 동물권 제정도 공론화 되는 2021년이지만,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여성 인권은 시대착오적인 역행으로 안타까운 소식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세간의 편견처럼 기분에 의해 성을 선택하고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충분한 정체화를 통해 본연의 모습을 찾는 사람입니다.  다른 몸에 갇힌 스스로를 출산하는 고난이도의 고통을 헤아려 주시길 당부합니다.

 

까닭에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를 멈춰 주십시오!! 오류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지 않게 공교육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실시해 주십시오!! 특혜로 오역하지 말며 인권 회복을 위한 정책에 대해 진솔하게 물어봐 주십시오!! 아울러 제도권 밖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성소수자인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제공해 주십시오!!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잔인함을 거둬 주십시오!! 

 

자신의 벽을 허물어 세상의 다리를 자처한 동료들을 애도합니다. 그 다리에 다리가 되어 다음 세대 여성을 위해 투쟁하겠습니다.

 

한 달 후 새롭게 시작되는 이곳 정치의 눈과 귀는 소수자를 위해 모아져야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올바른 인권의 역사가 기록되도록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끝까지 투쟁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것으로 저의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드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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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드 라고 합니다. 삼십대의 트랜스젠더이며,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화를 견딜 수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민입니까? 아니면 ‘민간인’입니까? 그간 무어라 말하든 “트랜스젠더”로만 대표되지 않았었나요? 우리에겐 군인으로, 작가로 살아가고자 했던 청년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세상을 떠나고 이곳에 없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언제까지 동료를 떠나 보내야 합니까? 정부 및 정치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올해 <서울시민 문화다양성 인식 시범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차별에 반대했지만, 성소수자를 동료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4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국가인권위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동안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85.2%의 응답자가 차별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최근 5년동안 구직 경험이 있는 57.1%의 응답자는 정체성으로인해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본 보고서는 “한국의 트랜스젠더는 여러 삶의 영역에서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 정책, 제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밝혔습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23살의 변희수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한순간의 강제 전역의 충격에도 굴하지 않고  커밍아웃을 통해 사회에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대대에서조차 지지 받았던 그를 철저히 무시한, 철옹성 같은 국방부를 상대로 복직 투쟁을 이어나갔습니다. 혼자를 위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행보에 유엔과 인권위도 성명을 통해 뜻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행성인의 이름으로 추모해온 육우당, 키디다, 크리스, 은용이란 이름의 청년이 있었습니다.

 

이 사회는 이 청년들에게 안전했습니까? 포용적이었나요? 정치사회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반추해봅니다. 

 

비례연합정당 관련하여 윤호중 당시 더민주 사무총장은 “성소수자 문제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다”(20.03.17)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는 “차별에 반대한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한다, 하지만 타인의 인권도 굉장히 소중하다”(21.02.18)

 

육군 관계자 “고인이 현재 민간인 신분으로,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21.03.03)

 

스스로를  긍정하고 충분히 역량을 펼치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던 이들을 차츰 고립시키며 벼랑으로 밀어넣은건 누구였습니까?

 

성별 정체성으로인해 입학과 취직을 할 수 없고, 언론으로부터 성소수자로만 호명되어 대중으로부턴 동등한 시민이 아닌 가십의 대상이 되고, 인권에 있어선 선택적으로 허용과 불허의 토론 대상이 되도록 내버려둔 이들은 누구입니까?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한편으로, 우리 동료들의 죽음 이후, 수많은 인권운동 진영에서 성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제안하고 싶습니다. 뒤늦은 추모가 아닌, 애도가 아닌 현재의 말과 행동으로 함께해 주십시오. 왜 누군가가 죽고 다쳐야, 안타까워 다가오십니까. 그것은 서로의 운동을 은연중에 나눠버린 하나의 방관 아닙니까? 반성하십시오.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했으나, 사회로부터 성소수자라는 사실만으로 낙인의 근거가 되었던 우리들의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보내오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 안에서마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 2호선 지하철에서 이루어진 추모 액션을 참여하며 다시금 우리가 사회로부터 고립된 소수자가 아닌, 연대의 힘을 믿는 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임을 확인했습니다. 서울광장을 나부끼는 트랜스젠더 깃발과 무지개빛 끈들로 서로의 희망이 되고자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상황으로인해 전국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지 못하던 현실에서, 무척이나 위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날의 기억이 올해를 살아갈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긴 시간 버텨만 온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여러분, 이 폭력적인 사회로부터 버텨온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치유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도 저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질병인으로, 장애인으로, 우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더이상 누군가가 움직여주길 기다리지 맙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기 위해, 정치인이 정당이 움직이기 이전에 함께 모여 세상을 바꿉시다. 때리면 아프다, 사과하라, 그마저도 듣지 않으면 찾아가서 화를 냅시다.

 

행동을 통해 우리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장주연 (탈시설장애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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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탈시설장애인당 장애여성 후보자이자 노들센터 활동가 장주연입니다. 장애인에게 또 장애여성에게 ‘장애’를 배제하고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또 장애여성에게 여성임을 배제하고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장애여성 활동가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변희수 하사님도 저와 같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군인을 지망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인이라는 꿈 앞에 그녀의 성 정체성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는 그녀의 모습을, 그녀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으로 나누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틀에 가두어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군인 변희수하사가 아닌 그저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배제시켰습니다. 누구보다 군인이 되고 싶어 했고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던 변희수 하사의 모습은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강제전역 조치를 받은 이유는 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사실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는 없었습니다. 왜 사회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여군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던 외침을, 그 목소리를 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요. 편견과 차별에 지쳐가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소망했을 것입니다. 소수자가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다양성을 인정받는 사회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바라며 싸우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고 추모합니다. 더 이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를 위해 싸우고 투쟁하겠습니다.

 


신지예 (신청자, 팀서울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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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출마하는 팀서울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입니다.

지금 우리는 긴 폭력의 밤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껌껌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그저 서로 잘 살아만 있기를 버텨내기를 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세 명의 친구를 잃었습니다. 퀴어문화축제를 외곽으로 옮기겠다는 한 서울시장후보의 발언 후 말입니다. 성소수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은하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건 은유가 아닌 현실입니다.

