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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활동가 연재] 상임활동가의 사정

by 행성인 2025. 12. 23.

지오

 

해마다 송년회가 끝나면 한 해가 모두 마무리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남은 십여일은 덤인 것 같달까요. 그래서인지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행성인 사무국은 24일부터 열흘 간 휴가에 들어갑니다. 집에서 늘어지게 영화 보고 책 읽고 뒹굴거리고 싶어요. 짝꿍이랑 밥을 지어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틈틈이 행성인 신년 계획들도 들여다보고요. 머릿 속에는 완벽한 휴가의 모습이 그려져요. 막상 닥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그래서 어쩌면 맘껏 상상해보는 이때가 제일 설레고 좋은 순간인지도 모르겠네요.  

 

행성인의 내년을 그려보는 마음도 비슷한 것 같아요. 송년회에서 회원분들께 내년을 기대하는 한 마디씩을 받았는데요. 돌진, 행동, 매끈매끈, 운수대통, 반짝, 연결, 시끌벅적 등등.. 기존 행성인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힘과 기대가 느껴지는 말들이었습니다. 막상 한 해가 시작되면 정신없이 흘러가기 마련이지만, 이 공간에 대한 바람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것 같아요. 때로는 놓치는 게 더 많을지라도 그런 지향들이 모여 이곳의 결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되거든요. 

 

언제나 희노애락이 가득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지는 곳이지만 내년의 행성인은 이 모든 왁자지껄한 만남과 투쟁, 행동이 가능하도록 무엇보다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을 또 함께 만들어가야겠죠.

 

그러니 여러분, 내년에도 행성인과 함께 해요. 

폭풍같이 흐른 2025년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소리

 

 

 

지난 주, 행성인 송년회가 있었죠! 이번 송년회에서 저는 새로운 도전을 해봤답니다. 😎 그동안 행성인 밴드 소모임 큐레센도에서 매니저로서만 역할을 해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 악기는 처음 다뤄봤는데 합주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공연까지 하게 됐네요. 😁 아직 서툴지만 내년에도 재밌게 계속 해보고자 합니다. 

 

송년회가 끝나고 나니 이제서야 올 한 해가 다 갔구나 느껴집니다. 😌 여러분은 올 한 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사실 저는 올 한 해 쉽지만은 않았던 거 같아요. 😓 힘든 날이 많았지만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게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느낍니다. 🥰 내년에도 소중한 인연 잘 이어나가고 또 새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

 

이제 2026년입니다! 다들 새해에는 원하는 소망 이룰 수 있기를,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이안

 

여러번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그리고 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이안이라는 사람은 디자이너이면서 무대공연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연극을 정말 사랑하는데, 그것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좋아하니 누군가의 살아온 시간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장애예술에서의 연극은 장애인으로서 살아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슴아프게, 때로는 유쾌하게 전달합니다. 내가 정말, 진심으로 오랫동안 사랑해온 동지들은 매해 장애인의 삶을 연극으로 전달해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할 거예요. (종종 공유할게요!) 

 

 

올해도 여러 공연을 보았지만 가장 최근에 보았던 ‘언더스탠딩 코미디 똥싸러 가는 길’을 보고 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요즘 스탠딩코 미디가 유행하는데, 어떤 장애인 동지들은 선 자세를 못 서 이야기를 오래하면 힘들기 때문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기도… 여튼, 중증장애인이 ‘똥 싸러 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다는 주제로 4명의 각자 다른 유형의 장애인이 똥을 싸거나 싸지 못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 치고는 너무 치열하고 진지하게 안타까워 하기엔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좀 아니고 많이 웃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떤 상황이 웃을만한 상황인지, 어떤 말에 웃어야(도) 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죠. 원래 농담은 그 사람 혹은 그 시대의 내면을 보여준다고 하지 않나. 하여튼 똥 얘기에 웃는 어른이 돼서 약간 해방감도 느껴지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들의 인간성을 시험당한 과거를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고도 다짐했답니다.  

 

(최)중증장애인들이 화장실을 못 간 이야기를 할 때마다 트랜스젠더들이 화장실 못 간 사정이 오버랩 돼요. 그러다 보면 ‘모두를 위한’ 공간은 어때야 하는 지 생각이 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때마다 이걸 나 혼자만의 고민으로 가져갈 건 아니고, 언제 한 번 트랜스팀에서 이렇게 연결됨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보는 많은 회원분들의 적극적인 물꼬트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한해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남웅

 

올해 크게 두개가 빠졌다. 하나는 계엄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전시도록에 실리기로 한 평론이 빠졌고, 다른 하나는 잘쓰던 금니에 염증이 커져 이빨을 뽑고 임플란트를 심었다.

