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스포츠 경기 보는 걸 꽤 즐기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여자프로농구(WKBL)에 푹 빠져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부담스러울 때 스포츠는 머리식히기에 상당히 좋은 콘텐츠에요. 여자농구는 4년쯤 전부터 하이라이트로 짬짬이 보던 것이 본 경기를 찾아보게 되다가 응원하는 팀이 생기고 직관을 가는 단계로 진화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응원하는 팀은 부산을 연고지로 둔 BNK썸입니다. 2019년에 창단한 팀인데요. WKBL 최초로 여성감독이 부임한 팀이에요. 처음엔 그래서 관심이 갔죠. 지금 감독직을 맡고 있는 박정은 감독은 여자 농구 계에 전설을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BNK가 우승하면서 WKBL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첫 번째 여자 농구인이 되었죠. 그 영향인지 올해는 여성 감독이 두 명이 되었습니다. 인천을 연고지로 둔 신한애스버드도 선수출신의 최윤아 감독을 선임했어요. 올해 개막전은 두 여성 감독의 맞대결로 뜨거웠지요.
BNK썸에서는 이소희와 김소니아 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빠르고 시원시원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즌부터는 BNK를 응원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모든 팀에 관심이 가요. 몇 년 보다보니 선수들이 눈에 익고 팀의 스토리가 보이고 또 쌓이면서 WKBL 전반에 애정이 커진 것을 느껴요.
지난 시즌에는 부산 사직체육관에 직관을 딱 한 번 가봤었는데요. 이번 시즌에는 모든 구장에 직관을 한 번씩 가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6개 팀이 있으니 부산, 인천, 아산, 부천, 청주, 용인 이렇게 6개 지역을 방문하게 되겠지요. 과연 이룰 수 있을까요? 이런 소소한 목표가 일상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이번 겨울에 해보고 싶은 ‘어떤’ 일이 있나요?
오소리
보통 11월은 여유가 있는데, 올해 11월은 참 정신 없이 흘러갔네요. 그만큼 추억도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지난 11월 17일은 친구이자 동료였던 사랑하는 크리스의 10주기 기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추모관에 방문해서 크리스와의 추억을 떠올려봤어요. 10년도 더 된 기억들이기에 아스라이 흩어져있는 추억들. 기억이란 참, 영원할 것 같으면서도 유한하지요.
감사하게도 크리스의 계정은 아직까지도 추모 계정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다시 한 번 크리스의 SNS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옛날 글과 사진들을 보며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같은 찍은 사진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속상했어요.
추모관은 고인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보다는 남은 자들이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기억하기 위함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추모 계정으로 운영되는 SNS가 그 기능을 온라인상에서 이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최근 SNS에 게시글을 업로드 하는 빈도가 늘었어요. 나와 내 친구들의 소중한 추억들을 나중에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SNS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지 몰라서 오늘 출근길에 듣다가 마음 속에 때려 박힌 노래 가사로 끝을 내 봅니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떨어지는 낙엽에
그간 잊지 못한 사람들을 보낸다
맨발로 기억을 거닐다
붉게 물든 하늘에
그간 함께 못한 사람들을 올린다
시간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난 추억이란 댐을 놓아
미처 잡지 못한 기억이 있어
오늘도 수평선 너머를 보는 이유
시간과 낙엽 / AKMU(악뮤) 中
남웅
행성인을 비롯해서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소위 '운동판'도 사회라면 사회인지라 그저 '동료'의 관계로만 퉁쳐지진 않는다. 활동 연차가 늘다보니 이런 저런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또 정리된다. 관계에 이름붙인 적은 없지만, 많은 경우 친구인지 썸인지 걍 동료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같은 활동을 한동안 하면 그만큼의 뒤풀이를 비롯한 경조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게된다. 그거대로 소중한 관계들이지만, 친구라고 부르기엔 활동으로 엮이는 경우가 많아 같이 하는 활동이 없으면 친분을 유지하기 어렵고, 드물게 친해진 관계라고 해도 연락이 뜸해지면 그만큼 멀어지고, 서로 감정이 어긋나기도 하고, 불편해진 상대가 가까이서 활동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 넓지 않은 관계에서도 특별한 이유로 불편해지거나 별 이유없이 서먹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정리되지 못한 관계들이 있고, 이미 나도 모르게 정리되어버린 관계가 있고, 상대가 모르게 피하는 관계가 있고, 그렇게 정리가 된 건지 아닌지 모를 관계들도 있다.
