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달 아이 입양에 관한 법적 절차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많이 놀라셨지요? 다행이 저도 남편도 충격에서 벗어나 예전에 평온했던 일상의 삶으로 돌아 왔습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산책과 운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분유에서 우유로 갈아타기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먹었던 분유를 우유로 갈아타야 하는 시기가 되어 저희 가족은 마트에 가서 팩으로 된 우유를 구입하였습니다. 멸균 우유라서 실온에서 보관하기도 편리하고 칼슘도 풍부하다고 하니 아이의 근육과 뼈의 성장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우리의 부푼 꿈과는 달리, 우유를 먹였더니 표정이 달라지고 먹지를 않았어요. 이 녀석 기존의 분유 맛이 달라진 것을 귀신같이 알았어요.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갈아타는 방법이 있더라구요. 이 비법은 다름 아닌 기존에 먹던 분유의 양을 점차 줄이면서 우유의 양을 늘려가는 방식 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였더니 아이가 잘 먹더라구요. 이렇게 먹인지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소량의 분유와 함께 이제 하루에 우유를 제법 많이 먹게 되었답니다.
이사하기 전에 아이는 소대변을 유아용 변기에 비교적 잘 보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사 후 정리하는데 바빠서 낮에도 기저귀를 계속 채웠습니다. 이삿짐 정리가 어느 정도 된 후 기저귀를 안 채웠더니 그만 까먹었 나 봅니다. 그래서 다시 쉬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공원에 산책 가기
아이는 놀기 바쁘다 가도 “엄마랑 운동 가자”하면 쏜살같이 달려 옵니다. 세발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놀러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랑 단 둘이서 매일 오후에 1시간씩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게 되었습니다.
공원에 가면 비둘기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를 나눠주면 이리 저리 몰려다니며 모이를 쪼아먹습니다. 이 녀석 비둘기 사이로 이리 저리 뛰어 다닙니다. 눈은 또 어찌 그리 밝은지 비둘기 털을 줍기도 합니다.
공원은 넓디 넓은 잔디밭으로 되어 있어 아이가 뛰어 놀기에 아주 좋은 장소 입니다. 아이가 달리면 저도 함께 달립니다. 옛날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처럼 신나게 달립니다.
아이는 정말로 물을 좋아 합니다. 아마도 손으로 만져지는 느낌이 아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공원 분수대를 수리하여 물이 시원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분수대에 다가가 물을 만집니다. 그리고 목욕을 할 때 대야에 앉히면 아이는 손으로 저에게 물을 끼얹으면 제가 “앗 차가워”라고 반응하면 하하 호호 합니다. 물을 좋아하는 이 녀석에게 크리스마스때 자그마한 물놀이 풀장을 하나 선물 해야겠습니다.
어느 날인가 공원에서 운동하고 돌아온 날 손과 입을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열이 나서 깜짝 놀랬습니다. 아이가 분수대 물과 물고기가 사는 정원에 고인 물을 만졌는데 혹시 그 물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였고 저는 야단을 맞아야 했지요. 그래서 다음 날부터는 분수대를 멀리 돌아 놀이터로 오가고 있습니다.
놀이터
공원 옆에는 놀이터가 있습니다. 그네, 시소, 미끄럼틀 그리고 철봉들이 놓여있습니다. 최근에 인보는 철봉을 두 손으로 잡고 매달렸습니다. 우와 이 녀석 손으로 쥐는 힘이 무척이나 커졌어요.
철봉 옆에는 시멘트로 지은 미끄럼틀이 있습니다. 그런데 바닥이 워낙 거칠어 엉덩이를 대고 이 미끄럼틀을 타면 바지가 구멍 날 것이 염려되어 못 타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아이들이 올라가서 신나게 내려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하고 싶다고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 때면 한국의 철로 된 미끄럼들이 부럽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은 부모에게도 좋다.
여성운동의 구호 중에, ‘여성에 좋은 것은 모두에게 좋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은 부모에게도 좋았습니다.
3년전 저는 오른쪽 어깨에 심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너무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 였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어깨에 석회가 생기는 석회성건염을 진단받았습니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정말 뼈가 부서지는듯한 통증을 참아야만 했습니다.
이런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부터 저는 스트레칭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트레칭 입니다. 그리고 아이와 공원에서 놀 때, 저도 철봉에서 매달리기,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열심히 합니다. 이 운동 덕분에 저의 어깨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좋은 것은 부모에게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 덕분에 저의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으니까요.
몇 일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위에서 아이가 그만 코~하고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아이를 앉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와야 했습니다. 남편에게 잠든 이야기를 했더니 오후에 동네 언니랑 놀다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제도 운동하러 집을 나설 때 아이가 오후에 유튜브를 보느라 잠을 않 잤다며 남편이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에 자전거 위에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저는 오후에 TV를 끄고 재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 딸내미 이렇게 자랐으면
아이의 건강을 챙기면서 앞으로 인보가 어떻게 성장했으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인교육은 지덕체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지덕체는 지육(智育), 덕육(德育), 체육(體育)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저는 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했으면 합니다. 아이가 마음을 좀 후덕하게 품고 동무들과 잘 어울려 놀면 좋겠습니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세계를 경험하면서 얻는 깨달음을 통해 지혜로운 아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자긍심을 품고 살기를 바래봅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네가 동성결혼 부부의 딸, 우리 품에 입양된 딸내미여도 괜찮아. 너의 자긍심으로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자신 있게 커밍아웃 하려무나. 만약 혐오를 드러내면 맞장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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