 

김기홍 활동가를 기억합니다. 제가 녹색당에서 여성출마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할 때 당내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여성만 우대하는 프로젝트고 비여성을 배제하는 프로젝트라고 말입니다. 생물학적 여성이 아닌 가부장제가 만든 정상남성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모두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지만 표결까지 올라 한두표 차이로 프로젝트가 무산이 될 뻔했습니다. 그때 김기홍 활동가는 앞에 나서 내가 바로 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여성이란 생물학적 여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가부장제가 지정한 성별이분법 관점을 벗어나려고 하는 여성, 성소수자 모두를 지칭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덕분에 여성출마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변희수 하사를 기억합니다. 변희수 하사는 지난 서대문 선본에 정책을 제안하러 찾아오셨습니다. 무슨 정책을 내셨을까요? 흔히들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낼 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사님은 페인트총/소프트건 게임 산업부흥을 위해 총포법 개정안을 들고 오셨습니다. 변희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꿈이 있고 삶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변희수이고, 김기홍입니다. 우리가 이곳 서울시청 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이며, 우리가 김용균입니다.

 

친구들의 죽음을 듣고 괴로웠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온몸으로 돌파하려 했던 변희수 하사의 일상과 그를 압도했던 폭력이 떠오르며 이걸 헤쳐나갈 수 있을까 되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자신답게 살고자 노력한 그의 용기를 기억합니다. 우리 그 용기를 이어갑시다. 그리고 더이상 번드르르한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맙시다. 페미니스트다, 인권을 지키겠다 하지만 항상 말 뿐 실천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호소하기를 넘어 새로운 선택지를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폭력과 혐오가 난무한 이 밤을 넘고 함께 손잡아 눈부시게 평등한 시대를 열어젖힙시다. 성별정체성 성적 지향이 다르다고 차별받는 이 낡은 시대를 바꿔 냅시다.

 

감사합니다.


빌리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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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빌리라고 합니다. 다음 달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갓 30의 서울시민입니다.

 

최근 연달아 있었던 비보들로 인해 서울과 한국이 성소수자 이슈로 뜨겁습니다. 특히 그 안에서도 이 비보의 당사자들이 다 트랜스젠더인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비보들에서 어떻게든 의미를 찾고자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시민 나름대로, 그리고 언론인은 언론인대로, 연구자들은 연구자대로 각자의 공간에서 그 고민들을 나누고 있는데 아직 이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2월 26일에 떠난 음악교사 김기홍 선생님의 삶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 3월 3일에 떠난 변희수 하사의 삶에 대한 국방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변화에 대한 다짐, 그리고 이러한 비보가 있기 바로 전 표심을 사겠노라고 혐오발언을 자행한 서울시장 후보들입니다. 

 

1, 2, 3, 4에 갇힌 트랜스젠더는 정말 많은 곳에서 삶의 제약을 받습니다. 특히, 노동을 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짜여진 한국이라는 사회 안에서 트랜스젠더는 이 노동 자체에 참여하기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일단 채용에서부터 걸러지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채용이 되었다 하더라도 힘들게 들어간 노동의 환경에서는 차별과 멸시를 견뎌내야 합니다. 견뎌내다 못해 이런 부조리를 바꾸어내고자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그렇기에 우리는 김기홍님과 변희수님을 보내야 했던게 아닐까요. 

 

한국의 공교육은 김기홍씨를 품어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종종 우리는 학교가 성소수자 학생에게 얼마나 안전한 공간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만, 이와 함께 우리는 학교는 얼마나 성소수자 친화적인 일터인가 역시 고민해야 합니다.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들이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궤변에 학교는 아직까지도 성별이분법에 갇힌 선생님의 상을 앞세우고 있지 않나요. 선생님의 역할과 선생님의 모습에서부터 성별이분법이 공고히 남아 있다면, 과연 학교는 다양한 생각을 일궈내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일단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자라니까요. 교육부는 과연 현재의 교육환경이 성소수자인 교사들이 커밍아웃을 할 수 있는,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페미니스트인 교수들이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인지 뼈저리게 돌아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교육의 현장에 온전히 자신의 모습으로 근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수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누가 어떻게 어떠한 관계를 통해 내용이 전달되는 가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더 해야 할 말이 있을까요? 소속 부대에서 인정받고 심지어 외과적 트랜지션을 위한 외국 여행까지 허락을 받고 다녀온 용사를 매몰차게 내버린 후 이제 민간인이 되어버린 사람에게 표명할 입장이 없다던 국방부는 변희수 하사님 이렇게 되기까지의 여러 선후관계부터 파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안타까운 것은 2월 말, 변희수 하사는 전역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2020년은 그녀가 트랜지션 후 군에 남을지 말지를 고민하고, 그 이후의 삶을 계획해며 보내야 했을 해였겠지만, 군에서 강제전역 이후 자신의 삶을 바닥부터 다시 일으켜세우며 쏟아지는 혐오를 견뎌내야 했었습니다. 국방부는 고 변희수 하사의 사망 전 날 트랜지션은 자해라고 주장했습니다. 참 치졸하고 더럽고 역겨운 국방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폐쇄적인게 자랑은 아닙니다. 진심어린 명시적인 사과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사과가 다양성과 평등을 추구하는 군으로 거듭나는, 변희수 하사가 끝까지 원하는 방식으로 전역을 할 수 있었을 군으로 거듭나는 정책의 형태로 전달되기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고민의 초석은 <법적 효력을 가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도대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뭐가 좋아지는 거냐구요. 글쎄요. 차별금지법을 가진 한국이 어떤 모습일지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치랍시고 혐오를 선동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보지 않을 권리”라고 말한 이후 고 김기홍씨는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 라고 적었습니다. 공적 자리에서의 혐오하는 건 헤이트스피치로 분류되고 그리 다뤄져야 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그러한 힘을 가진 법안으로 제정되길 바랍니다. 

 

며칠 전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며 활동을 하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습니다. 우리의 상황을 좀 더 설명할 기회로서 그 질문에 꽤나 상투적인 대답을 주었었는데요, 나중에 곱씹어보니 가장 힘든 점은 활동을 하다 떠나 보내는 동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불과 이틀 전에 밥을 먹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기획하고 싶은 활동들에 이야기 하던 동료를 회의에서가 아닌 빈소에서 영정으로 맞이한 것이 3년 전의 일이고,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정책으로 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과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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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과라고 합니다.

