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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청소년 이반들의 상상력, 세상을 향해 날다. 1.

by 행성인 2009. 2. 27.

청소년 이반, 인권활동을 위한 첫걸음 세미나 1,2 회






청소년 시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찾아온다. 성소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시기를 보내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게 성소수자들은 대개 동성친구나 선생님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조차 설명하지 못하고 꽁꽁 숨기면서 그 시기를 보낸다. 물론 청소년기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일반화시킬 수 없겠지만 적어도 요즘 인터넷으로 자신들만의 블로그를 만들고 이웃들을 늘려가는 청소년 세대들에게 있어서 동성애에 관한 정보를 찾는 건 누워서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울지 모르겠다. 2009년을 살아가는 청소년 이반들의 경우는 과거와 달리 최소한 자신과 같은 고민하는 또래 커뮤니티를 쉽게 찾고 그 공간에 어울리며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나쁘지 않고 이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7년부터 청소년 이반으로서 인권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청소년 이반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보다 선생님이나 청소년 상담가처럼 학교나 상담을 통해 청소년 이반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에 초점을 두었다. 청소년 회원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2009년은 시작부터 조금 달랐다. 청소년 회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온라인 안에서 이미 커뮤니티를 만들어 놓고 대규모로 활동하는 청소년 이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청소년들과의 접촉횟수를 높여야겠다는 내부의 판단도 있었다. 처음에는 책을 보고 두런두런 앉아 세미나를 할 생각이었지만, 청소년 회원들은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소년 이반들이 현재 고민하고 있고 궁금해 하는 이슈를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을 했고 결국 인권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여 참여를 최대한 유도하고자 했다. 그리고 동인련이 청소년들로부터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지점에 대해 토론하였다.

세미나는 2009년 1월 17일부터 2월7일까지 약 한달 간 4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마쳤고, 청소년 이반들의 열띤 참여로 나를 포함한 비청소년 기획자들은 프로그램을 마친 후 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에 눌려 늘 기진맥진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세미나를 통해 새롭게 만난 청소년 이반들은 총 12명이고 이 중 7명이 동인련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이들 중 일부는 청소년 자긍심팀과 매월 진행하는 무지개학교 놀토반 기획에 현재 참여하고 있다. 


2009년 1월17일 첫 번째 시간. 커밍아웃과 우리의 삶, 그리고 세상



 

 

 

 

커밍아웃하면 떠오르는 열쇠말,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해 보기

 

 부정적인 면 : 벽장, 죄, 두려움, 아우팅,  고립, 단절, 외톨이,

 긍정적인 면 : 하비밀크, 용기, 관계, 긍정, 자유, 자신감, 행복, 동경, 삶

 

먼저 커밍아웃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부정적인 이미지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누었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함께 토론하였다. 이후 각자의 커밍아웃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으로 놀라웠던 것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그 이후 안 좋은 경험을 한 청소년들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는 부모님도 계셨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한때일 것이라고 외면하거나 수수방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커밍아웃을 하게 될 때 뒤따르는 위험도 있지만, 자신감, 용기처럼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커밍아웃을 개인의 영역, 책임으로만 한정지어서는 안 되고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커밍아웃처럼 사회적 차원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2009년 1월24일 두 번째 시간. 알쏭달쏭, 인권활동에서 만나는 용어 알아보기


처음 기획했을 때는 청소년 이반들이 인권활동을 접할 때 만나는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설명하고자 하였지만 용어 뜻풀이보다 인권이 어렵지 않고 생활 속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총 4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처음에 진행된 프로그램은 “용기 내 외쳐 봐”로 최근 가장 억눌렸던 순간, 상처받은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 때 꼭 하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종이에 적고 이후 한 장씩 뽑아서 어떤 상황인지, 어떤 관계인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1. 용기 내! 외쳐봐!


하고 싶었던 말

어디서 일어났나?

왜 말하지 못했나?

“나 남자친구 있어”

작은 누나의 공방

가족이 나에게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빠는 새벽 4시에 들어오면서 엄마가 열두시에 들어오면 왜 안될까”

형이 그렇게 말했다가 아빠한테 욕 들었기 때문에

“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왜 벌을 받아야 하나요?”

