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옵니다.
행성인 사무실에서 한 골목만 나가면 큰 도로가 있고 그 맞은 편에 성미산이 있어요. 지금은 성산근린공원으로 불리는 곳이에요. 사실 성미산이 정말 거기 있는 줄을 몰랐어요. 주변 명칭에 성미산이 끼어 있는 곳들이 많아서 그저 예전에 산이 있던 곳이었나보다 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정말로 성미산이 거기 있더라고요. 최근에서야 우연히 성미산(성산근린공원) 진입로를 발견하고는 호기심에 올라갔다가 요새는 거의 매일 전망대까지 산책하는 재미에 빠져 있답니다.
성미약수터 버스정류장을 사이에 두고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양쪽에 하나씩 있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비포장 산책로가 나오고 거기서 200여미터만 더 가면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전망대에서 다시 다른 쪽 계단으로 내려올 수 있죠. 낮은 산이라 왕복 2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요. 점심 먹고 산책 삼아 다녀오기 딱 좋지요. 성미산 산책로는 마포구청역까지 이어지긴 해요. 시간이 여유롭다면 혹은 퇴근길에는 걸어볼만 할 것 같아요. 저는 점심 식사 후 잠시 운동 삼아 가는 거라 짧은 코스를 다녀옵니다.
휴식 겸 운동 겸 전망대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그 시간이 꽤 즐거워요. 계단을 오르고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른 가지 사이로 볕이 들고 바람도 불어요. 그러면 어쩐지 기지개를 켜고 싶어지죠. 몸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고개도 돌려보고요. 20분 남짓한 산책이지만 종일 형광등 아래 굳어있던 몸이 볕을 받아 개운해져요. 덩달아 묵어있던 머릿속이 말랑해지는 기분이에요. 꼭 볕으로 샤워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이제 곧 꽃도 필테니 걷는 길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즐겨 걷는 산책길이 있나요.
오소리
행성인 사무국장으로서 근 몇 년 동안은 회계·재정 업무에 집중하며 연대체 담당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가 올해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걷잡을 수 없이 바빠졌지만… 재미있고 보람찹니다. 현재 제가 주요하게 맡고 있는 연대체 활동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회와 캠페인팀, 무지개행동 트랜스 인권 캠페인팀, 5.17 기획단인데요. 공교롭게도 모두 대중 행사나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행사/캠페인을 기획하는 것 자체에서도 재미를 느끼지만, 무엇보다 기획한 행사/캠페인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진행된 트랜스 엑스포가 그랬습니다.
트랜스 엑스포는 올해 처음 진행된 행사였는데요. 그러다보니 행사가 잘 진행될까, 사람들은 많이 올까, 좋아할까 많이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행사가 진행되고, 행사에 참가한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보며 기획하기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어진 뒤풀이에서 누군가, ‘사람 살리는 행사’였다며 건배를 하는데 살짝 울컥하기도 했네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꺾여가는 의지와 지친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트랜스 엑스포와 같은 행사를 준비할 때 참여 대상 중 하나로 항상 행성인 회원분들을 염두에 두며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행성인 회원분들이 흥미를 느낄만한지, 참여했을 때 재미를 느낄만한지 등을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연대체 활동에 함께하며 시간적으로 여유가 적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연대체 활동을 통해 회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폭을 넓혀나간다고 생각하며 보람차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대체 활동이 행성인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안
체력과 근력을 키우기 위해 P.T를 받기 시작한 지 5주가 지났습니다. 겉보기엔 대단히 달라진 게 없다고 느꼈는데 돌이켜보니 전반적으로 몸이 조금 덜 아프고 먹고 자는 게 조금 더 편해졌어요. 원래 게임 처음 시작하면 초보자가 레벨업이 빠르잖아요, 그런 느낌. 뭐든 오래 해야 고렙이 되는 건데, 성장이 더뎌지거나 같은 수행을 반복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재미가 없어서 고점을 찍기 어려운 성격이기 때문에 그 기간을 견디는 걸 벌써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는 게 있습니다.
