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
#1. 제 1회 대전퀴어문화축제 & 2024 프라이드 엑스포
7월 6일에는 서울과 대전 두 곳에서 큰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도화서길디원에서는 2024 프라이드 엑스프가 진행되었고, 대전 소제동(전통나래관 앞)에서는 제 1회 대전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었습니다. 행성인에서는 두 곳 모두 부스를 운영하며 일터가이드북 신청을 받고, 최근 행성인 세바퀴 캠페인 프로젝트팀에서 기획한 ‘트랜스 프렌들리 에티켓’ 이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대전퀴어문화축제는 부스 행사 이후 퍼레이드를 진행하였습니다. 대전역에서 목척교, 중앙동, 구 충남도청, 성심당 구도심의 포인트를 잇는 경로에서 많은 시민여러분들이 행렬을 환영하고 손흔들어줬습니다. 후텁지근했지만 지역 업소와 단체들의 참여가 반갑기도 했습니다.
프라이드 엑스포는 다음날인 7일까지 양일에 걸쳐 행사가 진행되었고, 행성인은 양일 모두 참여하여 행사장을 오가는 다양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2. 제 5회 제주퀴어프라이드
7월 15일 서귀포 자구리문화예술공원에서 제 5회 제주퀴어프라이드가 개최되었습니다. 2년 만에 개최된 제주 지역 프라이드 행사에 행성인도 부스를 내고 참여하였습니다. 매번 제주시에서 진행되다가 올해 처음으로 서귀포시에서 진행된 행사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여 제주도에 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났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폭우 소식에 퍼레이드가 앞당겨 지기도 했지만, 궂은 날씨에 굴하지 않고 퀴어력 뿜뿜하며 제주에서도 힘차게 무지개를 휘날렸습니다! 바다와 풀밭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그 어느 축제보다도 독보적이었던 축제였습니다!
#3. 동성배우자의 피부양자 지위 인정 대법원 판결
2024년 7월 18일 오후 2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2023두36800 보험료부과처분취소)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장대비가 내리는 궃은 날씨에도 수십 명의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이 직접 대법원을 방문하여 선고 방청에 함께해주었고, 실시간 중계방송에는 몇 백명의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이 무지개 이모지를 휘날리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선고를 지켜보았습니다. 결과는 사랑과 연대의 승리였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인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 이 사건 처분에는, 원고에게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고,
○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과 달리 동성 동반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하고 있고, 이러한 취급은 합리적 이유 없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였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과 권리를 인정한 판결이었습니다. 행성인에서는 ‘축전’을 발표하며 축하를 건넸고, 수많은 시민사회 단체에서 성명과 논평으로 함께 축하하였습니다. 언론에서는 열띤 취재 경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승소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소소부부는 지난 4년을 회상하며, 오늘의 이 기쁨을 혼인평등으로 이어가자며 감격에 찬 소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아래 소소부부의 발언전문을 공유합니다.
소소부부 발언문 보기
소주: 김용민의 남편, 소성욱입니다.
작년 초 항소심 승소 이후, 사랑이 또다시 이길 것이라 이야기 나누었던 것처럼, 오늘, 사랑이 또 이겼습니다. 이 승리의 기쁨으로 모두에게 감사와 박수, 그리고 인사를 드립니다. 소송이 진행된 3년 반이 넘는 지난 시간동안, 저와 저의 남편이 서로의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을 지난하고도 끊임없이 그 증명을 요구받아왔고 건보공단 측의 불인정을 계속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며 서로에게 헌신하고 의지하는 저와 제 남편의 관계가 공적으로 인정되는 결과를 오늘 여러분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얻어낸 지금, 이 다음은 평등하게 혼인제도를 이용하며 배우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충분히 기뻐하고, 기쁨의 눈물과 미소를 나누고, 환호와 박수를 서로에게 건네면 좋겠습니다. 한국사회는 보다 더 평등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곳 우리 사회에서 계속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함께 만들어내자고 제안드립니다. 오늘의 승리를 혼인평등으로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소리: 소성욱의 남편 김용민입니다.
처음 제 남편 성욱이가 저의 피부양자로 등록이 되었을 때, 건보공단 홈페이지에 성욱이가 저의 가족으로, 배우자로 등록이 되었을 때를 다시 떠올려봅니다. 뛸 듯이 기뻤습니다. 우리 둘의 관계가 처음으로, 공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습니다. 신이나 홈페이지 화면을 캡쳐해 주변 지인들에게 뿌리며 자랑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로부터 4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저희는 두 번이나 이사를 하고 수많은 일상을 공유하며 새로운 추억들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긴 기다림 끝에 저희는 다시 한 번 기쁨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오늘하루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이 기쁨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이겼습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축배라는 노래 가사를 인용하여 외쳐봅니다. 축배를 듭시다, 오늘을 위해서, 내일을 향해서,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함께 축배를 듭시다! 감사합니다.
물론 이 날의 판결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지위에 한한 것으로, 앞으로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동성 부부를 비롯한 성소수자 가족이 법제도의 바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동성혼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이제 혼인평등으로 나아갑시다!
#4. 행성인 7월 정기회원모임
행성인은 7월 여름을 맞아 정기회원모임으로 '수리상점 곰손'과 함께 무지개 빛깔 모스큐브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수리상점 곰손은 ‘기후위기를 건너는 일상생활 기술을 나누는 곳’ 을 표방하며 올해 망원시장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는데요,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물건을 수리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거점의 활동을 합니다.
이날 참여자들은 모스큐브를 만들면서 모기와 생태계를 이야기나누고, 물리치고 싶은 차별과 기후정의를 위한 일상의 실천에 대해 이야기나눴습니다.
#5. 행성인X홍진단 한의(韓醫)진료
7월동안 행성인은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한의사/한의대생 모임 '홍진단'과 함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일일 한의진료소를 운영했습니다.
대학로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진행한 행사에서는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해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주기도 했습니다.
손목이 아픈 저도, 소화불량인 친구도, 잠을 푹 자지 못 하는 동료도 한의원에 갑니다. 신기하게 한의원은 누가 방문해도 대체로 진료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성소수자 친화적인 한의원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위해 분명 필요합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한의원에서는 적어도 진료 시간에 나의 아픔의 원인이나 증상에대해 얼버무리거나 숨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처치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한약의 냄새처럼 홍진단 활동도 전국 곳곳에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 2024년 7월의 회원가입 한마디
- 꿀잠: 그동안 후원은 여기저기 여유가 될 때마다 했는데, 정회원으로 가입 신청을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비요뜨: 뭐라도 해야합니다
- 하카: 정치, 시민단체, 사회운동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했었는데 살다보니 제 존재가 투쟁이더라고요... 아무튼 다들 사랑합니다.(?)
- 유안: 성소수자 인권 향상에 열심히 기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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