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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번개 ‘떠든다고 풀릴 속은 아니지만 – 대선 편’ 늦은 대화록

정치

by 행성인 2022. 3. 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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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및 편집: 남웅(행성인 미디어TF)

 

 

시끄러운 대선을 치렀다. 지난 정권들을 겪어오면서 과연 더한 상황이 벌어질까 생각했다. 윤의 당선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개표방송을 혼자 보면서 속을 끓이느니 같이 모여 답답한 마음이나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 TF에서는 일주일 전 행성인 활동팀과 각국의 방에 번개 공지를 쳤고, 몇몇 회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함께 볼 수 있었다. 다소 늦은 기록이지만, 당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해둔다. 

 

참석: 제니, 남웅, 마루, 재성, 조새



 

Q1. 대선 개표를 며칠 앞두고 만든 번개다. 같이 개표방송을 보자는 가벼운 취지로 계획했지만 마음은 무거운데, 이 자리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제니: 공지 보고 고민하다가 오늘 투표하고 답답한 마음에 일단 술이나 마시고 떠들자는 마음으로 왔다. 

 

재성: 사전투표를 했다. 본투표날 할게 없어 집에서 혼자 보는 것보다는 여럿이 보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 나온 이야기 중에는 성소수자 이슈도 있고, 대립도 너무 컸던 선거이기도 했고.

 

마루: 대선 결과에 대한 큰 기대는 없지만, 그래도 결과가 궁금해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출구조사결과랑 개표방송을 같이 보고싶어 오게 되었다.

 

조새: 선거당일 특별한 약속이 있었지만 좀 늦게 잡혔다. 시간이 뜨는데 잠깐 들러 얘기도 나누고 대선 이후 청사진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구동성: 혼자 있으면 개표방송 안 볼 거 같았다. 출구조사나 보고 말았을텐데, 여기 말고도 같이 보자는 다른 모임들도 있는 걸 보면 사람 마음 비슷하지 싶다. 혼자보기는 싫고 결과는 궁금하고. 



Q2. 투표는 하셨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도 이야기해달라. 

 

마루: 투표날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떤 고민이었나?) 소신투표냐, 거악을 차단할 것이냐(웃음) 처음에는 소신투표를 하려고 했다. 누군가 아쉬운 얘길 한다면 그러게 우리 목소리를 듣지 그랬냐는 명분도 있었다. 한데 갑자기 큰 일이 있지 않았나.(큰일이라면?) 단일화지. 누가 그러는거야. ‘안철수씨 안 철수 한다며?!’ (웃음)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된 건데, 투표장까지 걸어가면서도 고민했다. 하지만 투표용지를 받아들때 어떤 이름 하나를 보고 손이…그리로 갔네?(웃음) 그렇게 후다닥 찍고 나왔다. 

 

남웅: 다들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재성: 막상 투표할때는 일초밖에 안걸렸다. 주변에 말이 많지 않나. 누구를 밀어주자, 누가 되는 꼴은 보지 말자. 예전에는 그런 말들에 혹했는데, 살다보면 인생에 여러 상황들을 겪게 되더라. 회사를 다니고 작년엔 내집도 사고. 인생 체감 난이도 같은 게 있는데 특히 집살때 그런 게 생겼다. 너무 힘들었다. 다음 이사할때는 어려운 내집마련이 조금은 쉬워졌으면 하는 마음에… 중요하지 않나. 독립하게 되니까 내 집에 대한 인식이 확 와닿았다. 내가 성소수자다보니 차금법 이슈도 중요했고. 

 

남웅: 부동산 정책에 있어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있었나?

 

재성: 임대냐 자가냐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가 다를텐데, 세를 살때보다 내집에 사는 게 확실히 마음에 안정이 오더라. 허리는 휘었지만. 내집마련도 단계가 있던 것 같다. 대선에서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공약하는 후보에게 관심이 갔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말이다. 

 

남웅: 주거안정에 중점을 둔 기준 같다. 관점에 따라서는 내집마련 이후에는 주택시세에 더 관심을 둘텐데.

 

재성: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다들 내집을 마련할 수 있어야 시세도 욕심을 가져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제니: 사전투표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고민하느라 본투표 당일까지 오게 됐다. 지난 대선만해도 이렇게까지 고민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그땐 더 어렸고. 대통령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까 생각했었다. 어린 생각이었다. 나이 먹고 대통령들을 겪어보니까 정권이 바뀌면 내 삶이 바뀌는 걸 체감했다. 투표하려 집에 나설때까지도 고민이 들었다. 소신 투표를 할 것인가… 소수자 정책을 어떻게 내놓았는지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거기에 내 한 표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신투표했다. 찍는데는 삼십초도 안걸리는데, 넣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눈물의 의미는 뭐였을까?) 모르겠다. 울컥하더라. 이딴 바닥에서 살아야하나. 

 

조새: 같은 맥락이다. 진보정당을 지지해도 거악을 막자는 명분은 무시할 수 없잖나. 막판에 흔들렸다. 지난 대선에도 같은 논리로 문을 찍었다. 그때도 결집에 대한 요구가 있었고. 그때 찍으면서 했던 다짐이 다시는 이렇게 뽑지 말자는 거였다. 한데 5년 지나고 보니까 더 치열해지고. 여기서 소신투표를 안하면 앞으로도 못할 것 같았다. 심의 지지율이 결과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지만 누가 되느냐보다 제3지대 후보들이 부각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마루:  대선 전 무지개행동에서 기획한 ‘키스 앤 크라이’ 행사에 참여했다. 커뮤니티에서 떠난 이들을 한데 모아 추모하는 행사였다. 얼마 전 친한 친구를 떠나보냈는데, 투표순간까지도 그런 친구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이들을 생각하면 소신투표를 해야했는데, 타협하면 안된다고 마음먹은만큼 고민이 많이 됐다. 윤이 되면 운동이고 뭐고 너무 끔찍할 것 같은데, 그 상황이 소신을 앞섰다.

