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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세계 에이즈의 날,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에 부쳐 - 실천과 배움, 만남과 돌봄의 HIIV/AIDS 인권운동

by 행성인 2023. 11. 23.

 

행성인 HIV/AIDS 인권팀 

2019년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아 HIV/AIDS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와 시민들이 서울역 앞에서 함께 진행한 플래시몹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 날을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이라고 부릅니다. 

올해 헌법재판소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상 전파매개행위죄에 대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HIV/AIDS인권활동가와 퀴어커뮤니티, 의료전문가들과 각계의 많은 사람들은 질병을 범죄화하는 것이 취약한 이들을 더 낙인찍고 드러나지 못하도록 할뿐, 예방에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해당 법조항의 폐지를 오랫동안 주장해왔습니다. 비록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헌법재판관들이 HIV감염인들이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감염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는 HIV/AIDS 인권운동이 오랫동안 인식개선을 해온 성과이기도 합니다.

HIV/AIDS인권운동은 주변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서로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새로운 의제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감염인 여성과 트랜스젠더, 장애, 이주민과 구금시설, 노동권과 의료차별 등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성원의 취약함에 주목하고 이들이 함께 살 수 있기 위해 어떤 요구와 변화가 필요한가를 고민합니다. PL(People Living with HIV/AIDS) 단체들은 일상적으로 동료를 지원하고 돌볼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HIV/AIDS가 사회적 장애와 연결될 수 있음을 통찰하며 빈곤과 노화가 어떻게 질병과 손상에 교차하는지, 그 위에 어떤 사회적 차별과 제도적 배제가 작동하는지 살피는 활동 또한 넓혀가고 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HIV감염인에게 약물에 대한 노출과 위험이 더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도 직시하고 있습니다. 치료제와 예방약에 대한 특허권을 행사하며 높은 이윤을 챙기면서도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초국적 제약회사를 모니터링하며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행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퀴어커뮤니티는 특정 성적 지향과 정체성으로, 연령과 인종으로 닫힐 수 없습니다. 결국 질병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고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취약하게 만드는지, 감염되기 쉬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사회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서로가 연결되어 왔음을 알아가며 연결을 넓혀가는 것이 인권운동의 역할일 것입니다. 

행성인 HIV/AIDS 인권팀은 올 한해 HIV/AIDS를 비롯한 질병과 손상, 노화와 빈곤의 문제가 퀴어한 성적 실천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며 최근 네트워크 안에서 이뤄지는 BDSM과 성적 페티시를, 섹스에서의 소통과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협상을, 그 안에 건강과 질병이 어떤 위계로 구성되는가를 이야기나눴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성적 수치심의 요소들로 작동하는지, 편견과 낙인의 대상이 되어온 성적 행위를 어디서 어떻게 실천하는지, 문란한 연결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고 공동체를 지속해왔는가를 살피고 있습니다. 

인권운동은 취약한 삶들을 살피고 취약하게 만든 사회적 요소들을 문제삼고 바꿔나가는 행동을 바탕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몸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온전히 살아가며 기쁨과 슬픔을, 쾌락과 고통을 느끼고 경험할 권리를 갖지만, 나로서 온전한 삶은 홀로 단단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라도 넘어지고 손상될 수 있음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고, 일상의 관계와 생계가 인권과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는 활동을 바탕으로 확장된 HIV/AIDS 인권을 이야기나눕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