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동인련에서 마련했던 세미나 ‘이반만세’의 뒤를 이어 올 해 1월 17일, 24일, 31일, 2월 7일까지 ‘2009 겨울 청소년 이반 세미나’가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쉽게 동인련의 활동을 알리고 우리가 살면서 맞닥트리게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시작은 청소년 6명과 동인련 청소년 팀만이 같이 했으나 마지막 날에는 입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많이 참여 했다. 4주 동안 네 번 진행된 세미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한 청소년 회원 ‘말게찌난’, ‘천년백작’과 함께 세미나 후기에 대한 인터뷰를 실었다. 두 사람의 주거지와 학생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 하지 못 하고 인터넷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00. 소개? 서문? 도입?


Anima : 일단 시간 내줘서 고마워. :) 각자 자기소개 부탁해-.


말게찌난 : 편안하게 해도 되겠지? 일단 나는 찌난이고, 17살.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인 라틴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 동인련에서 주최하는 몇몇 세미나에 참가를 했었고.


천년백작 : 라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년백작이고 나이는 이제 고3 되네. ^^;; 동인련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가했었어.


Anima : 그럼 두 사람은 청소년인데 라틴은 언제 어떻게 알게 됐어?


말게찌난 : 나는 중학교 2학년 때 동성애테스트라는 신빙할 수 없는 테스트에서 동성애자라고 나오자마자(그때는 그 테스트가 진자 신빙해도 되는 건 줄 알았어) 다른 성소수자 커뮤니티나 단체 사이트들을 알아봤거든. 그런데 나는 아직 어려서 다른 이반 사이트에 가입을 하는 건 당연히 제약이 걸려 있었고, 결국 ‘열려있는 공간은 라틴 밖에 없구나….’하면서 가입했던 것 같아.


천년백작 : 그냥 라틴에 가입하게 된 건 t.a.t.u라는 레즈비언 가수 카페에서 ‘나의 성 정체성을 아직 모르겠어요.’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때 찌난이를 알게 됐지. 블로그 이웃도 맺고. 그런데 어느 날 찌난이 블로그에 라틴에서 주최하는 ‘이반 놀이터’라는 것을 보고 참가하게 됐어. 그 때 알게 됐지. 


Anima : 보통 정체성을 인정하기 전에는 그런 오프라인 행사에도 나가기 어렵잖아. 그럼 둘 다 그 때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거야?


천년백작 : 근데 나는 거의 게이 쪽이었거든. 근데 주위에서 이성애 쪽이 많고, 그러다보니 받아들이지를 못한 것 같아.


말게찌난 : 나도 이반 놀이터에 참가했었을 때는 나는 이미 내 정체성에대해 확신을 가졌을 때였어. 그래서 백작 형을 내가 끌고 간 거였어. 고민 하는 거 같아서 이참에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보라고 말이야.


Anima : 백작을 찌난이가 데뷔 시켰구나. 그럼 둘 다 이전에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었어?

 

천년백작 : 난 없었어.


말게찌난 : 음, 아마 작년 여름 때였을 거야. 마로니에 공원에서 어떤 단체에서 일반사람들에게 계몽해 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하더라고. 내 블로그 이웃인 친구들과 그 주변에서 놀다가 같이 그 주변에 갔는데, 분명히 나는 내가 게이라고 밝혔지만, 무시당했었어.

           거기다 "어디서 나오셨나요?"라고 단체명이라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대답을 안 해주시더라고. 그냥 몇몇 분이 모여서 자기들 힘으로 이런 자리 마련했다고 하시는데….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서 소리가 작게 들렸나봐. 나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어쨌든 그냥 그렇게 그 자리 벗어나서 좀 안타깝긴 했어. 한 두 시간 정도 후에 다시 나가봤는데 정리하고 떠나셨더라.




01. 했었던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

Anima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세미나에 대해서 물어 볼 건데, 찌난이랑 백작은 작년에 동인련에서 했던 이반만세에도 참여 했었잖아. 그 때는 어땠어?


말게찌난 : 그때랑 비교해도 된다면, 이반만세 때는 정말 힘들었어. 일단 주 대상이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었기 때문에 홍보 글만 보고 따라왔던 내게는 무척이나 힘들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


천년백작 : 나도 좀 힘들었던 것이 내가 아는 주제가 아니어서 그런지 엄청 힘들었어. 말을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었지.