 

제니: 나역시 그걸로 너무 많이 고민했다. 

 

마루: 투표하고나서 부채감 같은게 들었다. 심후보가 정치후원금 후원을 받는데 10만원 이상을 내면 환급해준다고 해서 낼 생각을 했는데 지금 직장을 갖지 않는 상황이라 마뜩지 않다. 내일 취업 면접을 보는데, 결과가 좋으면 좀 보태야겠다고 생각한다. 여당에 할말은 있다. 애초에 진보정책을 많이 수용하던가. 이제와서 단순한 계산으로 이를 뽑으라고 독촉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남웅: 다들 많이 고민했을 거 같다. 이도 싫고 윤도 싫다. 그렇다고 둘중 누가 돼도 다 똑같은 상황은 아닐 거고. 촛불정국 이후 나온 지금의 정부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생각하면 환멸이 나지만, 오히려 당사자들은 정권을 국민의힘에 뺏기고 싶지 않으면 한표를 행사하라고 회유와 반협박을 하는 상황이었다. 비전은 커녕 최악의 상황을 면하는 데에만 지지의 명분을 두고 있는데, 심각하게 무력하고 비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체 5년 동안 당신들은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노력한 건지 묻고싶다.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중으로 미루고, 힘을 갖고나서는 뺏기지 않는데 급급할 뿐이다. 결국 차별금지법은 합의를 위한 합의만 하고, 기득권에 대한 환멸만 키웠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겠지만 대선 결과는 지금의 문 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3. 이번 대선은 여러분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마루: 역대최악 비호감선거. 정책이 실종됐다고 해야하나?

 

재성: 갈수록 저급해지는 정치문화. 유언비어 가짜뉴스 너무 많아지는 상황. 특정 층만 편중해서 혐오를 조장하고. 

 

조새: 영화 아수라 실사판을 보는 거 같았어요. 부패가 정치와 일체가 된 선거랄까... 

 

제니: 다시 이런 선거가 없으면 좋겠다. 선거기간동안 여성으로 살면서 위협을 느낀 경험들이 너무 끔찍했다. 여가부폐지라는 공약은 그냥 기구 하나 없애겠다는 게 아니잖나.



Q4. 운동사회에서는 진보진영 후보들에 대해서도 주목을 했는데, 여기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제니: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고민거리가 아니라기보다는 한표라도 네임드에 밀어주자 (웃음) 

 

남웅: 너도 익명처리다 야. (비고: 익명처리는 하지 않았다)

 

마루: 후보들의 공약을 다 찾아봤다. 진보적이라고 해서 모든 공약이 나와 맞지는 않더라. (너무 급진적이라서?) 그보다는 이게 진보적일까? 하는 찜찜함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백윤후보의 경우는 그런 지점이 많지 않아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그를 찍지는 않았다. 총선에 비례로 나오면 지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웅: 아무래도 대선과 총선의 무게 차이가 큰 걸까?

 

마루: 아무래도 그렇다. 대선은 사람을 보고, 국회의원선거는 당을 보게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조새: 진보당에 동의하지 않는 태도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그 당이 내놓은 입장이 문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끝까지 침략이라 하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르는 거지? 불만이 많았다. 전쟁은 전쟁 아닌가. 



Q6.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재성: 지금 성소수자로서 중요한건 차별금지법을 관철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당면한 이슈지 않나. 문 정부와 지금의 여당이 남은 임기동안 완수하는게 촛불에 대한 대의를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운동 안에서는 현실적인 전략전술을 고민하면 좋겠고. 혐오가 오프라인까지 튀어나오고 정치세력화되고 기성 공론이 되다시피한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활동가뿐만 아니라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라면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하겠더라.

 

제니: 공감한다. 나는 성소수자에 여성이다보니 여성혐오가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인터넷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이 세력행사까지 하니까. 무서웠다.

 

마루: 이번 선거는 내 위치를 돌아보게 했던 거 같다. 먹고 사는 생활들을 하다보니 이전보다 운동에 거리를 두게 되는데, 그게 정치적 스탠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면 소신을 좀 더 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남웅: 그건 운동사회의 과제이기도 한 것 같다. 인권 의제를 활동가 풀 너머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까. 특히 이번 대선은 기존 성소수자 혐오보다는 세대를 갈라치고 여남을 갈라쳐서 한쪽을 혐오하는데 힘을 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익 정치가 여론을 선점하면서 혐오의 전선도 확장이 되는 건가 우려가 컸는데. 그건 당사자들에겐 위협으로 체감되지 않나. 그렇다고 혐오반대에서 나아가 우리가 이 시국에 어떻게 함께 살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의 번개도 그 일환으로 만든 건데, 그래도 답답한 마음의 실체를 돌아볼 수 있어 다행이다. 

 

이구동성: 속이 더 갑갑해진 느낌이지만…

 

조새: 어떤 결과 나와도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2022 코로나 종식을 바라며 즐거운 한해를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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