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38 [우수작]<아프로디테의 소년> 노랑사 다리 위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특정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나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신체적인 조건들을 충족한 하나의 대상일 뿐으로 우연히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남자의 셔츠위로 드러난 가슴 굴곡에 나는 셔츠 아래 가려진 그의 단단한 육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의 넓은 어깨와 발달된 팔의 근육은 그를 견고하고 정밀한 하나의 구조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 구조물 사이엔 내 몸의 구멍을 채우고 나를 희열에 차게 할 단단하고 거대한 물건이 달려있을 것 같았다.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의 육체가 내 시야에서 부피를 키워가면서 나의 욕망도 부풀었다. 하지만 나의 욕망과 그의 육체는 평행하는 운동이었다. 이내 허전함과 외로움이 그로부터 나를 차단하였.. 2013. 4. 23. [우수작]<아직 말할 수 없어> 김현중 1보도블록 위로 점점이 멍이 들기 시작했다. 초저녁부터 으스름이 깔리는가 싶더니 이내 비가 쏟아졌다. 혹시나 해서 들고 온 우산을 펼쳤다. 여름 더위가 아직 덜 여물었는지 바람이 제법 차갑다.야간 자율학습도 빼먹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안에 들어서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 다섯 시, 주택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놀고 있었다.주인도 못 알아보는 썰렁한 거실을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교복을 벗어 던졌다. 오랜만에 잡힌 약속이라 그런 지, 들뜬 기분에 설레어 그만 어수선하게 옷장을 뒤집고 말았다. 이리저리 여유 부릴 시간은 없었다. 청바지와 늘어난 티 하나를 걸치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대충 넘기다가 새까맣게 그은 팔뚝을 보았다. 축구를 할 때면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리는 버릇 탓에, 여드름 .. 2013. 4. 23. [우수작]<아메리카노> 낌 청명한 여름이었다. 하늘은 시퍼런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았고, 흰 구름이 손가락으로 찍어 바른 양 툭툭 떠다니는, 그런 좋은날에, 나는 시원하다 못해 추운 카페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이제 곧 있으면 B가 올 것이고, 곧 닥칠 그 만남이 나를 혹독한 긴장에 몰아넣고 있었다. B는 7년째 함께인 친구이다.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인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토끼가 한 마리 떠올랐다. 피부는 분필가루마냥 하얗고 커다란 눈망울은 겁에 질린 토끼 같았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나는 내가 그녀에게 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애는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그 애와 친해지려했고, 친해졌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도 순수한 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7년 동안 우.. 2013. 4. 23. [우수작]<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외 모리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너와의 키 차이는 19센티 정도라서뽀뽀하는 순간마다 네 목이 안 아플까그래서 형은 말이야, 에스컬레이터가 좋더라 벚꽃 길 용기 주말이 피크라기에 남산에 가기로 했는데벚꽃은커녕 아직 추우니 기상청이 야속하다손잡고 걸을 용기가 벚꽃 길에선 날 텐데. 서점 서점은 책장이 많아 뽀뽀하기 좋더라.열심히 일하는 서점직원 이쪽으론 오지마요.간고등어 헬스책은 보지마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역 저녁으로 곱창 먹어서 냄새날 거래도당신 냄새 살 냄새 코 뭍고 맡고 싶어얼른 와요 내사랑 영등포구청에 있을게요. 치과 웃을 때 왼쪽 앞니 귀여워 죽겠는데그 앞니도 내꺼니까 교정 안하면 안 되나요하겠다면 그 전에 뽀뽀라도 많이 해요 2013. 4. 23. 제1회 육우당 문학상 심사평 육우당이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에 마침내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제정되었습니다. 