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LGBT 운동_ 함께 꿈꾸는 것을 배우기

해너 디

 

[번역자 - 지난 호에 이어 레바논 LGBT 운동에 관한 글을 번역해 싣는다. 이 글은 영국 사회주의자 해너 디의 책 <The Red in the Rainbow: Sexuality, Socialism & LGBT Liberation>의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The Red in the Rainbow>는 책갈피 출판사에서 번역출간을 준비 중이다. 출간을 준비 중인 책의 일부를 웹진에 개제하는 데 동의해 준 책갈피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레바논에서 중동 최초의 동성애자 조직인 헬렘(Helem)(Dream, 꿈이라는 뜻)은 창립 행사 상영작으로 영국의 법률 개혁을 다룬 1961년작 영화 <피해자(Victim)>를 선택했다. 이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 1950년대 영국과 꼭 닮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레바논에서] “부자연스러운 성교”는 범법 행위이지만, 동시에 특히 시아파 지역들에는 번화한 동성애자 거리가 여러 곳 있기도 하다.

 

헬렘은 2001년 퀸보트(Queen Boat) 사건 - 이집트 나일강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 중 한 곳에 대한 대대적 단속으로 남성 52명이 체포돼 그 중 절반 이상이 수감됐고 동성애에 대한 신경질적인 도덕적 공포를 일으킨 사건 - 직후 생겨났다. 신문에는 “변태성욕자들이 이집트에 전쟁을 선포하다” 같은 제목을 단 기사들이 실렸다. 이 사건은 [중동]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레즈비언/게이에 대한 정부 탄압의 일환이었다. 엠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모두 이런 탄압이 테러와의 전쟁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헬렘의 지도적 활동가 가산 마카렘(Ghassan Makarem)은 증가하던 반전 운동에 헬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고 정당성을 획득하는 데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원칙 없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또한 헬렘은 그 덕분에 처음부터 더 광범위한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이라크와의 연대라는 쟁점은 사회적,·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과 연결됐다. 2003년에 열린 대규모 국제 반전 행동의 날에 레바논에서는 처음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이 대중 집회에서 무지개 깃발을 들었다. 헬렘 활동가는 “존재한다(Exist)”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인디 헬렘(Indi helem)" - 마틴 루터 킹이 한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 - 이라고 쓰인 배지를 달았다. 가산 마카렘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이 행동을 했을 때 레바논 사회에서 우리를 특별히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단체들에 참여하고 다른 조직의 사람들이 [헬렘에] 존재함으로써, 즉 가시화됨으로써 우리를 드러낼 공간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략했을 때 헬렘은 다시 한 번 전쟁 상황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단체 활동의 중심에 두고, 사무실을 난민들과 구조대원들을 위한 지원 센터로 개방했다. 전쟁이라는 처참한 상황 속에서 헬렘은 종교 단체를 비롯해 다른 단체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집과 삶,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스라엘 미사일에 파괴당한 사람들을 도왔다. 사람들이 협력하고 관계가 형성됐고, 동성애자 권리 단체로서 헬렘의 가시적 개입은 기대치 않던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끌어냈다. 헤즈볼라는 비공식적으로 헬렘의 구호 활동을 칭찬했고, 자유애국운동[세속주의를 지지하며 헤즈볼라와 동맹인 레바논 정당]은 헬렘의 기여에 대해 공로상을 수여했다. 이 시기 헬렘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일어나던 중에 일부 행사를 예루살렘에서 개최한 월드 프라이드[세계 자긍심 행진]을 보이콧하는 활동에도 동참했다.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성소수자들의 천국이라고, 더 문명화됐다고 홍보하면서, 레바논의 마을과 도시들을 파괴한다. 서방 활동가들이 이슬람파시즘에 대해 얘기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점령지 예루살렘에서 월드 프라이드를 개최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들으면 분명히 보여주는 바가 있을 것이다. 분리장벽만 봐도 “경계 없는 사랑”이라는 프라이드의 구호가 엉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과 침략에 맞선 투쟁에 참여하는 과정은 헬렘이 더 광범위한 활동가들의 네트워크와 관계를 맺고, 흔히 서방에서 유독 동성애를 혐오한다고 일축해버린 집단들로부터 존경을 얻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경험은 우리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연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람들이 제국주의의 개입 없이 자신들의 투쟁을 마음껏 수행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자국 정부가 주된 표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영국의 개입에 도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이집트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정권들을 군사적,·재정적으로 원조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나라 전체를 황폐화시키고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였으며, 한때 레즈비언과 게이들을 위한 공간이 어느 정도 존재했던 곳에서 암살단들이 동성애자 학살극을 벌일 수 있게 만든,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것과 같은 전쟁에 저항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 또 우리는 LGBT 난민들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기꺼이 송환하는 영국 정부의 박해 없이, LGBT 난민들이 망명할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2003년 한 이란인 남성 동성애자가 영국에서 난민 신청을 거절당한 뒤 자기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분신했다. 누구도 다시는 이런 행동을 강요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야 한다.

 

이런 투쟁 가운데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분명히 그런 나라들의, LGBT든 아니든, 모든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레바논에서 봤듯이 투쟁을 건설하는 과정은 성해방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벌어질 수 있는 진짜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전쟁 반대 운동은 헬렘 활동가들이 무지개 배너를 펼쳐 든 국제 공동 반전 행동의 날을 호소하는 데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국제 운동은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투쟁에 대한 연대를 건설하는 데서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그러나 오랜 제국주의 침략과 인종차별의 역사를 가진 영국 같은 나라들의 활동가들인 우리가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을 대신해 투쟁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의 접근은 흔히 다른 나라의 현지 활동가들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필수적인 저항과 동맹을 건설하는 것을 더 힘들게 만든다. 예를 들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동성애를 “비아프리카적”이라고 비난하는 짐바브웨에 당신이 있다면, 어떤 운동이든 짐바브웨의 식민지 억압과 인종차별에 가장 크게 연루한 나라인 영국 사람들이 이끄는 것은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는 이곳에서 저항의 본보기를 건설함으로써, 또 연대 호소에 응답하고 투쟁을 전진시키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민감하게 토론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저항을 고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번역 :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_ 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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