 

변희수 하사님은 동료들의 지지에 더불어 복무 중 트랜지션을 마쳤으나 군은 관련 규정 개정을 하루 앞두고 뻔뻔하게 강제전역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두어달 뒤 인터뷰에서 하사님은 퍽 씩씩한 모습 이었습니다. 선두에서 혼자 싸우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하사님이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 없애버리고 살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을 매정하게 배신한 군을 여전히 사랑하고 용기와 자긍심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 멋지고 대단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군인을 안 하면 누가 하나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주도 한 중학교의 음악 선생님이던 김기홍님은 2017년 대선 후보들의 혐오 발언을 보고 학생들과 학교에 공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이후 제주퀴어문화축제의 공동조직위원장이 되어 제주시의 일방적인 행사취소에 맞서기도 하고, 녹색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성소수자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거리로 치부하는 민주당에 항의했습니다. 기홍님은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게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픈 음악 선생님이기도 했습니다. 

 

트랜스젠더 극작가로써 희곡을 쓰던 은용님은 자신이 쓴 퀴어 희곡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로 동아연극상에서 수상을 거뒀던 재능 있는 작가 분이셨습니다.

 

변희수 하사님, 기홍님, 은용님, 그리고 육우당님, 크리스님, 키디다님, 각자의 자리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평등을 위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했던 정말 용감한 분들이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있어왔기에 세상은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없애버리지 못했습니다. 몸은 스러졌어도 그 분들의 용기는 우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가시처럼 남았습니다. 5년전 자신이 했던 지저분한 말을 이제야 주워 담으려는 박영선 후보의 마음속에도 박혀있을 것입니다. 생명을 꺼뜨리려는 어둠같은 혐오는 우리의 불과 같은 용기를 두려워합니다. 우리가 웃고 떠들며 축제하는 것, 여기에 이렇게 서있는 것조차 큰 용기입니다. 그래서 겁쟁이 같은 혐오세력과 정치인들은 그것을 그렇게도 무서워하고 불편해합니다.

 

안철수 후보, 성소수자를 구석에 치우고 싶습니까? 오만한 당신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성소수자들은 늘 그렇듯 광장 한가운데서 춤추고 깃발을 흔들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소수자에 대해 찬성하지 않지만 차별은 안된다 운운하면서,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기다리라고 하고 싶은 겁니까?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에 숟가락 얹으라고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 행동하지 않는 것, 직무유기이고 비겁한 행동입니다.

 

한편으로 이런 용기가 슬프기도 합니다. 군인이 군복무를 하기 위해,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극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 목숨을 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슬픕니다. 나 자신의 자신됨으로 차별받지 않고 다른 사람과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고 싶은,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소망을 아무렇지 않게 꺽어버리려는 이 괴물 같은 곳이 슬픕니다.

 

그러나 세상에 절망을 함부로 내어주지 맙시다. 세상은 가혹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우리는 절망 속에 가라앉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서로 손을 잡아줘야합니다. 긴 터널의 휘어짐 속에서 잠깐 어둠이 우리를 감싸도 손잡고 걸어나갑시다.


자캐오(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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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과거를 반성하고, 새 길을 열어 가십시오.”

 

오늘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분노의 이어 말하기’ 연대 발언을 준비하며, 분노만큼이나 절망의 깊은 한숨이 더 자주 나왔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한 명의 인민이자 그리스도인, 또한 서울시민으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대다수 후보들의 면면 때문입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후보들 가운데 안철수 후보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안 볼 권리’를 주장한 거죠. 세계 각국의 대다수 퀴어문화축제가 도심이나 번화가에서 진행된다는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틀린 주장이란 문제 뿐 아니라, 자신의 말이 ‘혐오와 차별, 배제를 선동하는 발언’이라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총선 때 자신은 ‘동성애를 반대한다’라고 말하며,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5년 전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합니다. 누가 이거를 찬성하겠습니까?”라고 소리를 높였죠. “특히 이 동성애법 이것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던 사람입니다. 최근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는 식으로 발언했지만, 딱 거기까지이었습니다. 

 

이들의 정치적 발언이 실수일까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큰 ‘공적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아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발언은 ‘계산된 발언’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 목소리를 내는 ‘일부 종교 집단’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수적인 주류 그리스도교에게 앞에서 언급한 정치인들의 입장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 따위 발언을 해야 최소한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반대’를 무마하거나 피할 수 있으니, 많은 정치인들과 이번 보궐선거 후보들은 큰 양심의 가책 없이 계산된 발언을 합니다.

 

정치인이라면 다수결이 작동하는 영역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할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은 다수결이 아니다’는 기본 개념 앞에서 정치인은 ‘사회적 합의’라는 수사 뒤에 숨는 게 아니라, 그 ‘사회적 합의’를 적극 이끌어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인권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고통 경쟁에 근거한 ‘파이 나눠 먹기 경쟁’이 아니라, ‘더하기 방식’으로 사회와 국가의 의무를 끌어내는 ‘환대와 연대, 우정의 확장’이라는 걸 명확히 할 정치적 책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인권은 ‘개인의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보궐 선거에서 선출될 서울시장은 이를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 사람입니다. 이때 개인은 ‘서울 시민’을 말할 뿐더러, 그 ‘시민이란 규정과 경계 안’에 들어가지 않거나 부분만 허용된 다양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러니 제발,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제 정치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새 길을 열어 가십시오! 분명 사람들은 변하고 있습니다. 당신들 가운데 한 명에게 서울 시정을 맡길 사람들은 변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변했습니다. 아직도 변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건, 정치인들과 정부뿐입니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의 삐뚤어진 신념을 가진 일부 특정 종교 집단의 말에 끌려다니지 마십시오. 이미 그들의 교회에서 의식 있는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여론 조사나 내부 분위기에서도 그런 특징은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에서는 종종 몇 천 표가 당락에 결정적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일부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이나 교회의 압박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당신들의 표 계산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신들이 일부 특정 종교인 집단의 말에 끌려다니거나 적극 동조하는 모습은, ‘인권 개념과 감수성’을 갖춘 종교인들과 더 많은 시민과 사람들의 표를 잃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분명히 요구합니다. 오늘 ‘3.8 세계 여성의 날’,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정치인들은 ‘제대로 된 성평등과 인권 개념’에 근거한 정책을 확실히 제시하기 바랍니다. 세계 각국의 대도시 정책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정책’이 적극 작동하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성평등한 1인 화장실’ 등 시범적으로 운용 중인 정책이 더 빨리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십시오.

