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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청소년 이반들의 상상력, 세상을 향해 날다. 2.

by 행성인 2009. 2. 27.

 청소년 이반, 인권활동을 위한 첫걸음 세미나 3,4회 -



2009년 1월31일 세 번째 시간. 학교와 청소년 인권

이 전 프로그램을 통해 인권이 어렵지 않고 우리들의 생활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본 시간이었다면 세 번째 프로그램은 그것을 좀 더 심화시켜 청소년들에게 가장 가깝게 여겨지는 학교라는 공간 안팎에서 겪을 수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청소년 이반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친구나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호모포비아 어록들을 정리하였으며 마지막으로는 내가 바꾸고 싶은 학교의 모습을 함께 토론하였다.  


프로그램1. 학교~ 이것만은 바뀌어야 하는 거 아냐

 최악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참가자들에게 전지를 나눠주고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서로 다니는 학교는 달라도 교문, 운동장, 양호실, 과학실, 복도, 교실 등 대개 있어야 할 공간은 다 있기 때문에 하나의 학교를 완성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좀 더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교실 안 칠판과 교탁, 책상, 선도부, 교문을 지키는 마녀 교장선생님까지 사실적으로 그려 넣었다. 전지에 학교의 모습을 다 그린 후 4개의 조로 나누고 전지 역시 4등분하였다. 각 조마다 그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침해 경험들을 토론을 통해 정리해 넣었고 발표하면서 인권침해 사실들을 보완해 나갔다.


최악의 학교


장소

인권침해

교문 앞

두발, 복장제한, 체벌 / 추운 날에도 교문 앞에서는 왜 외투 옷을 벗어야 할까.

밖으로 못나가게 철조망을 쳐놓고 / 외출증 없으면 못나간다.

매점 안

질 나쁜 음식 / 왜 잔돈을 안 주는 거야.

힘센 선배들의 후배사랑(?)

교실 안

장애인 학생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구조 / 학급 내 따돌림, 체벌, 단체기합

우리도 에이컨, 온풍기 틀어줘 / 0교시,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운동장

쓸데없는 야외조회 / 훈훈한 허벅지 ㅋㅋ

1분 지각했다고 운동장 8바퀴 돌기

화장실

왜 선생님들 화장실에만 휴지를 걸어놓는 거에요?

선생님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에는 못 들어가요

급식실, 식당

급식실까지 쫓아오는 학생부 선생님

급식실 앞에서 선도부가 학생들 잡았던 일

 - 밥 못 먹어요. 치사해

자습실

상위권 학생들만 이곳을 이용, 사용가능 / 자습이 아니라 강제학습

양호실

성추행 / 진짜 아플 때 제대로 된 조치를 안 해 준다.

별도 학생들 아픈데 무관심하다. / 여학생이 아프면 남학생은 들어가지도 못한다.

(침대패드가 하나 밖에 없어)

강당

잡일 담당 학생들한테 미루기

 최악의 학교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참가자들이 현재 다니는 학교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현재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학생이기 때문에 항의하지 못하고 참아야했다. 경쟁과 규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에서는 늘 공부만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학교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도 하게 되면 벌을 받게 된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선생님들의 뒤치다꺼리 역시 학생들의 몫이다. 중고등학생이라면 흔히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어떤 학교는 성정체성과 연관된 문제까지 학교규율에 포함되기도 한다. 동성친구와 손만 잡고 있어도 벌점이 부여되는 학교도 있다. 이런 학교의 모습 속에서 청소년 이반들은 더욱 더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 2. 내가 친구, 선생님에게 들었던 최악의 호모포비아 발언과 행동

먼저 종이 한 장 씩 나눠주고 자신이 학교에서 경험한 최악의 호모포비아 경험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하나씩 펼쳐보며 어떤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최악의 호모포비아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발언이나 행동에 투표를 하고 최악으로 선정된 참가자를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물론 당시 느꼈던 두려움과 불쾌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쉽게 상처받고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거나, 친구관계조차 망가지는 경우가 있었다. 

     

 

1. (친구가 나에게) 여자같다고 놀리면서 (2표)

 “너같은 새끼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발전을 못하는거야?”

 

2.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에게) (4표)

 “ 야 이 호모새끼야. 널 지금까지 친구로 둔 내가 병신이다.”라는 말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3. (친한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 너 걔랑 잤어? 어디까지? 너넨 없는데 뭘 넣어? 하나달아라? ”라고 말하며 대놓고 까댔다.

 

4. (친구와 학교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데) 친구가 어떤 한 명을 가리키며 (5표)

  “ 쟤 호모래, 가까이 가지마”라고 말하며 진심어린(?) 충고를 해줬다.

 

5. (학교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설명하며 “자연에 섭리에 어긋나는 일”“징그럽다”라고 표현하였다.

 

6. (학교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오스카와일드를 설명하며

  “오스카 와일드는 ‘지독한’ 동성애자였어요. 동성애자들을 차별해선 안 되겠지만 그래도 왠지 이웃에 있다고 한다면 썩 유쾌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7. 그 외

  -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에 대한 설명이 없다.

  - 나보고 호모라고 뒷담화까던 같은 반 놈을 나중에 이반 까페에서 발견했다.

 




프로그램3. 내가 만약 교장(학생회장) 이라면 우리 학교 이것만은 바꾸겠다!

