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행성인 5월 정기회원모임 후기

by 행성인 2022. 5. 29.

 

앤디(행성인 성평등위원회)

 

 

안녕하세요! 행성인 성평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앤디입니다. 벌써 2022년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났는데요, 그동안 이뤄온 일은 많지 않은데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합니다.

 

 

이번에 성평등위원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던 중,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울증과 같은 내면의 문제에 취약한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을 어떻게 하면 서로 잘 돌봐주고 스스로도 돌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음 건강 돌보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우리가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우울한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변의 지인들이 우울증에 걸린다면 어떤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인데요. 무엇보다 우울증을 앓는 이들과 주변인들을 위해 인권 운동은 어떻게  펼쳐나가면 좋을지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회원모임에서는 과거 행성인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던 미묘님을 강사로 초빙해 전문적인 성소수자의 정신 건강 문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신과 상담처럼 개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상담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미묘님은 우울증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우리가 성소수자로서 겪고 있는 일상의 여러 스트레스들, 정신 건강을 해치는 삶의 문제들을 국내외 연구들을 바탕으로 전달해줬습니다. 강의를 통해 성소수자들이 당하는 차별과 그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떻게 대처하면 나아질 것인지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 받을 수 있었지요.

 

프로그램은 강의와 더불어 참여한 이들의 일상 경험들을 나누고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참여한 이들마다 경험한 사례를 나눠준 덕분에 성소수자들이 어떠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지 공감할 수 있었는데요, 저 또한 다른 장소에서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터놓고 속시원히 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강의를 통해 '소수자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는데요, 소수자라서 겪는 사회적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성소수자가 아니거나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 친화적인 사회였다면 겪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저도 꽤 많이 겪어왔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성소수자들의 행복 지수가 좀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강의는 성소수자 연합 단체 일가(ILGA) 아시아 컨퍼런스가 발간한 '전 세계 국가에 대해 성소수자의 법적인 보호 정도를 나타내는 세계 지도'를 보여주며 우리나라의 실태를 다른 국가와 비교했습니다. 지도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부터받는 보호의 정도를 크게 '헌법적 보호, 광범위한 보호, 고용 보호, 제한적 보호, 균등하지 않은 보호, 보호 없음'으로 나누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균등하지 않은 보호’에 해당했습니다. 그나마 국가 인권 위원회의 존재로 인해 '보호 없음' 을 면했다고 합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무지개지수는 8.08%로 심각한 인권침해와 차별을 행하는 나라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무지개지수'는 ILGA 유럽지부에서 매년 펴내는 ILGA-Europe rainbow map(index)의 틀을 사용하여 국가별 성적지향, 성적정체성 관련 법과 정책의 유무를 표로 정리하고 지수로 계산합니다. 2018년 1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대한민국이 제출한 4차 심의 후속보고서 중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부분에 대해 최하등급인 E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강의는 소수자 스트레스를 외적/내적 스트레스로 구분했습니다. 외적 소수자 스트레스는 혐오 표현과 혐오 발언, 차별과 괴롭힘, 증오 범죄/ 혐오 범죄, 마이크로어그래션 / 먼지차별 / 미세차별 (Microaggression)등으로 세분화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마이크로어그래션 / 먼지차별 / 미세차별에 대한 설명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교묘한 형태의 차별은 종종 무의식적이거나 비의도적으로 행해지며, 사회적으로 주변화된/소외된 집단 및 해당 집단의 개인을 대상으로 적대적이거나 경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면 "그건 너무 게이 같잖아", "레즈비언이라기엔 너무 여성스러워.", "게이들은 운동을 못해", "성소수자는 가짜 소수자야"와 같은 말들이 이에 해당하겠죠. 

 

마이크로어그래션 / 먼지차별 /미세차별 (Microaggression) 등은 심리적인 딜레마를 야기합니다. 가령 행위자가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을 (실수라는 둥) 합리화하며 대상이 된 당사자의 관점을 일축하려 한다거나, 모든 사람들이 사회화과정을 통해 편견을 학습해서 주변화되고 소외된 집단에 대한 차별을 지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는 차별보다 더욱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소수자 스트레스는 으레 일어날법한 스트레스와 낙인을 예상하고 경계하게 만들며, 정체성을 은폐함으로써 내면화된 성소수자 혐오 및 낙인 문제를 야기합니다. 하나 하나 제가 경험한 것이기도 한데, 이와 같은 내적 소수자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하지요.

 

 

강의 중간중간마다 회원들은 각자 경험한 소수자 스트레스를 나누고 저마다 가장 대응하는 방식을 공유했습니다. 커다란 차별사건보다는 일상의 작은 상황마다 대응하는 것조차 사소해 보이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무지한 사람에게 과감히 커밍아웃을 해버린다거나, 온라인에서 퀴어 관련 뉴스를 볼 때 악플 대신 선플을 다는 대응을 하고, 자신이 기분 나빴거나 무례함을 느꼈던 사례를 또박또박 강하게 이야기한다고 저마다의 대응 방식을 공유했습니다.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해당 사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될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알아서 조심하게끔 하도록 만드는 대응들은 다양한 소수자 스트레스를 대처하고 예방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겠지요.

 

소수자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과 성소수자 공동체가 합심하여 좀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소수자 스트레스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저 또한 행성인에서 여러분과 함께 함께 성소수자 개인의 소수자 스트레스를 줄이는 고민을 이어가고, 사회가 성소수자들에게 더욱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과 활동 계획을 세워나가면 좋겠습니다. 언제라도 성소수자들이 차별이나 혐오로부터 정신적으로 고통 받을 때, 행성인은 상담을 비롯한 대처능력을 키울 여러 자원을 확보하고, 나아가 인권 침해 소송까지도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듭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매우 잘해왔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