 

‘빵과 장미’로 상징되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유령 취급을 받으며 사회에서 삭제되어 온 여성들의 투쟁과 저항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의 투쟁과 저항은 국가가 부여한 숫자가 없는 여성, 미등록 이주민 여성, 결혼 이주 여성, 트랜스 여성 등 더 많은 여성들을 아우르며 계속되고 있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여성의 이름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러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온 후보 여러분, 성별·연령·장애·국적·인종·종교 등과 관계없이 모두가 존엄과 평등을 누릴 수 있는 ‘시정 철학과 정책’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힘을 싣기 위해서라도 서울시부터 ‘모든 사람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며, 상대적 약자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나 삭제가 불가능한 서울시’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키지 않으면,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할 내일은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송명숙 (신청자, 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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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서울시장 후보 송명숙입니다.

먼저 혐오와 차별에 당당히 맞서왔던 변희수 하사와 김기홍님께 추모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진보당의 서울시장 후보로서, 그리고 성소수자 시민들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명의 서울시민으로서 오늘 발언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대양당 후보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재고 따지며 거래할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하는 사이, 우리는 동료 시민을 잃어야했습니다. 거부할 권리를 운운하며 도심 밖, 보이지 않는 데서 행사를 하라던 안철수 후보.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5년 전 보수 개신교 행사에서 '동성애법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게 하는 법'이라던 박영선 후보. 누구를 위한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것인지 그들의 발언에서부터 뻔히 드러납니다. 성소수자의 인권과 삶은 외면한 채 표 챙기기에 급급한 ‘혐오 팔이 정치’를 2021년에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성소수자의 인권을 제물로 삼는 혐오의 정치를 끝내겠습니다. 진보당은 트랜스젠더와 모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인간에게 인간의 존재를 부정하고 거부할 권리 같은 건 주어진 적 없습니다. 누구든 성적 지향, 성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이 당연하고 평범한 말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겠습니다.

 

서울시 차별금지조례 제정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진보당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2년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었지만, 지금까지도 혐오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제정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더는 미룰 시간이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서울시 차별금지조례 제정으로 우리의 동료 시민들을 지켜야 합니다. 그 어떤 혐오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정치의 이름으로 자행되어왔던 혐오와 차별을 끝내겠습니다.

 

제도와 정치는 다수자의 장식품이 아니라 소수자의 안전망이 되어야 합니다. 일단 표를 받아야 하니까, 마지못해 시늉만 하는 정치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우리의 동료시민을 잃어야했던 지금의 이 슬픔을 분노로, 행동으로, 정치로 이어나가겠습니다. 힘을 보태어 이 변화에, 차별과 혐오없는 세상을 향해 함께하는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니주누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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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저는 다니주누입니다.

 

우리의 친구, 우리의 동료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상의 사람들은 나와 우리를 향해 너무나 모질게 대했습니다. 존엄한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고, 죽어서도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 고통을 우리는 함께 경험하고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그 상처들과 그 감정들을 억누르고 버티며 살았던 우리에게 어쩌면 낯설지 않은 죽음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또 이 현실이 너무 비참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또 하루를 버티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해맑게 웃던 동료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거칠게 분노하던 동료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당당히 외치던 동료들의 외침을 기억합니다.

 

세상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떠나간 우리의 동료를 기억합니다. 동료들이 꿈꿔왔던 그 평등의 세상을 향해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같은 길을 향해 나아갑시다. 고귀한 인간의 존엄을 외치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길벗이 되어줍시다.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며 평등을 거부하는 정치인의 행태를 기억합시다.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한 국민의 살아갈 권리보다 우선시 하는 그 정치인의 행태를 기억합시다.

 

우리는 살아서 기억합시다. 살아서 뭉쳐서 이 날을 기억하고 소수자를 배제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 시대의 정치가 부끄러웠다는걸 전해줍시다.

 

우리는 이렇게, 또 그렇게 살아서 세상의 차별과 혐오 그리고 억압으로부터 함께 저항합시다. 당당하게 저항하고, 우리 서로 함께 서로에게 의지합시다.


여름 (장애여성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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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자리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까?

 

정치는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며 정치인의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성폭력가해행위로 인한 초유의 상황에서 진행하게 된 보궐설거이다.

그럼에도 참여하는 정치인들에게서 자중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본인들만 없던 일처럼 하면 된다고 여기는 듯한 뻔뻔함은 덤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도 여지없이 득표수 계산하느라 알아서 보수개신교계의 눈치를 보며 성소수자들을 혐오의 자리에 불러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보지 않을 권리라는 막말을 일삼고 있다. 혐오차별인지 모르며, 인권을 짓밟는 모습은 분노스럽고 참담하다.

 

정치는 부끄러움을 알고 인권의 무게 또한 득표수 계산에 휩쓸릴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인권에 달린 사람의 목숨을 무겁게 느끼며 가야할 것이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입니다.’ 이 길지 않은 문장에 많은 동지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끝까지 함께 살아내자 외치면서도 결국 떠나보내는 일을 얼마나 더 반복해야 멈출 것인가. 이 사회가 규정한 틀이 아닌 그저 자신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살고자하였던 것이 결국 그 길이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조장하고 방관하는 사회에서는 끝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게했다. 

 

안전하게 지켜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우리사회는 가리고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 앞에서도 그렇고 혐오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켜낼 사람은 철저하게 경제발전의 논리에 부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노동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리고, 노동이 가능함에도 차등을 두고 사람을 등급화하여 비용으로 치환하고, 노동이 불가능한 사람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고 그것에 이유 또한 개인에게 따져 묻고 국가에 짐이 될 뿐이라며 수치심을 일상적으로 건넨다. 

 

그러나 앞으로 반복될 재난 앞에서 정치는 하루 빨리 깨우쳐야한다. 끝 모르는 개발을 앞세운 성장 패러다임은 이제 끝이 났음을 말이다. 하루라도 빨리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하면 함께 공존할 것인지 앞 다투어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살고자 하는 사람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로 존재하고자 하는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가 힘을 제대로 쓴다면 말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정치가 갖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한데 그 힘이 소위 주류의 시선에서만 순진하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사람으로 호명되지 않는 사람, 노동자로 호명되지 않는 사람, 사건/사고의 피해자로만 소환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데 힘을 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외친다! 성소수자의 인권은 목숨이다! 먼저 떠나간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아직 살아남아 있는 우리가,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장애여성운동은 마음을 다잡고 연대의 힘을 믿으며 가고자 한다! 투쟁!


