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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성소수자 동아리(QIP)를 만나다 만나고 온 이: 재경(전국퀴어모여라) 지난 1월 24일, 전퀴모가 부산대 성소수자 동아리(QIP)를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이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물질의 편리를 누리기에는 돈이 없어서 졸다 지쳐서 잠들어 버린다는 무궁화호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햇빛에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고 졸았더니, 사람들이 모두 수근거리더라고요. 피곤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분명 새벽에 출발했는데, 정오가 다 돼서야 도착한 부산에서는 지난 밤 새벽까지 술을 (퍼)마신 부산대성소수자동아리 분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QIP 분들이 만취가 되기 전 빌려 놓은 공간초록에서 어색어색 기갈을 뽐내며 수다회를 시작했습니다. 보라: 저는 이번 2015년도 QIP 남대표를 맡게 된 보라입니다.. 2015. 3. 4.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12. 데리다 - 패밀리, 가족 혹은 長篇小說 金 飛 12. 데리다 - 패밀리, 가족 혹은 “정말이야? 정말 헤어진 거야?” “뭘 자꾸 물어? 사람이라는 게 만나고 헤어지고 그러는 거지. 그게 뭐 별거냐?” “그래도 이 누나 이번에는 좀 달랐잖아요? 매번 누가 있기는 했던 것 같았는데, 이렇게 우리한테 그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걔네들은 원 나잇이었고… 그냥 즐기려고 만나는 사람 이야길 뭐 그렇게 상세하게 할 게 있냐?” “놔둬라, 쟤네들은 아직 그런 거 모를 때다. 키스하면 사귀고, 같이 자면 결혼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애들한테 그런 이야기하면 충격 받아.” “그래서 형은 괜찮다 싶으면 일단 한 번 자보고, 악수하듯 키스하고… 뭐 그럴 수 있었던 거예요?” “저게 또 슬슬 사람 성질을 긁기 시작하네?” “너야말로 .. 2015. 2. 24.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11. 산 - 파르마콘, 시간의 長篇小說 金 飛 11. 산 - 파르마콘, 시간의 변하지 않는 것이란 말이 싫었다. 변화는 반드시 있다, 존재한다, 실재한다. 설령 내가 수십 년의 우울 속에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살았더라도,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변화는 있고, 있어야하고,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움켜쥐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배신감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은 변해놓고, 그래서 살아남아 놓고서, 변하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말이 너무도 허무하고 절망스러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 나를 둘러싼 여기가 너무도 슬퍼서. 끝내 변하지 못하고 어딘가로 곤두박질치고 말 어떤 생이란 게 너무도 안쓰러워서. 문 밖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는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또 한 번 피를 뒤집어 쓴 아들의 몸뚱이를 발.. 2015. 2. 15.
[LETSSAY] 2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빨강봄꽃작별 그녀는 외쌍꺼풀이었다. 나는 쌍꺼풀이 없는 그녀의 왼쪽 얼굴을 좋아했다. 내 나이, 그녀의 나이 열일곱, 나른했던 봄날, 아무도 찾지 않는 새하얀 자리들, 밀려 내려온 꽃들이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빙글빙글 돌았던 것 같다. 그녀가 내게 입을 맞췄던 순간. 그녀와 나는 짝이었다. 봄눈이 내릴 때부터 꽃이 만개할 때까지 나란히 앉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조잘대다 보니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어.” 내가 들은 대답. “너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 지은 지 오래된 학교의 복도는 한 사람만 걸어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음의 크기가 서로 같지 않음에, 그 간격에, 그 높은 벽에, 그 거리에 순식간에 내 마음은 위태롭게 삐걱거렸다.. 2015. 2. 14.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1월 16일 화요일 7시 장소: 서울 마포구 동인련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옥: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산지기: 게이 아들을 둔 .. 2015. 2. 14.
성소수자 부모모임 아홉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아홉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12월 19일 화요일 7시 장소: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 사람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옥: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산지기: 게이 아들을 .. 2015. 2. 14.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10. 새 - 모르겠어, 행위 수행적 언어는 長篇小說 金 飛 10. 새 - 모르겠어, 행위 수행적 언어는 “모르겠어.” 그는 뒤로 걷고 있었고, 나는 앞으로 걸었다. 나는 그를 향해 다가갔지만, 그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나 우린 같은 쪽으로 걷는 중이었다. “정말이야, 이젠 모르겠어. 왜, 모르면 안 되는 건가?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계산을 했던 것도 아니고… 내가 손에 쥔 결과라는 게 틀릴 수도 있는 거잖아? 틀렸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고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그냥 틀린 채로 내버려두고서 다른 걸 다시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뒷걸음으로 걷는 그는 카메라를 들어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고 그는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사진 속 .. 2015. 2. 8.
서울시청을 잼으로 물들이다! ‘퀴잼’의 첫 번째 프로젝트 ‘숨은퀴어찾기’ 지난 1월 3일 토요일, ‘퀴잼’이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숨은퀴어찾기’ 프로젝트가 SNS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2014년 12월 서울시청 점거 농성에 참여했던 성소수자와 친구들이 ‘퀴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서울시청을 찾아 성소수자 인권 지지를 위한 액션을 펼쳤는데요. ‘퀴잼’의 멋진 행동에 홀딱 반한 동인련 웹진팀이 이메일을 통해 ‘퀴잼’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Q. 지난 1월 3일 토요일 서울시청에서 ‘숨은퀴어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퀴잼은 어떤 곳이고,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놀아보자고 해서 모였다.어쨌든 재밌는 걸 하고 싶었다이상하고 재미있고 퀴어한 짓을 하자고 해서 이상한 사람들이 모였다. -_-*퀴잼은 어떤 곳도 아니고 모인 방법도 없다. 누구나 다 퀴잼이지만 그 .. 2015. 2. 2.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9. 산 - 괴물, and 長篇小說 金 飛 9. 산 - 괴물, and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확신도 없고, 자신도 없고, 제 존재마저 잃어버린 나에게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했었다. 그런 너에게, 미래는 없다고. 종말은 미래가 아닌가, 죽음이 현재라면 큰일 아닌가. 나만 살아남고, 우리만 살아남기를 꿈꾸는 미래는 온전히 미래인가. 현재를 사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면, 미래 따위 없어도 그만 아닌가. 확신이나 자신이 없어도 살고 있다면 이미 존재 아닌가 말이다. 나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하는 그들의 미래를 신뢰하지 않는다. 미래가 없다고 말하는 그들 앞에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그거 하나다. 미래를 믿는 그들을 믿지 않는 것. 고백하자면, 그럼에도 나는 두려웠다. 확신이나 자신이 없는 내가 이상하지 않았는데,.. 2015.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