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15. 새 - 달라지는 것들, 사랑하면
長篇小說 金 飛 14. 새 - 달라지는 것들,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나면, 잠시 세상이 정지한다. 바쁘게 머릿속을 유영하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증발한다. 오직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 하나만, 등대처럼 새빨갛게 거기 섰다. 언제나 그건 나에게서 멸종된 언어였다. 가족이나 형제, 혹은 친구들의 이름 뒤에 붙이는 사랑 따위도 꺼내어본 적 없어, 내가 아는 언어 속에는 그런 말이 없었다. TV 속에서, 책 속에서, 사랑을 보고 읽었을 때, 나는 전시물 앞에 선 것처럼 멀찌감치 떨어졌다. 한 번은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에게 안기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거기 유리벽 안에만 있던 사랑이, 아무리해도 가까워질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던 사랑이 하나의 몸으로 마침내 나에게 안긴 것 같았기 때문에. 물 ..
2015.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