류세아 (트랜스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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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거가 한창이고, 후보자들은 수없이 많은 말들을 만들어냅니다. 아직은 날씨가 매서운 2021년의 초입, 후보자들이 맞대어 앉은 토론 테이블의 높다란 벽에 가리어 당신들의 윤이 반질반질 나 있을 구두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딛고 서 있는 단단한 지반을 가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제도라는 기반을 딛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 성소수자들에게 주어진 그 지반은 너무도 거칠고 얼기설기 헤진 것이라서, 서로를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나아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되고자 하는 선출직 공직이라는 자리는, 그 제도를 입안하는 자리입니다.

 

선거가 치러집니다. 동료 시민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우하지 못하는 당신들의 인식 때문에 치러집니다. 무엇이 그 가해를 저질렀습니까?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이성애 중심주의가, 연애와 가족에 대한 ‘정상’ 규범이, 젠더에 대한 몰이해가, 남성 중심 사회가, 성평등하지 않은 사회가 그 가해를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가해로 인해 벌어지는 보궐선거에서도 혐오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부럽습니다. 당신들이 몰지각하게 내뱉는, 매 순간 숨 쉬듯 쏟아지는 그 혐오들이 고가의 방송 장비를 타고 전국으로 흩어질 때, 우리는 또 거리로 나왔습니다. 정보 경찰들이 나와 소음을 측정하는 앞에 나와 동료 시민의,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그런 권력을 주었나요?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이 위임한 권력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 권력으로, 말을 가장한 혐오의 칼날을 만들어 흩날리는 데 쓰고 있습니다.

 

국회의원회관 5층에는 故 변희수 하사님을 기억하는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있습니다. 양당의 여러 정치인의 조화와 조기도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거대 양당 정치인들이 이렇게 가득한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발의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국회 소위에서 몇 차례 논의조차 진행되질 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평등을 완성하는 법은 아닙니다. 동반자 등록법, 성별 정정 특별법, 성평등 교육 정책, 성별이분법적 주민등록제도 등의 폐지, 인터섹스에 대한 강제 성기 수술 금지 등 우리 사회 제도가 나아갈 길은 아직 더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지금 차별금지법을 외치는 것은, 차별금지법이 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합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먼저 떠난 동료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잊지 않고 행동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이라는 벽을 깨부술 겁니다. 오늘도, 내일도 잊지 않고 외칠 것입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국방부가 범인이다, 혐오 살인 중단하라!”, “우리는 여기에 있다, 혐오 정치 규탄한다!”

 

끝으로 험하디험한 제도의 지반을 함께 걸어가는 모든 동료 시민들에게 전합니다. 함께 살아갑시다. 서로를 단단히 붙들고, 놓지 말고 나아갑시다. 아플 때는 같이 의지하고 안아줍시다. 그렇게 잠시 쉬더라도 결국에는 나아갑시다. 우리가 나아갈수록, 나아온 지반은 조금씩 단단하게 다져질 것입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오늘 이 자리에 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 더는 누구도 기억 속에 남겨두지 말고, 모두 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만납시다. 여러분 모두의 생존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그러한 감사에 인정받을 필요도 없이 존엄한 존재임을 기억합시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다시 만납시다. 그리고 함께 나아갑시다.


김정희원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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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할 수 없음을 애도함>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보다 먼저 다른 세상으로 향한 우리의 친구들, 동지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오늘 이 자리에 서야만 하는 제 자신에게 자꾸만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우리는 친구의 죽음에 대해, 동료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거리에 나와서 호소해야 합니까? 왜 우리는 친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 광장에 모여서 호소해야 합니까? 우리는 애도할 권리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추모할 권리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생존할 권리, 삶을 살아갈 권리를 요구합니다.

 

지난 한달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이 세상 대신 다른 세상을 택하기로 한 영혼들, 끝까지 자신을 굽히지 않은 영혼들, 그리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영혼들을 생각했습니다.

 

고 변희수 하사님의 복직을 위한 공대위의 성명에 따르면, 군은 불과 며칠 전에도 54 페이지에 달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남성의 성기가 없으므로 장애가 있어서, 성기재건수술은 자해 행위라서, 군 복무를 잘 못할 것 같아서,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없어서, 강제 전역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4월 15에는 이 재판의 첫 변론 기일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고 변희수 하사님이 이렇게 폭력적이고 모멸적인 내용을 읽지 않아도 되어서, 고통스럽게 변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어서, 황당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법정에서 직접 듣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한국 사회가 폭력적인 정상성을 강요하지 않고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용되며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나라가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향해 “안 볼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사회는 함께 살아갈 미래가 없는 사회입니다. 폭력이 정당화되지 않고 차별에 함께 맞서 싸우며 혐오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는 사회, 그리고 그 누구도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지 않는 사회를 원합니다.

 

우리 앞을 먼저 걸어간 이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연대와 동참을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순수했던 아름다운 영혼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린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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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3월 8일 세계 여성의날이자 생일을 맞는 저는 22살 서울시민 트랜스젠더입니다. 생일을 축하한다며 행복한 날이 되길 바란다고 날아오는 메세지들이 더 가슴아프고 우울하게 다가옵니다. 

 

작년 이맘때 총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김기홍씨를 기억합니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알린 변희수씨를 기억합니다. 작년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던 저를 격려하고 우리 같이 생존하고 살아가자 이야기하며 학교로 돌아가고싶어하던 기홍씨, 카톡방에서 기자회견을 결심하며, 수많은 감정을 이야기 하던 변희수 하사님. 그 모습들과 이야기가 아직도 제 가슴속을 맴돕니다. 그들이 꿈꾸고 원했던것이 헌법에서 이야기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였다는것이 더욱 이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미국에선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출신인 크리스틴 벡이 어렸을때부터 성별위화감을 느끼고도, 무공훈장을 받은 군인입니다. 이후 트랜지션을 결심하며 자신의 군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그녀의 동료들은 응원했습니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복무를 금지하였을때도 앞장서서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특수부대원들도 트랜스젠더를 동료로써 이야기합니다. 변하사님도 동료와 소속부대 구성원들이 응원하고 지지했습니다. 

