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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지향 · 성별정체성/트랜스젠더

[TDoV 기획] 같이할래요? 초보 트랜스앨라이의 우당탕탕 트랜스앨라이 일짱 되기!💥

by 행성인 2025. 3. 25.

 
에스 (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3월 31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International Transgender Day of Visibility, TDOV) 입니다. 행성인 웹진에서는 '앨라이'를 키워드로 회원들의 에세이를 담았습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클릭한 사람이 누구든지 간에 ‘트랜스젠더’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목의 ‘앨라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생소할 수 있다. ‘앨라이’는 협력자, 지지자라는 뜻으로 사회적인 의미로는 특정 소수자 집단에 당사자로 속하지 않지만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이 글에서 자주 쓰이는 ‘트랜스앨라이’란 트랜스젠더 앨라이로, 트랜스젠더를 지지하고 그들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사람이다.
 

 
 
안녕, 나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의 신입, 트랜스앨라이 일짱👊이 되고자 노력 중인 에스다.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TDOV을 기념하며 ‘앨라이’를 주제로 한 원고 청탁을 받고 내가 트랜스젠더 인권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계기를 오랜만에 떠올려보았다. 나는 그 순간을 꽤 또렷이 기억한다. 2012년 여름의 자취방, 당시 나는 대학을 휴학한 반수생이었고 실기 연습을 마친 후 침대에서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를 시청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 그해 새 시즌에 트랜스 여성 참가자가 있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모델 중, 어릴 때부터 신체디스포리아(출생시 지정된 성별(Sex)과 젠더(Gender)가 성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신체적 불쾌감을 말한다)를 느껴 밤마다 내 진짜 몸을 돌려달라 신에게 빌었다며 우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가 나를 뒤흔들었다. ‘나와 별다른 것 없어 보이는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하는 생각이 들어 큰 충격을 받고, 나 역시 성 소수자이기에 사회 속 비주류의 삶에 공감하며 엉엉 울었다. 그때까지 성 정체성에 대한 단 한 번의 의심 없이 살아온 시스젠더이자, 양성애자로서(지금은 범성애자로 정체화하지만, 당시엔 성 정체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양성애자로 여겼다.) 성 지향성에 관한 이해만 있던 나는 정확히 성 정체성이란 무엇이고, 어떤 것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가를 탐구하기 위해 그해 여름부터 다음 해 여름이 오도록, 트랜스젠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닥치는 대로 봤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들은 나와 또 이것을 읽는 다른 시스젠더와도 다를 것 없는, 그저 ‘나’로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러나 사회는 전통적인 이분법적 성별의 틀 안에 있는 다수의 시스젠더와 다르다는 이유로 시작해, 무수한 이유를 덧붙이며 혐오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탐구를 끝냈다고 생각했을 무렵부터 나는, 한참을 선의의 방관자인 채로 머물렀다.
 
그랬던 내가 트랜스젠더를 지지하고 변화를 위해 함께하게 된 터닝포인트는, 십수 년간 해온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작년 겨울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가 트랜스 혐오로 떠들썩 했을 때, 그곳 역시 다를 바 없었다. 몇 년 전 범성애자로 정체화를 마치고 성 소수자들과 연대의 첫 발걸음을 떼던 나는 더 이상 방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난 퀴어이자 시스젠더 여성이고, 바이너리 여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여성이 여탕에 들어가는 것을 지지한다’는 짧은 댓글을 달았고, 갖은 비난을 받았다. 차근차근 설명해 보았으나 지속되는 트랜스 혐오와 조롱, 이유 모를 화풀이성 악플에 ‘트랜스젠더의 사회적 인식은 고작 여기까지구나.’하며 전의를 상실했고, LV.1 초보 앨라이로서 상처받았다. 생각을 곱씹었다. 자연스레 트랜스젠더 지인들이 떠올랐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고 고작 넷상에서 하루 몰매 맞은 앨라이 vs 숨 쉬듯 사회의 혐오와 차별을 받는 트랜스젠더 당사자. 더 벅찰 사람은? 순간 어쭙잖은 정의감이 피어올랐다.
 
이번 생엔 꼭 트랜스앨라이 일짱이 될 거야. 일짱이 되어 터프TERF(트랜스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에게 선빵 날려야지. 그러니 행성인 후원 후 트랜스팀 가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트랜스앨라이 일짱👊이 되기로 다짐하고도, 어설픈 트랜스앨라이인 나는 자연스럽게 실수를 일삼았다. 여성으로 패싱이 되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여기 여성분들만 있네요.’라며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전통적인 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성 정체성)의 존재를 배제하는 말을 하곤 스스로 놀라서 얼어붙는다거나, 행성인 가입 인사말에 ‘여성’ 범성애자 에스라고 소개했던 만행들이 있다. 한동안 자려고 눕기만 하면 이런 실수들이 떠올라 괴로워하며 이불을 뻥뻥 차며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염치없게도 이 만행들을 몇 트랜스 당사자들에게 고백했는데, 그들은 실수를 인지하고 있는 게 어디냐며 나를 추켜세웠다. 나는 이들이 차별에 익숙한 것이 불편했다.
 
더 나은 트랜스앨라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머리를 싸매고 내가 실수했던 것들을 토대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게 초보 트랜스앨라이인 나의 경험을 녹여 머릿속으로만 정리한 것을 부끄럽지만 글로 옮겨 보았다.
 

  • 트랜스젠더에 대해 배우고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이해할 것
  • 트랜스젠더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발언을 들었을 때 침묵하지 않을 것
  •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원하는 이름과 대명사를 사용할 것(그전에 언어에서 젠더를 지울 것)
  •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
  • 지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

 
이것은 일짱이 되고자 하는 나의 다짐이다. 이것을 읽는 당신은 이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만일 당신이 과거의 나처럼 매체만으로 트랜스젠더를 접한 트랜스앨라이라면, 같은 동료시민으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 쉽고도 큰 발걸음을 떼는 것일 테다.
 
그대 역시 트랜스앨라이 일짱이 되고자 하는가? 하늘 아래 태양이 두 개일 순 없는 법. 내가 먼저 일짱의 자리에 다가가고 있을 터이니, 하단의 트랜스 프렌들리 에티켓을 지도 삼아 걸어오시라. 당신과 함께 겨룰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
 
앨라이가 하는 일은 세상에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얼마나 뒤처져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유지하며 작은 실천을 지속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트랜스앨라이가 되지 않을까.
 
우스울지도 모르지만, 내 꿈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세계 평화를 이루는 것이다. 차별, 불평등, 억압 없는 사회적 정의를 꿈꾸며 ‘트랜스앨라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불필요해지는 날까지, 나는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서 트랜스젠더를 있는 힘껏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함께 읽어보자. 트랜스 프렌들리 에티켓
https://lgbtpride.or.kr/xe/notice/1935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