말게찌난 : 그래서인지 이번 청소년세미나가 무척이나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더라고. 주제에서도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주제들이었고.


천년백작 : 응, 맞아. 이번 주제는 청소년이었으니까 우리에게 많이 와 닿았거든. 


Anima : 어떤 점이 쉬웠어?


말게찌난 : 음, 나는 가장 쉬웠던 건 4차였어. 인간관계와 섹스였나?


천년백작 : 가장 좋아한 주제는 학교였지만 그 주제도 개인적으로 좋았어. 엄청 궁금했던 내용이다 보니까.


Anima : 나도 궁금한데, 성에 대한 지식을 접할 경로가 그렇게 없나?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가 청소년 일 때는 나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았거든.


말게찌난 : 주워들은 것은 나도 많았지만 4차가 가장 쉬웠다고 하는 이유는, 1, 2, 3,차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고 또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많았잖아. 4차 때는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거 같았거든.


천년백작 : 난 섹스에 대한 단어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좋았어. 사실 나도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는데 모르는 단어를 알게 돼서 재미있기도 했고, 마음에 두고 있었던 얘기를 다 끄집어내서 말해도 아무렇지 않아서 좋았고. 그리고 4차 때 봤던 게 ‘킨제이 보고서’란 영화였지? 살짝은 지루했지만 재미있었어.


말게찌난 : 그 영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해도 돼?


Anima : 응.


말게찌난 : 일단 보는 내내 1940~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센세이션이 오히려 현대 우리나라의 성문화보다도 개방적인 것 같아서 많이 놀랐어. 불과 50년 전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하니까(물론 인류의 역사에서 성문화를 빼놓을 순 없지만). 그래도 나는 한 70년대서부터 서구가 많이 개방되고 우리나라는 한 90년대에 들어서서 개방 되어진 걸로 알고 있었거든. 그런 충격이 있었었고,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자신의 모습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장면들이었어. 킨제이가 곳곳에서 말했었던 자연계의 다양성이라던가, 킨제이의 보고서 덕분에 사랑을 찾을 수 있게 된 레즈비언 할머니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너무 좋았었어.


Anima :  백작은 학교 얘기가 가장 좋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좋았어?


천년백작 : 학교에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반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던 공통점? 그런 게 있어서 좋았어. 확실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부모님한데도 말할 수 없었잖아.


말게찌난 : 그렇지, 학교 얘기는 청소년이자 학생인 우리에게 그간에 느꼈었던 서러움? 공포? 그런 것들을 모두 토해낼 수 있는 주제여서 좋았어.



02. 하고 싶었던 이야기, 듣고 싶었던 이야기 


Anima : 세미나를 들으면서 좀 더 청소년에게 배려되었으면 하는 점은 뭐가 있어? 시간대라든가, 주제라든가, 장소라든가. 생각났던 것들 아무거나.


천년백작 : 주제는 나쁘지 않았어. 장소도 괜찮았고. 하지만 난 집이 머니까, 좀 더 일찍 만나서 오래 하고 싶었어. 늦게까지는 할 수 없으니까 아쉽더라고.


말게찌난 : 2차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간이 부족했었어. 우리가 오래 남아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시간에 압박을 느껴서 중간 중간 빨리 지나가는듯한 진행이 안타까웠어. 시간을 더 늘릴 수 없다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더라고.


Anima : 그럼 좀 더 일찍 시작해서 오래 했으면 좋겠다는 말?


말게찌난 : 그럴 수도 있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가벼운 분위기속에서 시간 안에 세미나를 마치는 게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해. 나는 세미나 내내 `놀면서 공부하는 느낌`이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부분은 계속 하고 싶었거든.


Anima : 그건 다행이다. 기획하는 우리들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말게찌난 :  그 기획은 아주 잘 살린 거 같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뜻도 왠지 내가 `좀더 놀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돌려 말한 거 같아.


Anima : 그러면 앞으로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 같은 것 있어? 아니면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것들.