 

트랜스젠더는 정신력,신체가 불안정해서 복무가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는 그저 트집을 잡는 궤변에 불가합니다. 수많은 이들이 세상을 등질때, 많은 정치인들의 추모를 보며 화가 났습니다. 이들이 괴로워하던때 당신들은 어디 있었습니까. 그저, 당장 더 중요한것이 많다,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축제하는 모습이 보기싫으니 어디 구석가서 니들끼리 하라고 유명 정치인이 방송에서 쉽게 말합니다. 성소수자들이 시민으로써 당연한 권리도 없어서, 차별 금지법 하나 만들어달라 20년을 가까이 기다려왔습니다. 그 차별금지법도 제정을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 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혐오하는 사람들이 시퍼런 칼날로 우리보고 죽어라 외치며 폭력을 저지르고, 우리의 친구,동료들이 자기를 보호할수 있는 수단 자체가 전무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싸움으로 나가 사회와 맞서 외치다 세상을 등지고 죽어갈때. 앞서 나가 맞서 싸운자들에게 방패한장 쥐어주기 못한 정치권은 그저 애통한 죽음이라고 합니다. 누구보다 이들의 죽음의 일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제까지 미룰겁니까.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에 사회적 논의라는 허접한 변명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우리 살아갑시다.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존재를 부정하고 괴롭히는 모든이들에게 화내고 이야기합시다. 

 

"우린 여기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요.


창현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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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는 창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의 과거와 떠나간 친구, 동료의 추모를 위해 그리고 저의 분노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섰습니다.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 동료 덕분에 이 험난한 시기를 견뎌내며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15년 전 정체화를 하고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3년간 친구 한 명 없이 지내왔습니다.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당시 성소수자라고 하면 왕따를 당하거나 모욕을 받거나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애들끼리는 성소수자 더럽다, 정신병이다, 이렇게들 이야기하며 놀리거나 혐오하는 대상으로 일삼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기에도 두려웠습니다. 수업 중에도 성소수자는 나쁜 거다 비이상적이다. 그런 곳에서 저는 혼자 두려움 절망을 끓어 안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생활이 끝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은 이보다 더 했습니다. 미션스쿨인 고등학교에서는 성소수자 이야기는 언제나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교목 선생님은 수업 중에 동성애는  “유황불에 떨어지는 죄악이다” 죄짓는 거니 그건 나쁘다, 

3명의 교목 선생님이 있었는데 '아니다. 나쁘지 않아!' 라는 교목 선생님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수업하는 학급과 체플을 듣는 모든 학년들에게 동성애. 성소수자는 죄악이다. 저에게는 협박이었습니다. 당시 종교부장을 한 저는 그 협박 같은 이야기를 3년 동안 듣기 싫고 피하고 싶어도 들어야 했던 그 시기 저에게는 협박처럼 들리는 말을 들으면서 저는 참다 참다 모태신앙인 기독교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걸 계기로 저는 벽장을 나와 저와 같은 친구를 만났고 동료를 만났습니다. 좋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같이 활동도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공부도 같이하고 여행도 같이 다니는 친구, 동료가 있기에 두려움도 헤치우며 나갈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발언하는 용기도 친구와 동료가 있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혐오가 판치고 지옥 같은 세상 유일하게 희로애락을 나누고 지내던 친구이자 동료가 떠나갔습니다. 친구의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도 동료의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정말 행복했으면..

 

친구와 동료를 잃은 느낌 친구. 동료의 영정사진 앞에 절을 하는 저의 심정은 심장과 간이 타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 타들어 가는 힘이 슬픔보단 분노가 저를 움직여 주고 있습니다. 

 

혐오를 외치고 나중에 외치는 사회는 아십니까? 보지 않을 권리를 말하고 혐오를 통해 자신의 정치력을 올리는 분들, 잘 보십시오 저의 친구, 동료가 죽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말 조심하십시오. 당신들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셨나요? 변한 것이 있나요? 

 

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세상을 중학생 때부터 죽고 싶은 생각을 수도 없이 생각하면서 그걸 참고 살아온 줄 압니까? 이젠 두렵기보단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우리가 왜 죽어야 합니까? 

 

남아있는 친구 여러분 동료 여러분 살아나갑시다. 무너지지 맙시다. 분노합시다. 다음에 우리가 아니라 혐오가 죽는 사회를 저는 바라면서 이 발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화당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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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그냥 회원 화당입니다. 앞에서 너무 눈물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안 울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감정이 북받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 10여 일 사이에 2명의 트랜스젠더 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2014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의 자살충동비율이 6.8%인데 성소수자의 자살충동비율은 그의 10배인 66.8%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성소수자 비율은 25%입니다. 저는 일반인 분들을 대상으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여러분의 친구들 중 4명 중에 1명이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지 않으십니까? 이것이 현실이고 이미 수많은 연구와 2007년부터 유엔에서 우리나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안하고 권고한 그런 사례가 수없이 있어왔습니다.

 

그런데도 더이상 이것이 사회적 의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말이 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 나온 모든 분들이 지금 저희가 한 명의 시민으로서 대우받고 있지 못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차별금지법이 현재에도 2020년에 장혜영 의원에 의해서 대표발의가 되어 있습니다. 알고 계신 분들은 알고 계시다시피 2007년부터 지금 8차례에 걸쳐서 '발의'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단지 국회의원 몇 명이 발의를 한다고 해서 법으로 통과되는 게 아닙니다. 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그런데 지금 현실은, 그 14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변희수 하사가 처음으로 이 사회의 이슈가 되었을 때 그 때 이미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이고 그 때 이미 논의가 시작되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의 날인만큼 수많은 여성 관련된 행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이번에 돌아가신 트랜스젠더 분들을 추모하면서, 본인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하시고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한 번 성찰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재이 (신청자, 현장 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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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상에 불현듯 태어나 힘겹게 죽어갑니다. 2021년의 우리는 때로는 청년이기에, 때로는 노동자이기에, 때로는 여성이기에, 때로는 정신질환자이기에, 때로는 장애인이기에, 때로는 피부색이 다르기에 항상 죽음을 목전에 두고 걸어갑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성소수자이기에 죽은 모든 이들의 이름 아래, 절벽으로 내몰린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를 절벽으로 내몬 모든 이들에게 전합니다.

