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호 기획] 운영위 임기를 마무리하며- 안 해본 운영 위원은 있어도 1년만 하는 운영 위원은 없다

 

소유(행성인 전 운영위원)

 

 

'안해본 운영위원은 있어도 1년만 하는 운영위원은 없다'라는 농담으로 2년차 운영위원을 시작했다. 사실에 부합하는 농은 아니지만, 부담을 접어두고 더 잘해보자는 마음에 기울고 싶은 나의 핑계였달까. 그 기간동안 단체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 열거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운영위원을 처음 시작할 때가 활동 11년차, 그러나 늘 밥벌이 노동과 병행하면서 단체 언저리에서 '자원'활동가라고 자신없이 말하곤 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은 나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과거 노조에서 대의원을 추천받았을 때처럼 회원들의 눈높이를 대변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차 때는 회원들과 넓게 만나겠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극I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신 운영위 단톡방이나 운영회의때 밖으로 보여지는 단체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의견을 솔직하게 내려고 했다. 집회, 무대 발언이나 SNS, 퀴어문화축제에서의 연대활동 등. 그렇게 생각할 때 말할 용기도 생겼다. 성격이 워낙에 조심스러워서 괜히 불안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도 있었지만 평가때 들으니 다행히 다른 운영위원 분들은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2년차에서는 프로그래머인 본업의 기술 전문성을 살려 인터넷을 통한 단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회원들과 함께 홈페이지TF를 만들어 연혁을 일신하는 등 사이트를 개편했다. 공지사항 첫 게시글이 2000년도에서 시작할 만큼 역사가 유구한 사이트의 기여자로서 자부심이 있지만, 업계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부족함이 많을 사이트다. 현재는 비영리 단체들의 홈페이지 구축을 도와주는 여러 CMS 플랫폼들도 있지만, 이미지 하나 글귀 하나 모두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있어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 지나치게 생산자적인 접근일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비용이 제한되는 단체 홈페이지 관리에서 어디까지 회원들의 전문성을 요청할 수 있을지, 웹사이트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의 의제와 존재를 어떻게 더 알려낼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행성인의 아카이빙 작업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어떻게 보다 폭넓은 회원들과 함께 내용을 즐겁게 만들어갈지가 앞으로도 고민거리가 될 것 같다.

 

2024년 2월 4일 청계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진행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8차 긴급행동' 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촬영: 스튜디오 알)

 

한편으로 팔레스타인 연대활동에 함깨하면서 연락책으로도 활동했다. 상근활동가 분들의 배려 덕에 이슈를 팔로업하면서 너무 큰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편 행성인 회원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집회 맨 첫 순서로 발언해보는 경험도 가졌다. (관련해서 이런 글을 썼다) 말할때 너무 떨어서 아쉽지만 조롱과 혐오에 맞서 성소수자로서 연대하는 이유를 알려내고, 발언문이 좋다는 말을 여럿 들어서 다행스럽다. 아쉽게도 현지의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트럼프 집권 이후로 더욱 악화될 기미가 보여 마음이 무겁지만 말이다. 운영위원과 함께 담당자 직을 내려놓는 올해에도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연대를 해나가려고 한다.

 

행성인이란 회원 활동 중심의 단체에서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운영회의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던 건 단체와 운동의 흐름을 보다 가까이서 이해하고, 가능한 만큼 몸을 담궈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회사일로 바쁠 때도 활동에 관심을 놓지 않을 수 있고, 단체활동하면서 오래 얼굴을 보았지만 서먹했던 다른 활동가분들과 보다 돈독해질 수 있었던 것도 소득이다. 2025년 새롭게 시작하는 운영위원회 운영위원 분들께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고, 혹 기회가 온다면 한번 신나게 달려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