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차별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성소수자를 시민으로 인정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약속을 한 이는 극소수였습니다. 선거기간동안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 보낸 정책질의에도, 당선자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성소수자로서 함께 서울에 살아가며 시민으로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원하며, 새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성소수자 정책 요구안을 전달하고 서울시 인권담당관과 면담을 재차 성소수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트랜스젠더로서, 서울시 동성신혼부부로서, 청년 성소수자로서,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로서 촉구하는 성소수자 정책 과제에 대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발언문과 기자회견문을 공유합니다.
📢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라 – 성소수자 정책 촉구 기자회견
✅ 일시: 2021년 4월 9일 (금) 오전 11시 30분
✅ 장소: 서울시청 정문 앞
✅ 주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진행
👉 사회: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발언
- 트랜스젠더퀴어로서 촉구한다: 이드(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소수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제된 언어를 적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억압으로 다가옵니다. 성소수자, 장애, 여성에 관련하여 어떤 응답도 보이지 않은 후보의 당선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무응답은 그 자체로 유권자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정치 공학상의 계산에서 나중으로 밀려난 이들입니다. 서울 시민이자 성소수자로서 인내심을 가지고 성소수자를 위한 정책으로서 다음의 항목들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트랜스젠더가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서 가칭 차별금지조례 혹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의 개정 혹은 선포의 방식을 빌어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을 명시해야 합니다. 참고할만한 예시로서, 최근 확정된 <서울시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에서의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지원’의 명시, 그리고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구의 경우를 살펴보길 바랍니다. 지자체로서 한명도 빠짐없이 보호하기위해서 일찍이 제정되어야 했을 보호제도가 없기 때문에, 큰 범주로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미온적인 국회와 정부, 지자체의 태도 때문에,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에 그대로 노출된 당사자들의 국가인권위의 차별 진정 신고가 늘고있다고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 있습니다.
2014년 「성적 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와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는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비해서 고용, 교육 등에서 차별 과 혐오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거나 사회경제적 상황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작년 11월에 발간된, 한국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이 참여한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문서상에서의 성별 표기, 의료, 교육, 노동, 시설·재화·용역에서의 차별 등의 영역에서 심각한 혐오와 차별을 경험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 정책, 제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인권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보신 분이라면 확인하셨을 제언 부분을 공유 드리겠습니다.
첫째 가시화와 인식 개선을 위해서 공공조사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관한 설문 포함, 교육, 노동, 보건의료, 가족 등 정책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조사를 포함, 법적 성별 정정 사건에 대한 통계 작성을 통해 트랜스젠더를 가시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혐오표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하며, 트랜스젠더 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홍보 등을 통해 미디어에서의 혐오표현 방지 및 인식 개선, 혐오차별 방지를 위한 공익광고 등 캠페인 실시할것, 트랜스젠더에 대한 인식 개선과 편견 해소를 위한 캠페인 실시하는 등의 국가,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할 것.
둘째, 차별금지법/평등법 등 차별금지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차별금지사유로 성별정체성을 명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혐오범죄 및 혐오표현 규제 근거법과 세부 지침 마련할것.
셋째 성별표기와 관련하여, 주민등록제도와 관련해서는 주 민등록번호 임의번호화, 목적별 식별번호 제도를 도입할 것.
신분증 등 공 문서상 불필요한 성별표기 삭제와 이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 성별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긍정적인 조치를 발굴하고 확산할 것.
넷째, 공공상의 성별 인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명자료 및 심문 질문을 개선하고, 논바이너리, 인터섹스 등 성별 정보에 대한 제3의 선택지를 마련할 것.
다섯째, 의료 영역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병리화하고 정신건강 향상을 지원할 것. 성전환 관련 의료정책 수립을 위해, 의료 정보 제공, 보건의료행정 정비, 의료기관 내 차별금지, 국민건강보험적용, 가이드라인 제정, 의과대학 교육/연구, 의료연구 활성화, 재생산권 보장, 전환치료를 금지할 것.
여섯째, 교육영역에서는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 개념을 포함하는 인권 교육 및 성교육 의무화, 트랜스젠더 학생 관련 지침과 교육 자료 개발 및 배포 등 교육과정에서 차별금지교육을 활성화하고, 트랜스젠더 및 성소 수자 학생을 위한 자원(성소수자 학생 단체, 상담 서비스, 교내 시설 등)을 개발 하고, 윤리규정 등을 작성하여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트랜스 젠더 학생에 대한 괴롭힘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
일곱째, 노동영역에 서는 고용차별금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차별적 관행을 철폐해야 하며, 기업 내규 및 포용 정책을 수립하고, 차별과 괴롭힘 방지 대책, 트랜지션 관련 사 내 복지를 강화할 것.
