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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찾아온 봄날 올 겨울과 봄은 유난히 추웠다. 조금 따뜻해지나 싶으면 다시 추워지고, 다시 조금 따뜻해진다 싶으면 그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는 날씨. 겪어왔던 수많은 겨울과 봄보다도 이번 겨울이 더 우울하고, 4월이 와도 즐겁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날씨도, 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도 단지 자신의 문제일 테니. 작년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많은 일을 겪었다. 처음엔 고민도 많았고, 나의 행동에 후회도 많았다. 혼자 괴로워하기도 했고, 방황도 많이 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방황중이다. 그러나 항상 드는 생각은, 이 모든 것이 나를 구성하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두렵고 불안하지만, 언제나 스스로를 변화시켜주는 원동력들. 이번 캠페인을 대하는 마음도 그 때와.. 2010. 5. 26.
더 당당한 청소년 성소수자 캠페인을 기약하며 2년 전 4월말쯤, 내가 처음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알게 된 행사가 바로 故 육우당 추모제였다. 그때는 내가 정체성을 확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웹자보 하나만 달랑 보고 혼자 간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4월말이었는데 날씨가 이상하게도 너무 추웠다. 그래서 야외에서 하는 추모제가 너무나 침울한 분위기였다. 촛불하나를 받아 들고 어색하게 서 있다가 돌아 온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추모제였던 것 같다. 그 해 여름부터 곧바로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故 육우당 추모제 기간이 왔을 때는 야외 추모제가 아닌 야외 캠페인을 준비했다. 작년처럼 너무나 처지고 우울한 분위기의.. 2010. 5. 26.
[성명] 전 세계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중단하라! [5월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며] 전 세계 성소수자를 향한 모든 폭력과 차별을 중단하라! 5월은 우리가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날이 많지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가 있다. 바로 1990년 국제보건기구(WHO)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 조항을 삭제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5월 17일 국제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 (the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and Transphobia, IDAHO DAY)이다. 동성애를 더 이상 질병으로 보지 않겠다는 이 선언은 전 세계 성소수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이자 우리 모두가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 날을 기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은 2005.. 2010. 5. 17.
사진으로 보는 '4월 25일,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4월 25일 일요일 오후 2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이 북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고 육우당, 오세인 추모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가 열렸어요. "우리 얘기 좀 들어볼래?" 나의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은 어느 정도일까?는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따뜻한 봄볕에 산책나온 시민들이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며 프로그램에 함께했어요. 특히, 레인보우 페이스페인팅은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직접 예쁜 그림을 얼굴과 손등에 그려주었어요. 그리고 시민들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글을 직접 적어 주었습니다. 횅하던 나무에 예쁜 꽃잎이 한 가득입니다. (나뭇잎 같지만 꽃잎입니다!) 그리고, 군형법 92조 계간(동성간 성행위를 닭에 비유하고 동성애자를 처.. 2010. 4. 29.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는 더 이상 필요 없다! 군형법 92조 계간(鷄姦)기타 추행 금지는 동성애자를 차별하며 처벌하는 대표적인 반인권적인 법률 조항이다. 동성애 관계를 동물(닭)에 빗대어 비하하고 있다. 더구나 계급이나 힘, 권위를 앞세워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합의에 기초한 관계까지도 범죄로 규정하며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어, 평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하는 조항이다. 국방부는 이번 공개 변론 보도 자료에 군형법 92조 법률조항의 입법 목적이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 영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군형법 92조는 강제에 의한 추행의 처벌인지, 비강제에 의한 추행의 처벌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 간의 추행조차 처벌한다면, 그것은 과도한 규제.. 2010. 4. 29.
민주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어야 성소수자 인권의 작은 불씨라도 지필 수 있다. -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 후보 시민 공천단에 참여하며 -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모습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합리적인 기준 없이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경고도 무시한 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교원단체 교사들의 실명을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올릴 경우 전교조에 하루 3천만 원 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100개가 넘는 학교에 비리와 스폰서로 얼룩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청와대는 선거비용 운운하며 교육감 직선제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反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전교조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바로 6월2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2010. 4. 29.
교회는 성(性)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에 침묵할 것인가? - 육우당의 죽음 그리고 천주교 이반모임 10주년 기념 미사의 기억 “한 동성애자 천주교 형제의 죽음에 천주교 형제자매들이 조문하고자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애도의 글이 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가톨릭 청년 8명이 한 청소년 동성애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올린 글이다. 회원들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할 것 같아, 2003년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식지에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육우당의 장례식장을 찾은 신부님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비규환 같은 세상이 싫다며 자살로 한 생을 마감한 육우당.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죽음을 택했다고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너무 허망하기만 하다. 죽은 뒤엔 당당하게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거란 유서의 내용과 달리, 지금도.. 2010. 4. 29.
달라진 나의 삶. “청소년 성소수자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달라진 나의 삶,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함께 한 유쾌한 수다의 시간 2010.4.4 4월 청소년 특집호를 맞이해 청소년 자긍심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달라진 나의 삶’을 주제로 유쾌한 수다를 가졌습니다. 인터뷰한 이 날도 4월25일로 예정되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캠페인을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청소년들은 늘 재밌게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합니다.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히 높습니다. 약속시간도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달라진 나의 삶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찌난, 코코샤넬, 광호처럼 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 2010. 4. 29.
섹스. 그리고 청소년 이 얘기를 꺼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섹스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게이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문란한 건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은 정말 나만의 생각은 아닐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유들을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결국에 끝까지 남는 것은 ‘청소년은 미숙하다’라는 편견이었다. 다양한 사회, 다양한 가정, 다양한 개인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이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수는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고 장애인 청소년도 있으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도 있다. 그러나 사.. 2010. 4. 29.