 

우리는 항상 눈 앞의 전쟁터와 등 뒤의 추락 사이에 서있습니다. 발밑의 땅은 뒤에서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앞에선 당신들의 날선 말과 행동들이 우리를 찌르고 베기 위해 다가옵니다. 그 비좁은 틈새에서, 우리는 상처입고 피와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나아가거나, 힘을 다하고 그대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순간에도 당신들은 이러한 살인의 현장을, 선택이란 간편한 단어로 숨깁니다.

 

우리는 죽음을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의 세상은 “자살”이라는 단어로 이 사회의 폭력, 정치인들의 폭력, 구조의 폭력, 정상성의 폭력, 그 모든 권력의 폭력을 숨기고 우리를 속이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선택한 죽음이 아니라, 세상이 대신 선택해 둔 동등히 끔찍한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나를 가해하는 이 거대한 권력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평생 그 폭력을 견뎌야만 한다면, 생이 끝나는 것만이 폭력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이니까요.

 

우리는 수없이 많은 무고한 생명이 그렇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해왔고,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이들을 눈물로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더이상 “나중에”는 없다’고 목이 터져라 외칠 때, 당신들은 ‘보기 싫은 사람들의 권리’ 따위의 말로 다시 한번 우리의 가슴을 찔렀습니다.

 

불현듯 태어남에도 우리의 의지는 없었고, 당신들의 정상성을 정립함에도 우리의 의지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타인의 의지로 태어나, 다르게 존재한다는 이유로 힘겹게 죽어가야 했습니다.

 

당신들에게 요구합니다. 우리의 죽어감을 바로 목도하세요. 당신들의 손에 누구의 죽음이 걸려있는지, 당신들의 그 말과 행동이 오늘은 누구를 죽였으며, 어제는 누구를 죽였던 것인지. 당신들이 얼마나 많은 우리를 죽여버렸기에, 우리의 존재마저 잊을 수 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많은 죽어가는 우리들을 못본 채 했기에, 당신의 그 손으로 그 누구도 살리지 못했던 것인지. 그것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린 우리들에게 당신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며, 그 깨달음이 당신이 더이상 우리를 죽이지 않기 위한 시작이길 바랍니다.


김찬서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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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탈이성애한 성소수자 김찬서라고 합니다.

요즘 여러 유명인들에 대해 과거에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고발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 강력한 징계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징계들은 과거에 타인을 괴롭혔으면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잡았다는 증거이기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아직도 적용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입니다. 혐오 발언에 한해서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징계는 물론 없고, 과거 한 번 실수한 거라고 변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공개적으로 혐오 발언을 쏟아붓고 있으며 그럴 때마다 옆에서 "사이다"라고 박수받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이다 발언들 때문에 벌써 올해 우리 곁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트랜스젠더 세 분이 떠나갔습니다. 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남들이 사이다라고 부르는 말에 의해 빛나는 미래를 박탈당하고 살해당한 그 분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봅니다. 따라해 볼까요? 이은용, 김기홍, 변희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남의 얼굴 생김새를 가지고 집단적으로 놀리는 게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학교폭력이라고 배우는 세상에서, 어떻게 남의 성적 정체성을 가지고 놀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고 박수를 받는 사이다가 될 수 있습니까? 이 세상에 왕따시킬 권리도 있었나요?

 

소위 '왕따'에게 "너는 더럽고 우리가 보기 싫으니까 반 앞에 있는 식수대 쓰지 말고 저기 외진 곳에 있는 식수대까지 뛰어가서 물 마셔"라고 하는 게 옳지 않다면, 어떻게 "퀴어 너희들 보기 싫으니까 퀴어퍼레이드는 외진 곳에서 해"라는 말이 옳을 수 있습니까?

 

왕따에게 "너처럼 못생긴 얘는 우리 동아리에 있으면 안돼!"라고 동아리에서 강제로 쫓아내는 게 옳지 않다면, 고작 성별 전환 수술을 한 것이 전부인 고 변희수 하사를 군에서 강제로 쫓아내는 것이 말이 되나요?

 

고백하자면, 저 역시 죽을 뻔 했습니다. 안철수 씨가 그 발언을 하고 다른 정치인들도 줄지어 비슷한 말을 했을 때, 매일 우리 성소수자들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무시하며 미워하고 왕따하는 이 사회에서 사는 게 너무 무섭고 힘들었습니다. 다들 나를 미워하는데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는게 낫겠다는 생각, 제가 어디 잘 보이는 곳에서 목을 매달면 안철수씨와 다른 정치인들이 뒤늦게나마 그 발언들에 대해 사과하고 사회가 조금이나마 미안해할까, 그런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나중에 정신상담을 받을 때 그 생각들을 털어놓으니,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왜 우리 성소수자들은 매일 왕따를 당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왜 가해자가 왕따하는 말들을 뻔뻔하게도 공개적으로 하면 징계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주요 언론들에 의해 그 말들이 피해자 앞으로 전해져야 합니까? 왜 저는 매일 혐오표현을 들어야 합니까? 왜 저는 매일 자살을 생각해야 합니까?

 

정치인 분들께 부탁 한 마디 좀 하겠습니다. 민주 정치가 처음 시작한 아테네에서,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면서 이루는 행위"였습니다. 아테네 시민들끼리는 서로를 인간으로 대했기에 민주 정치가 가능했던 것이죠.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인간으로 대할 때 우리는 그 사람과 인간이라는 공통점에서 연대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전체주의 세력들에 맞서서 연대해 주십시오. 그것이 아렌트가 말했던 "전체주의 이후의 새로운 정치"입니다.

 

아렌트는 제 가장 기본적인 인권까지 가져가서 저를 인간이 아니라 완전히 예측 가능한 도구로 바꾸려고 하는 전체주의적 사회운동에 맞서기 위해서는 제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당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는 타인으로부터 혐오받고 인간으로 대접받지 않는 일이 없도록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주십시오. 정의가 사라진 세상에 살고 싶어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정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는 칸트의 지혜를 기억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두 부탁을 드리고 글을 끝내고 싶습니다. 먼저 이성애자 분들께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이전 발언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성소수ㄴ자는 이성애자보다 훨씬 더 많이 자살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차별을 시정하게, 제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주십시오.