학교

체벌이 무서워서

“나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

학교

친구들의 강인함에 억눌리거나 따 당할까봐

“저 사귀는 사람 있어요”

친척집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을지 그들이 놀라지 않을지 걱정되서

“응. 나 현빈”

선배 자취방

이상형을 물어봤는데 아직 커밍아웃하지 않은 선배라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 연애와 연관된 문제뿐 아니라 학교와 집 등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하지 못한 이유들 또한 왕따를 당하거나, 체벌이 무섭고, 가족관계 안에서의 위계질서 등 다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 내라고 격려해주는 것을 넘어 청소년이기 때문에 당당히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이 왜 발생했고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 서로의 의견을 함께 토론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2. 인권 쇼핑하기

두 번째로 진행된 인권 쇼핑하기는 “우리는 이미 인권에 대해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그것을 기억해내는 일일 뿐이다”라고 한 루마니아의 인권교육가의 말처럼, 인권이 배우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4개의 조로 나누어 4절지 크기의 색지와 미리 준비한 쇼핑 카달로그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각자 인식하고 있던 인권의 의미를 카달로그에 포함되어 있는 쇼핑물품의 특징과 연결지어 토론하였고 마지막으로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발표하였다. 

 

“인권은 00다! 왜냐하면~~~”

인권은? 

왜냐하면? 

TV이다.

1. 쉽게 접하는 TV처럼 인권도 우리와 항상 접해있다. 또 좀 더 연구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TV안의 부조리, 잘못된 점을 잡아낼 수 없듯이 인권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2. 채널이 다양한 만큼 인권도 다양하다

3. 점점 진화한다.

영양소다.

1.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꼭 필요하다.

2. 결핍되면 해롭다.

3. 챙겨줘야 해요!

국내산 삼겹살이다.

1. 살아가는데 힘을 주니까.

2. “포만감” = “행복”

3. 함께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친목을 도모하듯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까.

속옷이다.

1. 필수! 인권처럼 속옷도 필수

2. 인권도 속옷도 깨끗하게

3. 잘 안보이지만 감싸줘야 하고, 잘 입어야 섹시하다. 그리고 다 다르다.


 

프로그램 3. 당신은 누구십니까.

 “ 이 세상 어느 시대에도 똑같은 생김새를 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또 똑같이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경험도 서로 다르고, 또 가지고 있는 재능도 모두 다르니까요. 어떤 사람이 가진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혹은 외모가 멋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소중하다고 얘기할 수 없어요. 왜냐면 사람은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생각, 말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프로그램은 “당신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지를 나눠주고 둘씩 짝을 지어 동일한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시작한다. 15개 정도의 질문에 상대의 답변을 적고, 이후 작성된 내용을 바탕으로 짝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권리항목 스티커를 나눠주고 어떤 질문과 연결되지는 확인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 라고해요!

권리 

1. 언제, 어디서 태어났어

신분을 가질 수 있는 권리

2. 너를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있어?

보살핌을 받을 권리

3. 종교가 있니? 있다면 네가 선택한 거야?

자유롭게 종교를 가질 수 있는 권리

4. 하루에 쉬는 시간이 얼마나 돼? 주로 뭘 하며 놀아?

쉬고 놀 수 있는 권리

5. 아파서 병원 가본 적 있어?

건강을 누릴 권리

6. 지금 가장 배우고 싶은 건 뭐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7. 좋아하는 음악이 뭐야?

문화 예술을 즐길 권리

8.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니?

나만의 비밀을 가질 권리

9. 친구들이 만든 모임에 참여해 본 적 있니?

모임을 만들 권리

10. 학교가는 길이 위험하지 않니?

안전할 권리

11.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무서워서 못했던 말 있니?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

12. 너만의 비밀을 담은 일기를 쓰고 있니?

사생활의 권리

13. 여자라서, 남자라서 싫었던 적 있니?

차별받지 않을 권리

14. 아르바이트 해 본 적 있니?

일을 하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15. 맞아서 속상했던 적 있니?

소중하게 대해야 할 권리


프로그램 4. 살고 싶은 세상.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끔찍하고 반인권적인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함께 그려보는 것이었다. 이 전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인권이라는 것이 나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왜 그렇지 못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정말 만들고 싶은 세상을 직접 적어보았다. 약 10분 만에 커다란 종이를 꽉 채울 만큼 평소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적어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개성, 표현방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 개인의 권리가 사회적 안정성 때문에 침해받지 않은 세상, 평화로운 세상, 청소년도 슬, 담배, 섹스의 자유를 달라, 성소수자들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아프고 돈 없어도 치료받아야 한다. 조인성 입대반대!, 인간이 상품이나 노동력으로 환원되지 않은 세상, 게이다가 없어도 되는 세상, 10시 이후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집이기만 한 건 안 돼!, 사랑이 아픔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 차별이라는 단어가 없는 세상, 배움이 경쟁으로 평가되지 않는 세상, 전쟁없는 세상, 군대는 이제 그만, 편안하게 집에서 쉴 수 있었으면, 노동이 가치로운 사회, 동성애 이성애 뭐든지 상관없이 자기를 표현하고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2MB가 우선 없는 세상, 애인을 집에 데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는 세상. 쉽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 나이가 벽이 되지 않는 세상

 정말 청소년 이반들이 생각하는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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