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성결혼

[회원에세이] 모두의 결심을 위하여

by 행성인 2023. 8. 22.

소연(모두의결혼, 행성인) 

 

 

 

최선을 다해 흘러가는 대로 사는 내가 8월에 새로운 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혼인평등연대에서 모두의 결혼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데, 혼인평등연대 사무국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모두의 결혼캠페인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자면, 동성혼 법제화다. 지난 531,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가족구성권 3(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을 대표로 발의했다. 이 중 혼인평등법은 성별에 관계없이 결혼하고 싶은 커플이 결혼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는 옛 노래가 된, 양혜승님이 부른 화려한 싱글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야라는 가사가 있다. 어렸을 때 이 노래를 듣고 가수가 결혼을 많이 해봐서 이런 가사를 부른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낭만적 사랑 결실로 여겨지지만, 특히 여성의 희생(무료 가사/돌봄노동)이 필수적인 가족 형태의 시작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나의 어머니만 봐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 화려한 싱글을 들으면서 (당시에는 당연히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남자와) 결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어렸을 때 다짐이 이뤄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퀴어로서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내가 사랑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의지하고 지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랑에 대한 의미나 깊이는 사람마다, 상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친구를 좋아하는 것, 애인을 사랑하는 것, 어린이와 노인을 배려하는 것,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까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규범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우리의 애정과 사랑이 어떻게 이해될까? (제가 완전 대문자 N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친구랑 같이 살고 싶은 사람도, 혼자 살고 싶은 사람도, 주민등록상 같은 성별인 파트너와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나름의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나는 이들의 삶과 사랑이 편안한 환경에서 마음껏 드러나고 표현되어도 오케이하는 세상을 원한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일궈가며 사는 이상적인 사회로 가는 방향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을 구성하는 소수의 선택지에서 결혼은 이성 커플에게만 가능하기에 이를 성별 정체성이 다양한 커플들도 갖도록 하는 것이 이상 사회로 가는 첫 번째 길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격이 급하고 얼른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고 싶어서 이 길목에 들어서기로 했다. 나는 혼인평등연대 사무국에서 모두의 결혼캠페인이 잘 굴러가기 위한 실무를 담당한다! 사실 지금도 설렘, 긴장, 두려움, 즐거움 등을 느낀다. 이 캠페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한국을 퀴어강국으로 만들기, 보수 기독교/정치의 지긋지긋한 담론에서 이기기, 돌봄/가사노동의 성별이분법 타파,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 등)을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존의 사무국 활동을 하셨던 희망법의 민희님, 행성인의 호림님이 나에게 열심히 교육과 인수인계를 해주셨다. 9월부터는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앞으로 나의 목표는 이것저것 제안하고 잘 해내는 것이다. ‘동성혼, 한국 정부가 인정을 안 한다고? 그럼 정부를 뒤집자!’라는 패기와 퀴어 애인과 결혼한다고 원가족에게 말한다면,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결혼할 결심, 헤어질 결심, 혼자 살 결심 등 앞으로 모두의 수많은 결심이 가능하도록 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