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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협동조합 하실래예?

by 행성인 2013. 7. 18.

두해(동성애자인권연대)


 

오리, 모리, 나리, 조리, 두리는 홍대 앞에 있는 동인련 무지개 텃밭에 둘러 앉아 있습니다.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니 놀기 위해 모인 것은 아닌가 봅니다. 학교 친구도 아니고 동네 친구도 아닌, 생김새도 성격도 매우 다르게 보이는 다섯 명은 동인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리는 사회단체 활동가로 모리는 학생, 나리는 잠시 일을 쉬고 있고 조리와 두리는 회사원으로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도 취미도 기호도 다른 이들이 무엇을 위해 불타는 금요일에 머리를 마주대고 있을까요?




‘너도나도무지개 출판사’(이하 너나무)


오늘은 미국의 유명한 게이 소설인 ‘You are my Big Bear’를 번역하여 편집회의 하는 날.

‘너나무’는 동성애 관련 해외 서적을 번역해 출간하는 출판협동조합입니다. 구성원 다섯 명이 각각 100만원씩 출자금을 내어 만들었습니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자본금인 셈이지요.


어느날 다섯 명은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넋두리를 늘어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네 삶이란 언제나 모순으로 가득 차 힘들고 피곤하고 고통스러니까요.

‘사는게 시시해’부터 ‘내 열정을 쏟아낼 곳이 필요해’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을 해 보고파’, ‘우리 오총사가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 ‘먹고 살기 위해 돈 버는 일은 따로 하고, 보람 있고 인생에 뜻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일터에서 소외되지 않고 싶어’ 등등


그 순간 텔레비전에서 협동조합기본법에 관련한 뉴스가 흘러 나왔습니다. 5인 이상 모이면 누구든 금융 관련업을 제외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두 쥐 죽은 듯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얼마 후 정적을 깬 것은 나리였습니다.

“바로 이거야!!”

 

그 날로 다섯 명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협동조합의 아이템이 필요했죠. 한국엔 동성애 관련 문화와 산업, 법과 제도 등 그 모든 기반이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부실하며 여전히 차별과 억압이 횡행합니다. 당장의 투쟁을 통해 제도와 법을 바꾸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기반은 대중의, 그리고 동성애자 스스로의 지적, 문화적 수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너나무’는 동성애 문화 그 중에서도 책을 접점으로 다가서기로 합니다.

 

해외의 동성애 관련 소설, 에세이, 기사 등을 가져와 격주로 세미나를 열어 번역하고 연구를 합니다. 번역이 끝나면 각자 재능을 발휘하여 나리, 조리는 교정과 교열을, 세련된 도서 형태로 편집은 모리, 두리와 오리는 홍보를 맡습니다. 제작 비용을 줄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주로 전자책으로 제작합니다. 전자책은 스마트폰이나 E-Book 단말기로 쉽게 접할 수 있고 구매하기 편리하며 저렴하기 때문에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책을 발간하면 독자들과 소통을 위해 언제나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여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다음 출판 방향도 계획합니다.(시사IN 301호 "여럿이 함께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꿔요" 참조)

 

원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 활동도 하고 싶은가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나요? 열정을 쏟아 낼 곳이 필요한가요? 마음 맞는 친구,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위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협동조합’입니다.

 

협동조합이란 우리의 필요와 욕구에서 출발하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이면서 경제, 사회, 문화적 필요와 염원 충족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결합체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식회사는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경제 조직입니다. 이익은 극히 소수의 주주가 모두 가져갑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합원 스스로 운영자(경영자)이자 동시에 노동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생하는 수익 또한 투자(자본)에 대한 배당이 아닌 출자나 이용에 배당하거나 협동조합 자체에 재투자하게 됩니다.

 

야만적인 자본주의의 일시적 대안으로 시대의 부름을 받는 협동조합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번뜩이지 않아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면, 참신하지 않아도 고리타분하거나 평범하더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조직체입니다.

 

현재의 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무엇인가 부족하다 느낄 때, 내 안의 무엇을 쏟아내고 싶다면 협동조합, 어떨까요?

 

-끝-

*나는 이런 협동조합을 꿈꿉니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함께 얘기하고 고민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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