여덟째, 공공시설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을 확대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고, 공공시설 이용에 있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지침을 마련하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 및 인식 개선을 할 것.
아홉째, 차별금지 및 인권침해 구제방안 마련, 트랜스젠더 관련 행정 처리 지침 마련, 트랜스젠더 수용자에 대한 실태 파악 및 보호·구금 관련 지침 마련 및 수사기관 인식 개선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가족 내에서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방지를 위해 인식 개선, 학대 방지, 쉼터마련 등 대책을 세울 것과 트랜스젠더의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마련할것.
이상 아홉분야의 제언을 통해 지자체로서 트랜스젠더인 동료시민의 인권을 보호할 기초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 서울시 신혼부부로서 촉구한다: 김용민(서울시 거주 중인 동성신혼부부)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 5월 남성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에 거주하며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김용민이라고 합니다. 신혼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낼 나날이거늘, 서울에서 동성부부로 살아가기에는 수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로서 서울시에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촉구합니다.
저희 부부는 슬플 때 서로를 위로해주고, 아플 때 서로를 돌봐주고, 서로에게 헌신하고 행복을 나누며 평생을 함께 살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사회에 의해 철저하게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이 만약 사고를 당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저는 보호자로서 남편의 옆을 지켜줄 수 없을 것입니다. 전셋값이 치솟는 서울에서 신혼부부들의 희망인 신혼부부전세자금 대출도 저희에겐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등본에는 저희의 관계가 ‘동거인’으로 표기되며 각종 행정 절차에서 서로가 배우자로서의 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주민센터에서, 구청에서 그리고 삶의 현장 곳곳에서 저희 부부는 제도적으로 배제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서로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서로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둘은 가족이 아닙니까? 우리 둘은 우리의 관계를 속이고 싶지도 않고 속일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먼저 우리 둘의 관계를 제멋대로 규정하고 삭제하려 합니다.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건, 우리가 시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관계는 누구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관계는 우리가 정의하고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단순히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우리의 관계를 부정당하고 배제 당한 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직접 행하는 차별만이 차별이 아닙니다. 저희는 지금 함께 부부로 살아가고 있지만 신혼부부로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 현실 자체가 차별입니다.
지자체는 모든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함께 살아가고 있고, 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동등한 시민입니다. 서울시는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통하여 실질적인 차별 상황에 놓여 있는 성소수자 가족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성부부들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가족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생활동반자 조례를 제정하십시오.
- 청년 성소수자로서 촉구한다: 오승재(청년 정의당)
안녕하세요. 청년정의당 대변인 오승재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당선으로 끝이 났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각종 정치적 분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분석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관심을 가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투표했는가에 대한 분석입니다.
서울시민이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가, 그의 소속 정당은 어디인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꿀 수 있는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성소수자 시민이라고 다르겠습니까. 내가 서울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저 사람이 시장이 된다면 시민인 나의 삶을 지키고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 재보궐선거는 성소수자 시민, 특별히 청년 성소수자 시민에게 큰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당선이 유력하다는 거대양당의 후보들은 성소수자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꾸는 일에 의지가 없다는 사실과 그러한 서울의 미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앞에 두고 절망하는 것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대양당 후보들은 청년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유세 때마다 청년의 이름을 호명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청년 시민 발언자와 함께 자신의 유세차에 올라 그들에게 마이크를 주며 분노를 표출하도록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찍어내듯 청년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청년, 그들이 말하는 시민 중에 청년 성소수자 서울시민은 없었습니다. 오세훈 시장과 박영선 후보 모두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기존의 차별·혐오 발언을 사과하거나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언급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모면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다시 청년 성소수자 서울시민의 존재는 다시 지워지고 부정당했습니다.
청년정의당은 어김 없이 반복된 무의미한 1과 2의 싸움 가운데 끼어 유의미한 정치적 선택의 권리를 박탈당한 청년 성소수자 시민과 같은 감정을 느낍니다. 청년의 삶을 둘러싼 문제는 ‘먹고사니즘’, 의식주를 해결하며 존엄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에 관한 내용입니다. 청년 성소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에서 청년으로 살면서 같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다만 청년 성소수자에게 특히 인권은 ‘먹고사니즘’의 문제를 넘어 ‘사니즘’, 즉 생존의 문제입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당하거나 위협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청년 성소수자 서울시민에게 일상이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결혼한 배우자나 동거 중인 파트너가 있어도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에는 신청서조차 낼 수 없고, 그들이 아파 시립 의료기관을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보호자로서 필요한 권리를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시민으로서 시청 광장에서 자긍심을 드러내는 축제에 참여하는 것조차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앞에 두고 저는 다시 이 구호를 외칩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날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한 사과의 입장을 내놓고, 시정 운영 과정에서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약속과 실천에 나서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목숨을 지키고 살아야, 존엄한 존재로 존중과 대우를 받아야, 비로소 서울시민으로서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공적 영역의 책임자로서, 지역의 주요한 정치인으로서 성소수자 청년 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꿀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후보와 시장의 차이입니다. 서울시장은 모든 서울시민의 삶을 지키고 바꿔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는 서울시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밖에는 안 될 것입니다.