‘하다 보면 되니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
한 순간에 생각이 마구마구 번지는 사람에게 체력/근력 운동의 순기능은 내가 지금 수행할 동작에 집중하게 만드는 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을 하고 나면 머리와 마음이 정리되고 편안해지는 점입니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 생각들을 잘 정리할 줄 아는 건 아니거든요. 의식적으로 한 번 일시정지, 해주니 오히려 생각을 위한 공간들이 한층 깔끔해집니다.
지난 3/21(토) 성황리에 마친 트랜스 엑스포에서 뷰티 부스를 맡았었는데요. 사실 저는 화장을 조금 좋아하고 공연 때 몇 번 분장 해준 게 전부인 사람이라 과연 내가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 시기에도 운동 선생님의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걸 너무 속상해하면서 오래 생각하지 마세요. 대신 다른 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그걸 하다보면 다른 것도 충분히 천천히 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잘 되는 것과 잘 안 되는 건 다르니까요’ 라는, 어쩌면 심리상담이나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들었죠. (물론 저 문장은 왜 항상 어깨가 아파서 상체 운동을 제대로 못하고 앉았느냐며 혼자 속상해하며 나눈 대화입니다. 행사랑은 0.1도 관련 없었습니다.)
생각을 다르게 해봤어요. 그럼 내가 잘하는 건 뭐지? 사람들이 긴장하지 않고 이 자리를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법을 좀 알지. 그럼 난 그 자리가 보람차고 즐거울까? 완전히 그럴 거야. 오케이, 그러면 노선을 변경해보자. … 그렇게 길을 그려나가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멋진 메이크업을 수업처럼 가르쳐주기’보다 ‘같이 원하는 모습대로 화장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사연입니다. 조금 과하게 귀여운 키라키라 메이크업 부스의 비하인드 스토리. ‘잘 못 하는데 어떡해’ 로 가득했던 마음이 ‘이것도 하면 재밌겠다’로 바뀌었고, 그 날의 페이지는 그라데이션 색지로 칠했습니다.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별 거 아닌 일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날도 있구요, 그러다가 중요한 걸 놓쳐버리는 때도 생기잖아요. 그럴 때마다 떠올리기 쉬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문구가 한 줄 마음 중앙에 딱 걸려있는 모습을 상상해요. 괴로움보다 즐거움을 느끼고 걱정보다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게요. 아! 그래서 집에는 가훈, 학교에는 교훈, 회사에는 사훈이 걸리는 거군요. 그럼 마음에 걸린 이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남웅
사람들은 어느정도 비열하고 치졸하며 오만하고 이기적이다. 타인을 모욕하면서 대의와 명분을 확보하고 그렇게 자신의 입지를 사수할 수 있다는 걸 알 만큼 영악하며, 자신을 알아준다고 생각하는 이들만 주변에 두고 싶어할 정도로 어리석다. 모르쇠로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확신 속에 자신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려 하지 않는다. 그걸 안다면서 반성이라는 걸 하지만, 대개는 억울함을 변주하는데 가까우며 그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행인건 나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인데,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미래가 더 고통스럽고 고될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 부대끼지 않기를 택한다고? 그건 더 어렵지 않나.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십중팔구 기만이고 좁은 식견이다.
... 가끔 사람 보고싶지 않고 욕도 아깝고 만사 다 놓고싶을때 종종 하는 생각 끼려봤다. 절망편으로 생각하면 마음은 편해진다. 미련과 가능성을 품어볼 자리가 생기는거 같기도 하다. 매번 남기는 소리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누구를 특정한 게 아니다. 뭣보다 사람이 일관되게 후져지기도 어렵고, 어느정도 후지다는 건 그만큼 훌륭함이 있다는 걸 거니까.
호림
힘들어도 잘 살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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