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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퀴어X투쟁] 그래서 노조법 2·3조가 무슨 내용인데? -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찾아가는 법안 설명회 후기

by 행성인 2022. 12. 26.

 

앤디, 슈미 (노동권팀)

 

 

오늘도 수많은 노동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노동자는 다양합니다. 나이도, 지역도, 업무도, 성별도, 고용 형태도, 성적 지향도, 투쟁 이유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투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언론에 기사 한 줄나지 않거나, 사장 관점에서 쓰여진 기사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기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에, 노동권팀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마음을 보태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에 [퀴어X투쟁] 를 주제로 투쟁하는 노동자에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조법 2·3조를 개정하자는 내용이 담긴 민주노총 웹자보 ⓒ 민주노총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노조법 2·3조에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많은 노동자가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짐짓 머리가 아픈 사람이 저 뿐 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에서 활동하는 강은희 변호사님과 함께 노조법 2·3조에대해 쉽게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노조법 2조를 개정하려는 이유

 

‘노동자의 범위를 넓히자.’

 

 

🌈 노동권팀

 

노조법 2조는 어떤 내용인가요? 

 

강은희 변호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를 생각해볼게요. 이들과 같은 노동자를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불러요. 과거에 어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오랜 시간동안 노동조합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했어요. 왜냐하면, 노동조합을 만들면 행정 기관에 신고해서 설립신고필증이라는걸 발급받아요. 그런데 설립신고필증이 발급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사측에서 노동조합으로 인정해주지 않았죠. 우리는 너네 사장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단체 교섭은 아예 불가했죠. 어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이라는 판단을 받기 위한 투쟁만 12년했어요. 무려 12년 동안 노동조합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투쟁한거죠.

 

🌈 노동권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행정기관에 신고하는거라면서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신고가 아니라 허가같은 느낌이네요?

 

강은희 변호사 

 

맞아요. 지금의 한국은 행정기관에서 신고필증이 발급되어야 노동조합으로서 기능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학습지 교사같은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면 신고필증 발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거죠.  어떤 의미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행정 기관에 노동자라는 인정을 받아야 하는 셈이죠. 그게 노조법 2조를 개정하려는 이유입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만들고 있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는 ‘노동조합을 조직하면 근로자로 추정한다.’ 는 문구를 넣었어요. 노동조합을 조직했다면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취지죠. 그러면 학습지 노동조합처럼 단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12년 동안 싸우는 일은 없어지겠죠.

 

🌈 노동권팀

 

그렇다면 노조법 2조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특수고용노동자말고 또 있나요?

 

강은희 변호사 

 

현재 하청 노동자는 월급 주는 사장만 사측으로 인정받아요. 그런데 원청에서 납품 조건을 후려치면 결국 하청업체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열악해지는거잖아요. 그래서 사측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하청 기업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원청 기업까지 넓히려고 해요. 그러면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노동 조건을 바꾸기 위한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되겠죠. 즉, 하청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향상되는 길이 열리겠죠.



 

우리가 노조법 3조를 개정하려는 이유

 

‘손해 배상은 투쟁하는 노동자와 그 주변을 오래도록 괴롭히는 방법이다.’ 

 

 

🌈 노동권팀

 

그렇다면 노조법 3조는 어떤 내용인가요?

 

강은희 변호사

 

노동자가 파업을 해요. 그러면 노동자가 파업을 했으니까 회사는 원래 발생했어야 할 이익을 포함해 여러가지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하겠죠. 회사에서 금전적인 손해를 노동자에게 청구하는 경우가 있어요. 심지어 국가에서 청구한 사례도 있어요. 바로 쌍용자동차요.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크레인 등 장비가 파손되고, 경찰관들이 다쳤다며 노동조합원들에게 11억을  청구했어요. 국가가 청구하니 쌍용자동차도 3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해 배상 청구했어요. 이러한 손해 배상 청구가 부당하다고 인정받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최근에서야 손해 배상을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았죠.

 

🌈 노동권팀

 

10년이요? 듣기만 해도 숨막히는 시간이네요. 그래서 노조법 3조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더라고요.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이 국가와 쌍용자동차에게 47억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현실적으로 갚는게 불가능하잖아요.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손해 배상을 갚는데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노란 봉투에 사만칠천원씩 넣어서 보냈다면서요. 그때  손해 배상 액수가 이렇게 크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들었어요.

 

강은희 변호사 

 

일단, 금액도 크죠. 그리고 손해 배상 청구를 하면 가압류가 들어와요. 최소한의 월급빼고 모든 자산이 가압류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해요. 집도 팔 수 없어요. 그래서 지난 시간 동안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포함해 조합원의 가족까지 세상을 떠난 사례가 많아요. 손해 배상은 노동자부터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까지 모두 파괴하는 방식이죠.

 

🌈 노동권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모두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했잖아요. 그것도 노동자가 평생 일해도 절대 벌 수 없는 몇 십억이라는 금액을. 그러면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노조법 3조를 어떤 내용으로 개정하려고 하나요?

 

강은희 변호사

 

손해 배상은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죠.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손해 배상 청구해놓고, 노동조합 탈퇴하면 손해 배상 청구 목록에서 빼줄게라는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줄어도 금액은 줄지 않거든요. 100명에게 50억을 청구했는데, 이래저래 사람이 빠져서 10명이 남아도 금액은 그대로 50억이거든요. 끝까지 투쟁하는 노동자가 느끼는 압박은 점점 커지는 악순환이죠.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에서 이야기하는 노조법 3조 개정안은 손해 배상 청구 자체를 막자는게 아닙니다. 크게 두방향인데요. 1)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 등 불법 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벌지 못하게 된 수익을 청구할 수 없다. 2) 회사가 노동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가압류 범위를 한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떤 의원이 준비하는 법안에선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에는 손해 배상의 청구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그러니까 손해 배상을 노동자와 가족을 파괴하고, 노동조합을 박살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걸 막기 위한 장치를 넣자는거죠.



 

노조법 2·3조를 개정하자

 

노조법 2·3조 개정을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노동권팀 인증샷 한컷 ⓒ 민주노총# 진짜사장책임법 #손배폭탄방지법 # 노조법 2·3조 개정 # 노조법 개정 여기 붙어라

 

 

함께 이야기를 나눌수록 수많은 노동자가 그토록 원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별 내용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한다는건 지금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를 인정하자는 의미이고, 노조법 3조를 개정한다는건 투쟁하는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안전망을 만들자는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동권팀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함께 마음을 보태려고 합니다.  

 

🗣 회사와 교섭하거나 대화할 권리가 애초에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특수고용노동자요. 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회사와 대화하려면 고공농성이나 점거 농성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선택할 수 밖에 없어요. 노조법 2·3조가 개정되면, 일터를 바꾸려는 노동자가 위험에 내몰리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 노조법 2·3조가 개정된다면 우리 삶에 의미있는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같아요. 좁게는 쟁의 행위가 넓어지는 것이지만, 넓게는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같아요.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지? 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해서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는거죠.

 

이번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노조법  2·3조가 개정된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물론, 법이 제정된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얕게나마 지탱하는 틀이므로 적어도 법은 있어야 합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합니다. 나와 동료 노동자를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마음을 모읍시다. 2023년엔 노조법 2·3조 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