청년정의당은 단호히 요구합니다. 서울시 정책 전반에 걸쳐 있는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를 중단하고, 성소수자 청년 시민을 청년과 시민의 이름으로 호명하십시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결합·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하여 SH 공급 공공주택 사업 참여 및 시립 의료기관 이용을 포함한 공공서비스 전반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서울연구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을 통해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시 차원의 연구 및 조사를 공식적으로 실시하여 관련 정책과 제도를 입안하고 실천에 나서야 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청년 성소수자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호명하기도 전에 세상의 차별과 혐오, 편견에 떠밀려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많습니다. 서울시가 나서 차별과 편견 없이 쓸 수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쉼터, 상담소, 여가·복지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고합니다. 20대 남성 시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지, 반페미니즘의 강조 때문이 아닙니다.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을 제물로 삼아 정치적 생명줄을 늘이는 작태는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청년 시민은 언제든지 부정의한 정치세력을 몰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청년정의당은 성소수자 혐오 선동으로 연명하는 구태 정치를 끝내고, 모두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으로 존중받으며 공존할 수 있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로서 촉구한다: 하늘(성소수자부모모임)
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는 하늘입니다.
지난 2월과 3월 사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승리의 각축을 벌이는 동안, 근 한 달 사이에 세 명의 트랜스젠더 시민이 잇따라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치권이 각축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소환한 존재는 바로 ‘성소수자’였습니다. 성소수자들은 가일층 강화되고 있는 ‘일상적 혐오’를 마주하고 있고, 이미 온전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는 정치권의 직접적인 차별과 혐오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시민으로서 당당히 살고 있는 성소수자를, 또 20년 넘는 전통이 있는 퀴어문화축제를 부정하고 불허한다는 발언을 자랑스럽다는 듯 뻔뻔하게 배설하는 걸 똑똑히 보았습니다.
지난 대선부터 이번 보궐선거에 이르기까지 시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며 이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자들과 지도자들이 소수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하기는커녕, 사회의 무지에 따른 차별과 혐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재생산하는 꼴이라니 과연 이들이 ‘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설문에 이미 상당수의 시민들이 필요하다며 동의했습니다. 어찌 대표성을 지녔다는 자들이 다수 시민의식의 털끝조차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까?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보궐선거 후보시절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시청광장 개최와 관련해 그 결정은 시장 개인이 아닌 심의위원회의 몫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후보들은 유세기간동안 차별은 안 되지만 ‘퀴어축제’는 반대한다며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무시했지만, 그나마 오세훈 서울시장의 답은 그 권리를 건드리지는 않는 발언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소수자 시민의 권리를 존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 또한 ‘서울시민’입니다. 그 성소수자의 가족인 우리도 마찬가지로 ‘서울시민’입니다. 그리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 시민의 축제입니다. 오세훈 당선자는 이제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보다 성숙한 인권의식을 갖고 소수자 정책에 힘써주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정체성에 대해 찬반을 논하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서울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탈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우리 성소수자부모모임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고질화된 차별과 혐오를 반드시 뿌리 뽑을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도 부디 이에 뜻을 함께 해주십시오. 서울 시민이자 동시에 성소수자인 우리 자녀들, 그리고 그 부모인 우리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으십시오. 성소수자 시민을 외면하고 시 정책으로부터 배제시키지 마십시오. 시민들이 만들었으나 시가 폐기해버린 ‘서울시민 인권헌장’ 그리고 ‘차별금지 조례’를 반드시 제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 기자회견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라" 낭독
[기자회견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라
성소수자들에게 서울은 열린 듯 막혀 있고, 혼란스러운 도시이다. 우리는 혼란이라고 부르지만 그 속에는 자신들이 처한 차별과 불평등의 일상이 바탕한다. 혐오 대상으로 소모되는 동안 성소수자는 인권정책과 평가항목에 언급되는 것조차 논쟁거리가 되고 반대에 부딪힌다. 오히려 성소수자는 인권 제도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명분으로 내세워지기 십상이었다. 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수만 여 명의 성소수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모여 자신을 드러내지만, 일상에서 이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당하고, 일터에서 불이익을 당한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홍보물을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곱절의 성소수자 혐오선동세력의 반대선전물을 접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인권 친화적 제도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많은 시민들이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성소수자 가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공공 장소를 만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예외는 없었다. 후보자들은 차별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성소수자를 시민으로 인정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약속을 한 이는 극소수였다. 외려 일년에 한 번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원칙을 강조하며 합의가 필요하다 말하고, 심지어는 '안 볼 권리도 권리'라는 이야기를 들어야할 정도였다. 선거기간동안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정책질의를 했지만, 당선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러한 점들은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서울시에서 성소수자뿐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있는 이들이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신임시장의 당선을 축하하기에 앞서 우려와 걱정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는 성소수자로서 함께 서울시에 살아가며 시민으로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원한다. 사회 성원으로서 차별에 반대하며, 누구도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요구한다.