말게찌난 : 주제 같은 건 ‘무지개 학교 놀토반’에 참가하면서 충족될 거 같아. 다루고 싶은 주제라기보다도 이번에 나온 주제를 좀 더 여유 있고, 심도 있게 해보고 싶어. 그리고 신경 써줬으면 하는 건, 두 세 시간 안에 소규모 프로그램 세 개를 같이 했었잖아. 그래서인지 1, 2, 3, 차는 우리가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했는데 어쩌면 충분하지 못 했던 것도 같아. 큰 주제 하나를 잡고 주제마다 그와 관련된 하나의 소주제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해.


Anima :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1주부터 4주까지 차례대로 진행하고 싶다는 거야?


말게찌난 : 설명하자면 1차 때 우리가 커밍아웃과 관련해서 소주제로 ‘커밍아웃을 하기 해 필요한 것’ 등으로 세 시간 안에 풀어내려고 했잖아? 그런데 4주 내내 주제가 커밍아웃이고

           첫 주에는 ‘커밍아웃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소주제로만 진행을 하자는 거지. 물론 4주 내내 비슷한 이야기만 해서 소주제로 정해서 살짝 지루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적 여유는 충분할 것 같아.


천년백작 : 난 별 다른 건 없지만,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몇 개를 건너뛰는 게 있어서 아쉬웠어. 하여튼 시간을 조금 더 늘렸으면 좋겠어.


Anima : 그럼 앞으로 청소년 관련 행사를 잘 진행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홍보든 내용이든.


말게찌난 : 홍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하지만 무지개 학교 놀토반이 매 달마다 이루어지니까 주제 선정하느라 너무 머리 아플 거 같더라고. 나라 누나에게도 말했었지만, 놀토반 하는 시간 안에 투표함을 하나 만들어서 자기가 다루어주었으면 하는 주제를 적어서 넣어달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청소년 이반들의 욕구도 충족해 줄 수 있고, 또 동인련에서 머리 아프게 아이디어 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천년백작 : 홍보는 블로그를 통해서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Anima : 처음에 나오기 겁나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데리고 올수 있을까?


말게찌난 : 누군가를 끌고 오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 내가 며칠 전에 라틴에 데리고 온 회원이 있는데, 이번 무지개 학교 놀토반이랑 라틴 정모에 참가하고 싶은데 좀 무섭다고 같이 가달라고 하더라고. 이런 자리가 처음인 사람한테는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 물론 처음 참가자들에게 사람을 붙여주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 처음 오는 사람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

천년백작 : 나도 친분이 없었으면 아마도 라틴을 모르고 있었을걸. 그리고, 글로 봐서는 모잘 모르니깐 홍보용 사진 같은 걸 올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물론 아웃팅 같은 건 당하지 않도록.




03. 나아가는 미래를 기약하며


Anima : 그럼 마지막으로 청소년으로서 동인련에게 바라는 점, 그리고 성인이 된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게찌난 : 청소년으로서 동인련(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에게도)에는, 일단 지금과 같은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줬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라틴도 그런 바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겠지만, 지금과 같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아픔도 보듬어 줄 수 있고, 또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해주었으면 좋겠어.


천년백작 : 응. 지금 동인련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바람이 불고 있던데. 동인련이 청소년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거 너무 좋아.


말게찌난 : 나도. 성인분들이야 뭐, 지금처럼 우리 귀여워해주면 좋지. (웃음)


천년백작 : 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청소년에게 맞춰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기도 해. 그냥 공통점으로 하는 것도 좋다고 보지만…. 하긴 공토점이라고 해봤자 별로 없나?


말게찌난 : 성인들도 다 청소년 과정을 거치는 거니까 나는 그 둘의 경계가 서로 떨어져있지 않고 잘 소통이 되었으면 좋겠어.






인터뷰 및 글 작성 _ Anima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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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찌난
    2009.02.27 20:29 [Edit/Del] [Reply]
    음...후기작성해주느라 힘들었을텐데 너무 고마워요 형.^^;;
    정말 그 세미나 시간들 소중했고, 따뜻한 시간들이였어요.
  2. 나라
    2009.03.19 18:22 [Edit/Del] [Reply]
    다시 읽어도 기분 좋은 대화예요. 정말 소중한 인연들이구요. 반짝 반짝 빛나구요. 그 마음을 서로 잊지 말고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모든 성소수자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봅시다!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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