 

그리고 성소수자들께 이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세 분을 죽인 것이 이성애 중심적 가부장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애 중심적 가부장제에 대해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존재하는 것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서 싸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가 싸우는 것입니다. 삶이 투쟁이고 투쟁이 삶인, 그런 삶을 살아갑시다.

감사합니다.


이호림 (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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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곁을 떠난 성소수자 동료들의 안식을 빌며 제가 준비한 발언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성소수자의 건강상태는 어떠한지, 이들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고, 이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저와 제 동료들이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은 필연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성소수자들에게 고통의 경험을 묻는 일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슬픈 소식을 연달아 들을 때면,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회의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성소수자 건강을 이해하는 중요한 모델 중에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가 가진 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경험하는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있고, 그러한 스트레스가 성소수자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모델의 설명입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직장에서 경험하는 업무 스트레스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사별 때문일 수도 있고, 학업이나 진로로 인한 고민일 수도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아무런 스트레스도 고통이나 슬픔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은 이에 더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 혐오로 인해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이러한 소수자 스트레스는 이들의 건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건강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공기처럼 혐오발언이 만연하고, 정치인들조차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회,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 성소수자라는 사실로 인해 교사와 또래 학생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하는 일,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도록 하는 상황, 병원에서 배우자와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이 모든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성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장치조차 만들지 못하는 사회….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건강은 어떠한 상황일까요? 저희 연구실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성인 동성애자, 양성애자는 일반인구에 비해 5배에서 7배 높은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트랜스젠더는 6배에서 10배 가까이 높은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자살생각은 일반인구에 비해 동성애자와 양성애자는 6배에서 11배, 트랜스젠더는 6배에서 19배나 높았습니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의 원인은 사회적입니다. 그리고, 고통의 원인이 사회라면, 그 변화를 위한 노력 역시 사회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고 있는 정치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성소수자 인권 의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정치, 일년에 단 하루 이 시청 광장에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축제조차 보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정치. 이런 정치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존재를 부정하는 정치가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는 정치를 원합니다. 사람을 내모는 정치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내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정치를 원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나와 동료들의 삶을 위해 더는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힘을 모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모와 결의의 글] 당신의 마침표 위에서 우리는 변화를 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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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들이 자기 존엄을 행사하며 권리를 요구해온 투쟁의 역사를 기념하는 이 날에는 성소수자 또한 연대와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우울과 무력함이,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일상을 짓누른다.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연이어 떠나보낸 후에도 국가는 침묵하며 냉소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 안 볼 권리 운운하는 정치인들의 한편에는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며 조롱과 혐오를 쏟아내는 이들이 있다. 하여 분노한 성소수자들이 광장에 나왔다.

 

떠나간 동료들은 생전 공론장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왔다. 스스로를 정체화하는 동안 앞으로 펼쳐질 변화의 시간들에 기대와 우려를 안으면서도 몸의 변화를 겪어내고 세상에 부대끼며 자신의 당연한 권리를 되새겨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사회적 소수자를 조롱하고 차별하는 사회에 불편함을 말하고 더러는 그 사이 울음과 웃음을 터뜨렸다. 정상성에 어긋나는 이들을 조롱하고 지우는 세상에 맞서 농담 같은 문장을 희곡으로 남겼고, 어떻게든 그 속에서  음악선생님이 되고 싶어했다. 더러는 자신의 꿈을 가로막는 세상의 기준을 바꾸기 위해 정치인의 길을 택했으며,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시킨 국가를 향해 복무할 권리를 주장했다. 날을 세워 단호하게 맞서야하는 일상에서도 당신들은 상큼하게 살고 싶었고, 농담처럼 즐겁고 싶었다. 적어도 이들은 성소수자로서, 트랜스젠더로서 세상에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다. 정작 부끄러워하고 사죄해야 할 장본인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터의 노동권을 박탈하고 공공장소에서 타인을 배제해온 이들이다.

 

용기 있는 걸음마다 우리는 위안을 얻었고 함께 싸워나갈 힘을 얻었다. 권리를 외치는 당신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확실히 각인시켰고, 변화를 갈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살 수 있기 위한 고민을 이어나가야 했다. 당신들의 일방적인 부재는 지금 여기 남은 이들에게 부채와 죄책감을 남겼다. 갑작스런 빈자리는 그동안 희망을 이야기하고 감히 행복을 꿈꿔온 시간들이 얼마나 취약했고 그만큼 절박했는가를 새삼 알려줬다. 함께 싸우고 살아낸 이들에게 갑작스런 부고는 서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트랜스젠더의 죽음 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롱과 혐오는 언제고 그들의 오만함을 벌하리라는 복수심을 남겼고, 죽음 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차별을 공공연히 전시하며 제도에서 배제하는 국가와 정치인들을 향한 분노가 되었다. 수습하지 못한 감정을 추스르며 우리는 당신들의 이름을, 이은용 작가와 김기홍 활동가, 그리고 변희수 하사를 광장에서 부른다. 

 

이 계절은 애도의 시간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역사는 재난 같은 오늘을 조용한 투쟁의 시간으로 기록할 것이다. 당신들과 동고동락한 시간을 기억하지만, 끝내 다가서지 못한 당신의 고립과 불안을 곱씹을 것이다. 이후에도 계속될 평등의 실천은 당신의 이름과 함께 한다. 당신 뿐 아니라 혐오와 차별 속에 부당하게 세상을 등져야 했던 이들을 필사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제 당신의 무게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2021년의 보궐선거를 혐오와 조롱으로 점철시키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느 것도 허투루 양보하지 않겠다. 당신이 남긴 삶의 마침표 위에서, 우리는 끝없이 변화를 써내려갈 것이다. 당신의 이름으로 다시 결속하는 우리는 당신을 농담으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을 농담처럼 부숴버릴 것이다. 하염없이 봄을 기다리지만은 않겠다.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살아내자. 그리고 훗날 이 글을 다시 쓰자. 웃으며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리며, 이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2021. 3. 8. 

광장에서 분노를 외치는 성소수자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Everything will be OK)’ 지난 3월 3일 미얀마 군부에 맞서 투쟁하다 총격에 세상을 떠난 19살 여성이 입었던 티셔츠 문구이다.


* 참여자들은 발언 이후 서울시청광장을 일정한 간격으로 둘러싸고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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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_나답게살권리

#성소수자혐오를_당장멈춰라

#시덥잖은얘기말고_성소수자에게_필요한실질적정책_논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