이에 성소수자들은 새로 당선된 서울시장에게 성소수자 시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성소수자들은 인권 침해 구제 기관에 성소수자 인권 담당 부서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
성소수자들은 인권을 침해당했을 때 어디에 문을 두드려야 할 지부터 망설인다. 용기 내어 막상 찾아가도 담당 부서가 없다며 뺑뺑이 돌리기 십상이다. 성소수자 개인의 일상 뿐 아니라 서울시 산하 기관 관계자가 성소수자 관련 혐오 표현을 하거나 대관을 거절하는 등의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성소수자 인권을 담당하는 부서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문제이다.
하나, 성소수자들은 서울시 산하 공무원과 기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소수자 인권 교육 의무화를 촉구한다.
정치인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를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여전히 ‘동성애 찬성, 반대’를 말하는 수준에서는 토론이 불가하다. 편견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을 때야 비로소 생산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나, 성소수자들은 공공시설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 설치 및 운영을 촉구한다.
공공시설은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성별이분법적인 화장실은 트랜스젠더들의 공중화장실 이용을 가로막는다. 트랜스젠더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며 혐오와 차별, 폭력을 마주한다.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을 받기도 하고, 이에 아예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밖에서는 음료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에서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시설에 성중립적인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도입하라.
하나, 서울시 산하 의료기관에 HIV/AIDS 감염인 의료차별 방지 및 인식개선, 인권교육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HIV/AIDS감염인들은 HIV 감염을 이유로 병원에서 아예 수술을 받지 못하거나, 수술이나 인원 시 별도의 공간이나 기구를 이용하는 등 의료차별을 경험한다. 의료인들의 무지와 편견에서 비롯되는 차별이다. 의료기관의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HIV/AIDS 감염인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여 모든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라.
하나, 성소수자들은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 정책을 촉구한다.
서울에는 수많은 청소년 위기 지원 센터가 존재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를 받아주는 센터는 극히 드물다.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찾아갈 곳이 없어 더욱 위기에 몰리고 있다. 참다못해 성소수자들이 힘을 모아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 센터를 건립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 지원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시민사회단체가 오롯이 담당하기에는 인적, 물적 자원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서울시는 지자체가 할 일을 시민사회에 떠넘기며 역할을 방기하지 마라. 발벗고 나서 위기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지원하고,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과 자립을 위한 사업을 마련하라.
하나, 성소수자들은 생활동반자 조례 제정을 촉구한다.
서울에는 성소수자 가족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이들 또한 제도적으로 보호받아 마땅하다. 서울시에서는 관련 조례가 없어 지원이 어렵다고 핑계를 대곤 한다. 그렇다면 관련 조례를 제정하라.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적으로 가족의 개념을 확대하여, 그에 따라 다양한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하라. 모든 시민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 또한 지자체의 역할이다.
하나, 성소수자들은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과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촉구한다.
전 서울시장은 제 공약이자 시민들의 논의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통과 시킨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혐오선동세력의 공격에 무산한 바 있다. 그것은 평등과 인권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을 방기한 것과 다름 없었다. 새로운 서울시장은 일상 곳곳 보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들에 차별과 불평등을 시정할 책무를 갖는다. 이에 우리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제정을 촉구하며, 나아가 차별금지 조례를 제정하여 실효성 있는 평등과 인권의 시정을 만들어갈 것을 요구한다.
성소수자 또한 시민으로서 살아가지만, 서울시의 정책 위에서 성소수자는 줄곧 기준에 미달되거나 누락되기 쉬웠다. 이는 곧 성소수자가 지역을 살아감에 있어 가족 구성과 주거, 노동, 사회서비스, 안전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 채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어 불안한 삶을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시민의 일상을 살피는 시장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여전히 살기 위해 싸워야하는가. 서울시는 모든 시민의 삶을 보장하라. 지자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 성소수자 인권 정책을 시행하라!
2021년 4월 9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정책 요구안 전달 및 인권담당관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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