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행성인 성평등위원회)
성평등위원회 세미나?
2023년 성평등위원회는 위원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세미나를 계획했다.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이 있어 세미나를 통해서 각자의 고민을 모아 생각의 결을 맞추고, 관심 있는 부분을 더 공부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세미나 결과를 웹진에 공유하며 이런 이야기들이 성평등위원회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과 나눌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본격적인 세미나 진행에 앞서 각자 가진 고민을 마인드맵처럼 나열하면서 서로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 더 공부해볼 부분을 정했는데, 이 글은 그 첫 세미나 시작을 맡은 내 고민과 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지푸라기들 –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을 때의 그 지푸라기- 이다.
만약 다시 2018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행성인은 2018년도에 단체 내에서 그간 제대로 해결되지 않던 성폭력 및 위계에 의한 사건들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제기되면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며 처리하고, 그것을 야기한 조직 문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사건 발생 예방을 위해 더 많은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그래서 2019년 회원 전반의 성평등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확충, 일상 속 조직문화 모니터링 강화, ‘규약’과 ‘평등한 행성인을 만들기 위한 약속’을 통해 성평등 담론 형성을 위해 활동하는 성평등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약 5년이 지난 지금, 행성인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사람을 모이기 힘들게 한 코로나 상황도 있었고, 성평위에서 준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율이 아주 높은 것도 아니며, 회원의 드나듦이 큰 조직이기에 자주 바뀌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 문화가 잘 자라고 있는 중인지 솔직히 확신하기 어렵다. 그저 2018년 이전에도 조직 문화를 더 낫게 바꾸려는 크고 작은 노력은 있었지만, 이제는 성평위라는 공식 조직이 있고, 행성인 전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조직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의의를 손에 꼭 쥐고서,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중인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가정은, ‘만약 다시 2018년 같은 상황에 또 처하게 된다면’ 이다.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난다면 최선을 다해 뭐든 하겠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조직문화가 정말 변화 중인건지 알 수 없어도 그것을 위해 힘써왔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사건 조사와 해결에 대한 고민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사건 해결을 위한 역량있는 활동가들의 연대에 기대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늘 우리를 위해 그런 활동가들이 시간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 스스로도 사건 처리를 위한 대응 역량과 경험들을 쌓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 경험 전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미투 이후에 긴 시간이 지났는데,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구글링을 통해 여러 기관의 매뉴얼들을 찾아보았다. 다양한 매뉴얼을 찾을 수 있었고, 참고할 수 있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음에 놀랐다.
1. 교육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는 풍부한 정보
먼저, 매뉴얼이 교육자료 까지도 활용될 수 있을만큼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예를들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예시를 통해 설명하며 이해를 돕고, 2차 가해에 대해서도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한다’ 라는 규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지는지까지 자세히 적음으로써 사건을 경험한 사람, 대응하는 사람 모두가 매뉴얼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2. 단체 외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안내
또한 상담기관이나 피해자 지원제도 등을 안내하는 매뉴얼이 있기도 했다. 아래 소개된 곳들 중에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관들을 확인하고 행성인 매뉴얼에 안내할 수 있다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3. 보기 쉬운 사건 처리 과정
기존 행성인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폭력사건처리규약 (2023.02.11)>규약을 보면 나열식이기에 한번 보아서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곳의 자료를 보니, 훨씬 보기 쉽게 정리해놓은 다양한 형태가 많았다. 이는 사건을 처리하는 사람, 그리고 사건을 제소하고 제소받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4. 다양한 선택지 제시
사건 조사나 대응을 처음 맡게 되었다면, 각각의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하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그중 무엇이 최선일지 알지 못하여 막막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이 다양한 선택지를 각각의 단계에서 설명한다면 사건 대응을 하는 사람에게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5. 표준 양식
현재 조정위에는 제소를 받거나 상담을 요청받았을 때, 기록하는 표준화된 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소의뢰를 받을 때, 조사나 상담 시 행성인에 맞는 양식을 가지고 있다면 누가 의뢰를 받든, 상담을 하든 누락되는 정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관리도 용이할 것이다.
6. Q&A
Q&A를 통해 사람들이 궁금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곳들도 많았다. 어떤 내용을 Q&A로 넣어야 가장 효과적일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분명 활용할 수 있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지푸라기의 힘
이렇게 다양한 참고할 부분들이 있었다. 이 내용들을 내년 성평등위원회 사업계획에 반영하여 행성인 성희롱 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만드는 아이디어 방향으로 삼고자 한다. 조직문화 사업들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조직문화가 한번에 바뀌는 것이 아니듯, 매뉴얼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사건 처리 역량이 조직적으로 쑥쑥 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지푸라기들이 지속적으로 모이면 나아지는게 분명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있다.
'행성인 활동 > 활동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16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트랜스젠더 연구세션 현장스케치 (0) | 2024.02.20 |
---|---|
[제 16회 성소수자 인권포럼] 디딤돌을 놓는 마음으로 - '성소수자 난민과 연대하는 법: 전쟁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기' 세션 후기 (0) | 2024.02.20 |
[행성인 성평등위원회 세미나] (2) 사과에 대하여 (0) | 2024.02.20 |
[활동후기] 평등한 공동체, 이미 그곳에 서다 - 행성인 1월 회원모임을 다녀와서 - (0) | 2024.02.20 |
[활동 후기] 2023 방콕 – 아시아 결혼 전략 미팅 출장 : 동성혼 법제화 지금 아니면 언제! (0) | 2023.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