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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노동

[나, 성소수자 노동자 ⑧] 연속 기고를 마무리하며

by 행성인 2022. 2. 14.
어디에나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일터에도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성소수자 동료가 있는지 묻는다면 대부분 없다고 답할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혐오와 차별을 피해 일터에선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은 막연한 상상 속에 가려진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을 생생한 언어로 기록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기고는 현재를 살아가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삶을 드러내기 위해 기획됐고, <노동과세계>에 게재됩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현장을 바꾸고서야 비로서 나의 삶이 바뀌었듯, 모두를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동자가 함께 나서야 일터도, 우리의 삶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를 통해 일터에서 성소수자 노동자 곁에 함께하는 동료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슈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다양한 일터에 성소수자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터에서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차별과 혐오를 피해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전혀 드러내지 않거나 겨우 몇 명의 동료에게만 말합니다. 험난한 일터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모든게 해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성별과 주민등록증에 적힌 성별이 다르다고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미끄러졌고,  ‘애인 있어요?’, ‘주말에 뭐했어요?’, ‘결혼은 왜 안해요?’ 라는 사소한 질문에 얼버무리다 차라리 업무 이외의 모임은 참여하지 않고, 내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업무를 잘해야 된다는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2021 제 1회 청년노동자대회

 

우리에겐 동료가 필요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보면 마음이 확 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투쟁하는 노동자가 그랬습니다. 수많은 투쟁 사업장이나 집회에서 얼굴을 마주치면 낯설어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실제로 운동에 뜻이 있는 수많은 성소수자가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립니다. 일터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마지막 남은 용기를 모아 노동조합을 찾아갑니다. 2018년 민주노총과 우리는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평등한 일터라는 주제로 자료집을 함께 제작했습니다. 2020년 이태원에서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하고 여러 집단의 편협함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공기처럼 퍼져있던 시기에 민주노총 법률원은 혐오에 함께 맞서자며 우리의 손을 잡았습니다.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은 든든한 동료입니다. 현장에서 더 많은 동료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 세계에 연속 기고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19 전국노동자대회 성소수자 참가단 현수막

 

기사를 작성하며 여러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장 오늘도 일터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마주한 성소수자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이번 성소수자 노동자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겪었던 가슴 아픈 상황을 용기있게 들려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소수자 노동자를 차별과 혐오에 지쳐있거나 쓰러진 존재로만 그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긁어 부스럼이 될까봐 당장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하지는 못 했을지라도, 불안정 노동을 하고 있어서 당장 노동조합은 가입하지 못 했을지라도, 여러 위계 속에 당장 부당하다고 소리치지는 못 했을지라도, 험난한 일터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보통의 성소수자 노동자를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로 일터에서 나만 떠나면 모든게 해결될 것같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합원은 노동조합을 통해 현장을 바꾸기를 택했고, 성소수자 노동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변화를 만들기를 택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 현장을 바꾸고서야 비로서 나의 삶이 바뀌었듯, 모두를 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동자가 함께 나서야 일터도, 우리의 삶도 바꿀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일터를 위해 함께 변화를 만듭시다. 우리 함께 합시다.


 

* 이 글은 민주노총 기관지인 [노동과세계] 에도 공동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