어쩌면 조금 늦은 감도 있지만 아마도 그건 비로소 우리가 그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껴안을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육우당이 스스로 삶과 죽음을 뒤바꾸며 우리에게 남기려 한 것이 슬픔이나 좌절이 아니라 분명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가능하다는 열망과 의지의 메시지였음을 기억하려 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의 살아 생전의 꿈을 ‘문학상’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의 꿈으로 나누려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첫 회라 많이 생소하고 작은 문학상에 63편이라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많은 작품이 들어와 놀랍고 기뻤고, 그래서 무엇보다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사위원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2013. 4. 23. 있다가 빼는 건 그냥 차별이 맞잖아! 덕현 (동성애자인권연대) 자주 반복되는 학생인권조례 레퍼토리 1. 지역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한다. 2. 조례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차별하면 안된다며 여러 가지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성별, 종교, 인종, 나이 등이 차별금지사유 항목으로 들어가 있는데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도 포함되어 있다. 3. 추진소식을 들은 보수단체들이 이거 빼라고, 학생인권조례 만들면 안 된다고 난리를 친다. 기자회견하고 의원들에게 전화하고 게시판을 도배한다. 4. 그러면 또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키기 위해 성적지향, 임신출산 조항을 빼려고 한다. 5. 이러면 내가 화난다. 이런 과정은 참 여러번 벌어졌다. 서울에서도 그랬고 전북, 강원에서도 그랬다. .. 2013. 4. 19. 故 육우당 10주기 추모위원회 봄꽃 대표단이 전하는 이야기 육우당의 열 번째 제문을 불태우며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고 무덤덤해지는 자연스러운 이치를 굳이 거슬러어느 한 사람의 죽음을 기억하려 애쓰는 것은아마도 우리에게 아직 나눌 이야기가 더 남은 탓이겠지요.떠난 이가, 떠나면서 그가 이 세상에서 꿈꾸던 행복과 희망을그리고 삶에 대한 너무 큰 미련까지 모두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 까닭이겠죠. 누군가의 죽음을, 남겨진 메세지를 집단적으로 기억한다는 것은떠난 이의 힘이 아니라 기억하려는 바로 그 집단의 힘이기에우리는, 더 많은 우리를 모아 함께 제문을 태우려합니다.지금 그와 함께 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이 기억과 추모의 힘으로이미 그와 같은 이유로 세상을 스스로 떠난 모든 이들이 기꺼이다시 돌아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 한 채윤(한국성적소.. 2013. 4. 19. 당신의 모든 시간 – 청소년 성소수자였던 육우당의 10주기를 추모하며 형태 (동성애자인권연대) 1995년 쓰레기 봉투 종량제가 시행되던 해 어느 토요일 아침 당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없는 살림에 부수입이라도 늘려보자는 마음에 하숙을 놓은 방 늘 일찍 일어나 인사를 나누던 학생이 인기척이 없어 의아해 했던 당신은 그 방의 문을 두드려 보았다. 그리고 이내 방 안에서는 조그만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려주세요” 하숙방 학생의 목소리를 들은 당신은 119에 신고를 했고, 방문을 열어 스스로 동맥을 끊어 이 세상과 안녕하고자 했던 학생의 말동무가 되어준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다행히 구급차는 빨리 집에 도착하였고 학생은 목숨을 구한다. 그 학생을 구한 사람은 내 어머니이다. 그 학생이 우리 집에서 하숙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까지 .. 2013. 4. 19. 故 육우당 추모집 『내 혼은 꽃비 되어』를 읽고 학기자 (웹진기획팀) 고(故) 육우당 추모 열기가 뜨겁다. 육우당 10주기와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사회적인 쟁점이 맞물리면서 그를 애도하고 회고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육우당을 추모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관심은 매년 있어왔지만 요즘처럼 큰 관심을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故 육우당 추모집『내 혼은 꽃비 되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도 그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육우당의 삶과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10년전 고인이 된 육우당에 관한 회고담이 현재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어떤 의미일까? 고민해보고 불완전하지만 답을 내리는 것이 고 육우당을 제대로 추모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육우당은 자신이 하고 싶.. 2013. 4. 19. 이전 1 ··· 154 155 156 157 158 159 160 ··· 2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