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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활동 후기] 내가 사는 지구~ ‘나’를 위해 지키지!

by 행성인 2023. 4. 24.

소연(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414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행성인 회원들

 

나는 지난 414일 연차를 내고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청사에 다녀왔다. 기후정의파업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사당역에서 행성인 활동가와 회원을 만나 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려 정부 청사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에 도착했다. 낮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건물과 아파트, 작은 상가뿐인 조용한 곳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라는 쓰잘데기 없는 호기심을 품고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했다.

 

현재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은 기후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정의는 과개발국의 기술발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이 저개발국에게 더 많은 피해가 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각주:1] 이번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환경운동 단체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페미니즘 단체, 소수정당, 지역정당, 우리 행성인까지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이 사람들이랑 기후정의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기후 변화와 위기는 진행 중이고 지구인들의 파멸과 맞닿아 있다. 기후 위기의 증거를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최근에 봄 꽃, 여름 꽃이 동시에 핀 것만 봐도 그렇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 맞춰 피는 꽃들이 동시개화한 것은 기온이 점점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비관적 미래만 생각하며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일 세상이 끝나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어떤 사람의 다짐처럼 우리는 뭐라도 해야 한다.

 

414 기후위기파업 참가선언문을 보면 이 파업을 통해 요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중교통 확대, 에너지 공영화, 대기업 특혜 폐지, 민자발전 재공영화, 공공중심 재생에너지 확대가 그것이다. 인간이 편하기 위해 만든 기술, 그 기술을 사용하려고 만든 에너지가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죽이고 있었다. 414 기후위기파업의 슬로건은 함께 살기 위해 멈춰!”였다. 우리의 무분별한 생산이 지구 환경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멈추자는 의미다. 나도 숟가락을 얹자면, “내가 사는 지구 나를 위해 지키지를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며 돈을 벌고 나를 고용한 사람은 나의 일을 통해 돈을 번다. 나는 임금을 통해 무언가를 사고 먹고 쓴다. 도시에서 사무직으로 사는 나라면 마트에서 장보거나 음식을 사먹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고 트위터를 하다가 잔다. 가끔 친구, 애인,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 가서 먹고 구경하고 잔다. 나의 삶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일이고 나머지 시간을 진짜 나를 위해 쓴다. 수많은 들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는 사장들에게 간다.

 

그런데 웃긴 건 수많은 들에게 투표권 외에 정치적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장들이 일부의 정치인이 되거나 그들을 후원하며 사장들에게 좋은 정책을 만든다. 수많은 들은 살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또 다시 일을 한다. 혹시라도 가 여성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이라면 재생산을 하리라는 가정 하에, 반찬값을 벌어오는 부차적인 일을 하고 저임금을 받으라는 명령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가 장애가 있다면 노동의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가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면 멸시를 받으며 선주민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소비하는 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버린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내가 생산하는 것이 무엇을 지탱하는지 알게 되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내가 진짜 사는 것이라면 더 이상 생산과 착취를 하지 말자. 자본주의적 인간인 가 생산하고 소비한 썩지 않는 쓰레기들, 그리고 그 체제를 당연하게 만드는 정치, 문화, 경제 체제를 다 뒤엎자. 백인의, 시스젠더 헤테로의, 유럽 배경의, 비장애인의, 고학력의, 영어 사용권의, 정상 가정의, 유일신 종교의, 남성이 만들고 우리 모두가 공모하는 가부장적 생산과 소비에서 벗어나 서로를 돌보고, 자연을 보호하고, 나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자.

 

실천은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우선 행성인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자. 행성인 모임에서 열심히 지지고 볶고 이따위 세상 어떻게 바꿀지 같이 머리를 맞대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같이 토론하고 정책도 만들어보자. 행성인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주장하고, 정치인으로 출마도 해보고, 서로 돌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하고, 반자본 투쟁을 같이 하자. 나도 행성인을 통해 414 기후정의파업을 다녀와서 이렇게나 엔티제스러운 제안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큼 나 자신과 나의 친구, 가족, 이웃, 행성인을 위해 지금부터 생산과 소비에 대해 고민해보자.

 

 

 

 

  1. 기후정의 운동이란 무엇일까”, 녹색연합, 기후위기대응, 2010.07.09.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weather-change/climatechangeacction-climate-change/904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