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 달콤 쌉싸래한 인생살이

Posted at 2009. 4. 28. 16:09// Posted in 무지개문화읽기
- 방현희, 『바빌론 특급우편』,「연애의 재발견」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외쳤던 영화를 기억하는가. 봄날이 가듯, 연애의 봄도 사랑의 봄도 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던 이 대사는 사랑의 진리 같은 대사라고 생각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을 외치는 로맨스 드라마들보다 사랑을 콕 집어 말해주던 그 대사는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꼭 공감할 말일 것이다. 방현희의 소설「연애의 재발견」은 이런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연애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애라는 게 그렇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연애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며, 두 사람이 설령 사랑하여 연애가 시작됐다 해도 한 사람이 마음이 식어버리면 그냥 그 상태에서 끝나거나 지지부진하게 이어가다 안 좋은 결말을 맺게 된다. 연애는 결혼 같은 법적 장치가 아니므로 사실상 끝나면 끝났지 정 때문에 이어지진 않는다.

  정진은 패션디자이너이고, 그는 주성이라는 한 아름다운 청년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주성의 사랑이 식어버리면서 끝난다. 사실 이 소설에서는 정진의 입장에서만 소설이 써지고 있기 때문에 주성이 그를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정진은 그와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주성의 일방적인 관계정리에 의해 끝맺음을 맺고 있다.

  주성에게 한눈에 반한 그는 주성을 주유소에서 일하던 청년에서 패션디자이너인 자신의 옷을 입고 자신의 숍에서 일하게 하면서, 인생변환의 지점을 마련해준다. 주성은 특유의 미소와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여러 패션디자이너들의 스카웃 제의도 받게 된다. 어쨌든 주성은 그를 배신했으며, 정진은 그 배신과 사랑의 끝맺음을 중얼거린다. 그게 이 소설의 전부다.



  다만 아직은 주성을 떠나보낼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의 감정이 다하지 않았으므로, 끓어올랐던 애정이 스스로 사그라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주성이 연애를 끝장내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 그저 주성의 시간이 다한 것일까._ p.166



  일방적인 통보에 의한 연애의 끝맺음은 이렇게 한 사람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게 해서 혼란을 가동시킨다. 나는 아직 아닌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벌써 끝났다는 생각이 들면, 상처가 남고, 그 상처는 아물 때까지 아픈 진통을 요구한다.

  결국 이 소설은 연애라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달콤한 시작도 있고, 싸움도 있고, 그 와중에 상처도 나고, 진물도 나고, 냄새도 나는 거라고. 그러면서도 연애는 계속 되며, 사랑은 언젠가 또 시작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은 또 다시 이런 굴레를 반복한다는 것을.



 동성애와 이성애나 사랑은 같은 것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와도 연애를 한 적이 있으며, 주성과의 연애에 동성애라는 큰 사회적 시선을 씌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자신은 여자를 사랑하듯 주성을 사랑하는 것이며, 그것은 그저 그 자체일 뿐 어떤 사회적 어려움이나 구속감도 느끼지 않는다.

  기존의 동성애를 다룬 소설들은 대부분 그런 의식들이 주인공을 힘들게 하거나 혹은 그런 주위의 의식들로 인해서 주인공들의 사랑이 방해를 받거나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시선을 벗기고 동성애나 이성애나 사랑하는 과정이 같으며, 그저 동성애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섹스가 무조건 중심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소설의 내용은 신선할 건 없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그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같다. 사랑이라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소진시키는 일이므로, 또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므로, 자신의 치졸함, 소심함 등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점들도 보여주게 되고, 자신이 평소 남들에게 베풀지 못할 넉넉한 사랑도 보여주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자기 자신이고, 연애가 인생의 곡선과 같이 흐른다.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관계없이 그건 동일하고,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사랑이라고 차별받을 이유는 없다. 사랑과 연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며 그것은 사회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의 연애가 이성애자들의 연애와 다르지 않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서 우리의 연애에 대한 특별한 시선을 걷어낸다. 그게 이 소설이 동성애를 말하는 방식이며, 사회에 요구하는 방식이다.






 바빌론 특급우편, 열림원, 2006


_ 소설가 방현희의 첫 단편집으로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금기를 넘는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동성애자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연애의 재발견>,<붉은이마 여자>,<13층, 수요일 오후 3시>,<녹색 원숭이>가 수록되어 있으며, 이 밖에 6편의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_ 감각적인 언어사용과 이야기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으며,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잘 다루고 있다.









욱 _ 동성애자인권연대






  1. 2009.04.29 02:10 [Edit/Del] [Reply]
    그는 안다. 아름다움에 걸려 넘어지는 것은 순간이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구나 오늘은 가는 길이 위험 신호로 가득 차 있는데 또 다른 생각을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p.152

    나는 어이없게도 글의 전체 맥락상 전~혀 중요하지도 않은 저런 문장에 줄을 쳐 버렸어. 덕분에 오래전에 읽었던 글 다시 살펴보게 되어 참 반가워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들이 정말 동성애를 아무렇지도 않게(당연하다는 듯이)받아들이고 있어 오히려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레즈비언의 사랑 이야기도 많아 흥미로웠구요.


    그나저나 욱씨 말대로 연애란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에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재앙의 씨앗이기도 하지만. 우린 좀 이제 할때가 된것 같지 않아?^^

    어디를 가야 주성처럼 매낀하면서도 정진처럼 속 깊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거냐고!!
    • 2009.04.29 09:32 [Edit/Del]
      연애할때는 한참 지났지...

      주성처럼 매낀하고 정진처럼 속이 깊은 완벽한 사람하고 연애할려고 하면 연애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이 전체적으로 훌렁훌렁 가벼워서 쉽게 읽기에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마음편히 쉽게 읽어보시길 바래요^^
    • 해와
      2009.05.01 11:42 [Edit/Del]
      니가 연애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던 거야.ㅋㅋㅋㅋ
  2. 2009.05.01 11:50 [Edit/Del] [Reply]
    해와!!!!
    가만두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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