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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44. 피카소가 될래나 스티브잡스가 될까나

by 행성인 2025. 12. 23.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무럭무럭 쑥쑥 크렴 

 

아이가 유치원의 알림장에 가져온 숙제 중에 가끔 만들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부모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필요한 과제입니다(필리핀에서는 프로젝트라고 하는).

 

이번 과제는 씨앗을 화분에 심어서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공부하는 학습입니다. 씨앗을 심고 싹이 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지런히 화분과 양상추와 방울토마토 씨앗을 사 왔습니다. 

 

마당의 흙을 삽으로 떠서 아이와 함께 손으로 돌을 골라내고 부드럽게 걸러내어 화분에 담았어요. 그리고 씨앗을 넣고 손으로 쓰담쓰담해주었습니다. 저의 화분에는 양상추를 심었고 아이는 방울토마토를 심었습니다. 그런 다음 물을 잔잔하게 뿌리고 햇볕이 드는 마당 한편에 놓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어린 새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와~아이가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아이와 저는 씨씨씨 씨를 뿌리고물물물 물을 주었죠” 동요를 신나게 불렀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양파 하나를 물컵에 담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놀았던 물로 키우는 양파가 생각났어요. 아이에게 양파의 뿌리와 싹이 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가 과제를 발표하기 위해 사진도 찍고 발표 보드도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할 일이 태산 같지만 아이가 좋은 학습을 경험해 보고 저 또한 이 과정을 즐겨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사물과 (인간과 환경을 포함한) 세계를 유심히 바라보면 신기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지요. 최근 들어 아이가 물어보는 것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는 부모로서, 우리 아이가 관찰을 통해 의문을 갖고 생각하는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피카소가 될라나? 스티브 잡스가 될까나?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빈 종이에 연필로 엄마, 아빠, 인보 그리고 조안 이모를 가족으로 그립니다. 어떤 날은 새를 그리고 색연필로 색칠도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시절,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이었습니다. 우리 학급의 환경 미화는 늘 저의 몫이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서울시 사생대회에 아버지 손을 잡고 참가한 적도 있었지요. 상업고등학교를 진학한 저는 시각디자인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상품이나 포장 디자인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매년 새 학년을 올라가면 저는 늘 알파포스터 칼라 물감을 샀습니다. 새 물감은 굳지 않아서 색감도 아주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었지요. 만약 우리 집안 형편이 넉넉했다면 간호학이 아닌 미술을 전공으로 삼았을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초저녁에 아이가 빈 박스 종이를 오려서 무언가 열심히 그렸습니다뭐 하냐고 물어보니 핸드폰을 만든다는 겁니다. 이 녀석이 자신이 늘 가지고 노는 핸드폰과 아이패드를 만들었더라고요. 기계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앱을 그린 다음 색칠도 그려 넣었습니다. 

 

요 녀석핸드폰을 다 만들고 나서 저랑 전화놀이를 하자는 겁니다. 

 

여보세요누구세요?

인보입니다…(뭐라고 뭐라고쫑알쫑알 쫑알쫑알…)”

 

이렇게 전화 놀이를 한바탕 한 다음 아이는 핸드폰을 충전해야 한다고 연결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밤에 도둑이 가져간다며 자기 옷장 속에 꼭꼭 숨겨 놓았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날 때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놀이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2025 한 해를 돌아보며

 

 

행성인 동지 여러분,

어느덧 올 한 해 마지막 달을 맞이했네요. 일 년은 사계절, 열두 달이니 결코 짧지 않지요. 그래서 매년 다사다난하다고 하나 봅니다. 

 

올해 저희 집도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찰스 아빠가 편의점에 취직하여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계시나 결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찰스 아빠에게 신체활동이 많은 노동이야말로 좋은 보약이지요. 

 

하지만 덕분에 제가 육아를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이 유치원 등교 시간이 오후반이라 잠 많은 저에게는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전에는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학교에 보내는 일로 분주하기 그지없습니다.  

 

올해 4월엔 딸내미가 네 살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6월 새 학기에 새 유치원으로 전학을 했고 잘 적응했습니다. 올 한 해 우리 식구들 모두가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아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새해에도 5살 먹게 되는 우리 딸내미와 함께하는 레인보우 패밀리의 육아일기를 한 장씩 또 한 장씩  쓰고 그려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