 프로그램1,2를 통해 학교에서 인권침해와 호모포비아적인 상황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 이반들의 현실 알아보았다면 마지막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만약 내가 교장(교장이 아니더라도 학교운영의 최고위치)이 된다면 바꿔보고 싶은 학교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했다. 가장 바꾸고 싶은 학교규칙과 제도를 적고, 실제 학교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지 함께 토론하였다.

1.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자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동아리

2. 청소년 상담 -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편견없는 상담 선생님 필요하다.

3. 올바른 성교육 실시

4. 아우팅, 커밍아웃 관련 교육 실시

5. 성소수자 청소년을 둔 부모모임이 필요. 지원해야 한다.

6. 성소수자 차별 금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7. 이반 역사 교과서 만들기

8. 콘돔을 판매해야 한다.

9. 트랜스젠더, 성전환자 청소년 자유롭게 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 교복을 자율화

11. 이성교제를 금지한다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

12. 학교에서 일일찻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3. 학생회에 성소수자 청소년이 포함되어야 한다.

14. 정기적인 강연, 퀴어영화 상영이 있어야 한다.

15. 윤리교과서를 청소년 스스로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2009년 2월 7일,  네 번째 시간. 성과 인간관계

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성행위 경험을 해 본 친구들은 때로 자신이 대단한 모험가가 된 것처럼 으쓱거리며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청소년들의 性 문제를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라고 할지라도 청소년 이반들의 궁금증, 호기심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그 사이에서 오는 갈등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평소 궁금해 왔던 性에 대한 온갖 질문들을 그냥 쌓아두어야만 한다. 야동을 보며 性을 알아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는 인간관계 범주 안에서 性을 알아가기 보다 늘 환상 속에서만 머물게 한다.  또래 커뮤니티에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파트너를 만나기도 힘들고, 때로 원조교제의 형태로 비켜나가기도 한다. 사실 이 모든 책임은 청소년들의 性을 철저히 통제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에 있다. 누구도 청소년 이반들의 궁금해 하는 性이슈에 대해 쉽게 말하지 못한다.

마지막 시간은 참여자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性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쏟아내고 참가자들과 함께 풀어보고자 했다. 서로의 성에 대해 무시하거나 웃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 안에서 진행하였다. 그래야 질문도 검열하지 않고 토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보조 프로그램으로 <킨제이 보고서> 영화를 함께 보며 性에 대해 보다 열린 생각을 키우고자 했다. 


프로그램 1. 성(性)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보자




섹스, 에이즈, 맛, 모텔, 식, 원나잇, 순결, 테크닉, 바이브레이터, 원조교제, 애널, 침대, 자위, 마스터베이션, G-spot, 클리토리스, 평마박떼, 선녀하강, 보갈, 정액, 사정, 월경, 애무, SM, 롤플레이, 오지콤, 근친상간, 질액, 오랄, 콘돔, 크기, 키스, 매춘, 굵기, 흥분, 오르가슴, 트리바디즘, 바텀/탑, 부치/팸, 성기, 페니스, 보지, 자지, 연애관계, 딜도, 티팬티, 야동, 젤, 로리타, 프리컴, 혀, 쓰리썸, 떼박 등등


프로그램 2. 평소 잘 못했던 질문. 마구 마구 던져보기

1.. 섹스하기 전에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나요? 키스가 좋을까요?

2. 섹스를 잘 하는 방법이 있나요?

3. 손가락 콘돔 판매처가 있나요?

4. 트리바디즘 체위가 뭐에요?

5. 레즈비언들 끼리 섹스를 할 때면 어떤 체위가 있을까요?

6. 오르가슴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7. 첫 경험 후 혐오감을 느끼는 친구에게 뭐라 해줘야 할까요?

8. 질투는 본성일까요?

9. 종교적으로 혼전순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10. 야동을 보면 귀에 혀도 넣던데 그러면 흥분이 되나요?

11. 애인과는 섹스하기 싫은데 차라리 모르는 사람과 원나잇으로 깔끔하게 하고 싶어요

   이런 생각 잘 못 되었나요?

12. 연애나 결혼관계에서 섹스리스가 가능한가요?

13. 오랄, 건강 상 해롭지는 않나요?

14. 결혼하고 싶은데, 성해방이 오더라도 이런 복잡한 제도와 규범을 거쳐야 할까요?

15. 비난받을 만한 성관계도 있을까요?

16. 침대 위로 올라가봐야 성향을 알 수 있을까요?

17. 원조교제는 정의는 뭔가요? 청소년이 성인이랑 교제하는 것을 말하나요?

네 번에 걸쳐 진행된 “청소년 이반, 인권활동을 위한 첫걸음” 세미나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청소년 이반들의 의미있는 만남을 축하하고자 케이크도 준비되었다.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청소년 이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세미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성인위주로 진행된 세미나와 달리 어려운 용어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 내고자 했고 청소년 이반들이 현재 고민하고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서 출발하다보니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했다. 세미나는 동인련 비청소년 활동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청소년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늘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 같았지만,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청소년들의 인권현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앞으로 동인련에서 시작해야 할 청소년 활동을 새롭게 기획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얻었다. 청소년들 역시 세미나를 통해 인권이 어렵지 않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권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세미나는 마무리되었지만 동인련은 “무지개학교 놀토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또 다른 청소년 이반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2월 첫 프로그램에는 사무실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청소년 이반들이 참여했고 참여한 친구들은 또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2월 회원프로그램에도 찾아왔다. 아직 미숙한 수준이지만, 청소년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마다 늘 새로운 청소년을 기다리게 된다. 이 에너지와 열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져나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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