공동체의 친밀함을 활동 의제로 이야기하지만, 그건 대개의 경우 관계 자체보다는 관계의 조건과 환경을 성찰하는 일에, 드물게는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가 외화될 때 부득이하게 개입하는 상황으로 국한된다. 뒤풀이를 열어 친교를 만드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행성인에서 직접 친구를 만들어주거나 하지는 않고, 그걸 원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이를 먹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요즘은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지금 가까이 지내는 동료든 친구든 소중히 생각하고, 편치 않아진 사람들은 그만큼 친밀하게 지낸 시간이 있어 다른 의미의 소중함이 있었던 거려니. 멀어지면 아쉬워도 섭섭해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탈 없기를 생각한다. 행복까지 바라주지 않아도 서로 무탈하길. 최소한 원망과 미련은 갖지 않기로 한다. 좋았던 때로 돌아가자고 힘들이고 싶지는 않고, 맘먹은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니까.
동료든 친구든 오랫동안 곁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만큼 마음의 근력을 쓰고 있는 거다. 나이들면서 예전처럼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예감을 한다. 일단 친해져야겠다는 마음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데, 그게 예전과 다른 거 같다. 하여 나와 타인에게 일말의 선함이 있음을 조금은 믿어보기로, 근거리에 가벼운 안부는 먼저 물어보기로, 물어봐주는 사람의 호의와 관심에 감사하기로 한다. 둘다 아니면 그거대로 흘러보내면 되고, 그러다 드물게 주파수가 맞으면 기쁜 일인 거다. 무슨 일이 있어서 쓰는 글은 아니니까 '난가?' 금지다.
이안
올해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와 행진을 꾸리는 기획단에 들어가서 활동을 했는데요, 지난 11월 22일 녹사평역 앞 광장에서 여덟 번째 TDoR을 무사히 마치고 왔습니다. 몇달 간 준비했던 큰 행사인데 처음 참여하다보니 새롭게 만나는 분들과 조금은 낯설기도 하고, 참여자들 앞에서 진행을 하게 되니 많이 긴장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각자 역할을 맡고 함께 힘을 모아 하나의 큰 일을 해내는 건 언제나 힘든 만큼의 보람이 있는 듯해요. 이전에도 제가 무대공연 활동을 주로 해왔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와 같은 기운이 이렇게 집회를 꾸릴 때에도 느껴집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보니, 마음 속에 어떤 이름들이 떠오르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저에게도 있습니다. 그 친구도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하던 친구였으니까요. 아, 여기 이 자리에 꼭 있을 것만 같은데. 같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구호를 더 큰 목소리로 외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더 진심을 담아서요. 꼭 ‘누구 때문에’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요, 문득 그 친구가 떠오를 때면 드는 생각, 기분, 다짐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게 저를 힘들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더 진심으로 힘차게 행동할 원동력과 위안이 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자연스레 생기는 그러한 마음들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지만 상처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원하는 만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이번 TDoR도 그런 마음으로 합류하게 되었네요. 올해 테마는 [동네북: 두드릴 수록 크게 울리는] 이었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살아있고, 외치는 존재들. 추모라는 말이 삶 속에서 좌절이 아닌 위로가 되는 목소리들을 위한 자리이길 바랐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기고, 주변을 살피며 함께 살아가고 또 기억하는 하루하루 지내길 바랍니다.
호림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의 1년 살이는 주로 프라이드 먼스까지 야외 행사가 많은 상반기가 바쁘고 하반기는 여유가 있는 편인데요. 11월은 그 중 예외입니다. 매년 11월에는 무지개행동 활동가 대회가 있고,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가 있기 때문인데요. 올 해는 프라이드영화제와 부산, 광주 퀴어문화축제까지 겹쳐서 많은 활동가들이 유독 바쁜 한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프라이드영화제와 활동가대회, 부산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고, 부산에서는 홍예당 행사에 함께 하기도 했어요. 11월 9일에는 모두의결혼 활동가들과 혼인평등소송 원고들과 함께 자유민주마라톤에 참여했고요. 단풍이 물드는 동안 야외 일정이 많아서 짬짬이 늦가을을 즐길 수 있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쉼 없이 이어지는 주말 일정에 지치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애인과 두 마리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 편하게 쉬는 주말이 간절하기도 했어요.
돌아오는 주말엔 모처럼 가족들과 휴식의 시간을 가집니다. 부모님이 오랜만에 놀러오셔서,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생각해보니 곧 비상계엄 선포 1년을 앞두고 있고, 올해는 12월도 평소보다 바쁜, 야외 일정이 많은 달이 되겠네요. 이번주말에는 더더욱 열심히 쉬어보리라 다짐을 하게 되는 금요일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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