 

이빨은 동네에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치과의사 선생님의 (국가대표 선수촌 담당주치의라고한다) 신묘한 치료법으로 무탈하게 완료했다. 엑스레이 촬영은 알겠는데 CT까지 찍어 본인 해골이미지를 태어나서 처음 마주하고, 뼈 이식 수술도 인공뼛가루에 줄기세포(라고 하는데)를 섞어서 넣더니, 인상채득도 알지네이트로 본뜨는게 아니라 스캐너로 몇번 삑삑 누르고 끝내는 신기술을 경험했다. 치료를 바탕으로 현대조각의 신체성에 관련한 글을 하나 써야겠다고 치과에서 입벌린채로 생각했다. 의사선생님은 최근 일본에서 연구중인 치아 재생의 신기술을 이야기하는데 나보다 이빨이 미래를 먼저 맛보겠다는 생각도 했다만 그게 다 얼마인가를 헤아리면 좀 까마득하다. 이번 치료는 공익활동가 협동조합 동행에서 치료비를 지원해줘서 연말에 든든해졌다. 여기저기 임플란트를 떠벌리고 다닌 덕분에 임플란트 동지(그렇게 부른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치아는 오복입니다...

 

검열의 경우 미술관은 이대로 덮으려는거 같지만, 주변에서 같이 싸우고 끝까지 비판해줘서 혼자 싸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이번 일로 상을 받았다. 빨갱이가 빨갱이에게 주는 상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가까이서 멀리서 싸우는 동료가 잘싸운 이들에게 주는 격려와 응원이라는 생각도 든다. 집회같은 시상식에 전한 발언같은 수상소감을 여기에도 남겨둔다.

 

치료기간 잇몸건강을 챙겨준 가글은 행성인 송년회 리워드로 나눔했다. 2025 레드어워드 트로피 및 상패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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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 상은 제 졸고가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이 있기까지 광장에서 싸운 이들, 광장에서 헤아려지지 않고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도 살아내고 투쟁하는 이들, 그리고 지금도 싸우는 이들이 또다른 광장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광장의 안과 밖을 예술로 기억하고 실천해온 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부족하게나마 기억을 보태고자 남긴 작업입니다.

상은 전적으로 검열에 반대하는 행동들에 돌아가야 합니다. 예술은 고독하고 글은 혼자 쓰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검열은 사람을 더 고립시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평가와 예술가들이 기꺼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검열에 반대하는 항의행동을 이어갔습니다. 행성인 웹진은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기꺼이 지면을 내주고, 동료들은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를 결성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저마다 검열을 문제삼고 비판적인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사회에 참여하는 예술 실천의 역사와 의미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비평이 남긴 계엄 비판 메세지는 가로막았습니다. 정세의 눈치를 보고,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은 정작 피해자를 앞에 두고 검열이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며 행동과 환대의 가치를 선전합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를 내세워도 내부에서 검열하고 위계를 고착화하면 변화는 없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새롭진 않습니다. 이미 퀴어 운동에서는, 그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핑크워싱'이라고 불렀죠. 생존을 건 투쟁의 역사와 공동체의 시간을 기록하고 표현하기 위한 갈급의 시도를 그저 전시 대상으로만 취하면서 불온하고 난잡한 돌봄의 시도에 짜깁기와 선별을 일삼는 일을, 우리는 '수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레드 어워드는 함께 싸우는 동료가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더 친근하고 반갑습니다. 지금 하는 이야기가 수상소감인지 집회 발언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하나만 더 이야기하면 지금도 검열에 맞선 다른 싸움들이 있습니다. 끝날 기미가 없고 지쳐서 포기하기 쉽지만, 고민을 나누며 힘을 주고받은 경험은 비평과 활동을 지속할 동기가 됩니다. 지금 받은 상은, 검열을 행하면서 편의적으로 투쟁의 기록을 선별해 기념비삼는 권력을 지속적으로 문제삼자고, 규탄하고 항의하는 이들의 시도들을 기억하자고, 무엇보다 이러한 일이 이후에도 발생할 때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으며 검열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같이 부수자고 이자리에 함께한 분들이 결의하는 증표라고 생각합니다. 검열에 맞선 이들과, 그리고 한 해동안 함께 싸운 동료들과 상을 나누겠습니다. 왠지 구호로 마무리해야할거 같습니다. 

검열에 반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검열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하반기에는 새로 만난 사람들과 길게 대화할 기회들이 종종 생겼다. 진지한 표정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는 질문을 하는데, 나로선 매번 답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세번에 한번 정도는 생각한 적 없는 얘기를 섞는 것도 같다(밥값을 못해 죄송한 마음이지만 뻥은 아니에요). 결의 서린 인생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건지, 발톱을 숨기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년은 작은 개인 과제들을 몇개 떠올리는데, 혼자서는 완수하지 못할 것들이다. 고로 내년도 잘부탁드립니다. 

 

 

호림

 

24일 종무를 하며 새해가 될 때까지 일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어요. 바쁘게 보낸 한 해의 마무리를 쉼으로 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일처럼 느껴지는) 이 글도 이번 달은 건너 뜁니다. 다들 평안한 연말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